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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서경식의
나의 일본미술 순례 1
나의 일본미술 순례 1
엽서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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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MD
김효선의 편지
김효선의 편지
서양미술 - 서양음악 - 조선미술을 거치며 디아스포라 지식인의 눈으로 본 세계를 기록해온 서경식 선생이 드디어 일본 근대미술을 순례한다. 일본 미술계의 '선한 계보'"(5쪽)에 속하는 이들, 국가의 이데올로기에 발맞춰 전쟁화를 그리는 게 도무지 불가능했던 이들, 대체로 불행했던 그들은 이르게 세상을 떠났지만, 그들의 예술은 여전히 이 세계에 존재한다.
서양미술 - 서양음악 - 조선미술을 거치며 디아스포라 지식인의 눈으로 본 세계를 기록해온 서경식 선생이 드디어 일본 근대미술을 순례한다. 일본 미술계의 '선한 계보'"(5쪽)에 속하는 이들, 국가의 이데올로기에 발맞춰 전쟁화를 그리는 게 도무지 불가능했던 이들, 대체로 불행했던 그들은 이르게 세상을 떠났지만, 그들의 예술은 여전히 이 세계에 존재한다.
이단자들의 외로움이 서경식의 역사와 공명한다. 죽음을 들고도(해골을 든 남자의 자화상은 서양화의 '바니타스(허무)'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평온한 나카무라 쓰네의 얼굴을 보며 그는 "불행의 불행을 거듭한 끝에 죽어 갔으면서도 어째서 이 남자는 미칠 듯 노여워하지도, 울부짖지도 않고 이렇게 달관한 듯 고요한 표정일 수 있는가?"(19쪽) 하고 묻고, 벨 에포크의 파리가 아닌, 으스스하고 쓸쓸한 파리를 스케치한 사에키 유조의 순수한 열정을 두고 그는 "순수한 영혼에게 겨우 숨통이 트였던 때는 두 차례 세계대전 사이에 끼어 지극히 짧았던, 허구의 평화가 잔존했던 시기에 지나지 않았다."(72쪽)고 애석해한다. '일본미술 순례 1'이라는 시리즈 숫자는 앞으로를 기대하게 한다. 2권의 출간을, 이 책과 함께 서경식이 소개하는 미술관을 여행할 날을 꿈꾸어 본다.
이단자들의 외로움이 서경식의 역사와 공명한다. 죽음을 들고도(해골을 든 남자의 자화상은 서양화의 '바니타스(허무)'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평온한 나카무라 쓰네의 얼굴을 보며 그는 "불행의 불행을 거듭한 끝에 죽어 갔으면서도 어째서 이 남자는 미칠 듯 노여워하지도, 울부짖지도 않고 이렇게 달관한 듯 고요한 표정일 수 있는가?"(19쪽) 하고 묻고, 벨 에포크의 파리가 아닌, 으스스하고 쓸쓸한 파리를 스케치한 사에키 유조의 순수한 열정을 두고 그는 "순수한 영혼에게 겨우 숨통이 트였던 때는 두 차례 세계대전 사이에 끼어 지극히 짧았던, 허구의 평화가 잔존했던 시기에 지나지 않았다."(72쪽)고 애석해한다. '일본미술 순례 1'이라는 시리즈 숫자는 앞으로를 기대하게 한다. 2권의 출간을, 이 책과 함께 서경식이 소개하는 미술관을 여행할 날을 꿈꾸어 본다.
번역자/편집자인 최재혁의 편지
<서경식의 미술 순례 길과 함께했던 그림엽서!>
저자와 그림엽서의 기나긴 인연을 떠올리며
『나의 일본미술 순례1』에서 7점을 골라 엽서로 만들었습니다.
1. 젊은 시절 서경식은 미술 순례 길에서 그림엽서를 사서 돌아오곤 했습니다.
“세계 각지의 미술관을 돌아다녔던 젊은 시절에는 항상 그림엽서를 몇 장씩 사는 습관이 있었다. 도록은 무겁고 가격도 비싸서 정말로 좋은 전시가 아니면 선뜻 사기가 어렵다. 그 대신 마음에 들었던 작품의 그림엽서를 몇 장 사곤 했다.” 『나의 이탈리아 인문기행』 에서
2. 정치범으로 투옥된 형에게 그림엽서를 보내려다가 주저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옥중 생활은 이미 12년에 다다랐고 석방의 희망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형들 중 한 명은 옥중에 넣어준 책의 삽화를 통해 미켈란젤로의 ‘노예’상을 봤다고 편지로 전해왔고, 서경식은 갇힌 형을 대신해서 이 ‘노예’의 실물을 자신의 눈으로 확실히 보고 오리라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서경식의 미술 순례 길과 함께했던 그림엽서!>
저자와 그림엽서의 기나긴 인연을 떠올리며
『나의 일본미술 순례1』에서 7점을 골라 엽서로 만들었습니다.
1. 젊은 시절 서경식은 미술 순례 길에서 그림엽서를 사서 돌아오곤 했습니다.
“세계 각지의 미술관을 돌아다녔던 젊은 시절에는 항상 그림엽서를 몇 장씩 사는 습관이 있었다. 도록은 무겁고 가격도 비싸서 정말로 좋은 전시가 아니면 선뜻 사기가 어렵다. 그 대신 마음에 들었던 작품의 그림엽서를 몇 장 사곤 했다.” 『나의 이탈리아 인문기행』 에서
2. 정치범으로 투옥된 형에게 그림엽서를 보내려다가 주저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옥중 생활은 이미 12년에 다다랐고 석방의 희망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형들 중 한 명은 옥중에 넣어준 책의 삽화를 통해 미켈란젤로의 ‘노예’상을 봤다고 편지로 전해왔고, 서경식은 갇힌 형을 대신해서 이 ‘노예’의 실물을 자신의 눈으로 확실히 보고 오리라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형, 나 지금 루브르 미술관에 와 있어. 언젠가 형이 편지에서 이야기한 미켈란젤로의 <빈사의 노예>와 <반항하는 노예>를 보고 있단 말야. 형이 직접 볼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말이 적힌 그림엽서를 형에게 보낼 작정이었다.”
“형에게 그림엽서를 쓸 요량으로 <노예> 주위를 한 바퀴 돌면서 그 인상을 정리하려 했으나, 마음속에서 광풍이 일어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상의 숙명에 묶인 인간의 고뇌’라든가, ‘육체의 어두운 연옥에서 탈출해 영원을 붙잡으려는 영혼’이라든가, 그럴듯한 말은 얼마든지 있었을 게다. 하지만 그런 말을 어떻게 쓸 수 있으랴. ‘노예’는 내 형이었다.” 『나의 서양미술 순례』 에서
3. 그림엽서로 친구에게 고독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신간 『나의 일본미술 순례1』 에는 이런 글이 나옵니다.
“<모랭 교회>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굵은 윤곽선을 대담하게 그은 교회 모습은 소박해 보이지만 배경인 겨울 하늘에는 불길한 기운이 감돈다. 젊은 시절, 이 작품을 인쇄한 그림엽서를 친한 이들에게 자주 보내곤 했다. 어딘가 당시 내 고독감을 대변해 주는 듯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의 일본미술 순례1』 에서
저자와 그림엽서의 기나긴 인연을 떠올리며
『나의 일본미술 순례1』에서 7점을 골라 엽서로 만들었습니다.
1. 젊은 시절 서경식은 미술 순례 길에서 그림엽서를 사서 돌아오곤 했습니다.
“세계 각지의 미술관을 돌아다녔던 젊은 시절에는 항상 그림엽서를 몇 장씩 사는 습관이 있었다. 도록은 무겁고 가격도 비싸서 정말로 좋은 전시가 아니면 선뜻 사기가 어렵다. 그 대신 마음에 들었던 작품의 그림엽서를 몇 장 사곤 했다.” 『나의 이탈리아 인문기행』 에서
2. 정치범으로 투옥된 형에게 그림엽서를 보내려다가 주저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옥중 생활은 이미 12년에 다다랐고 석방의 희망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형들 중 한 명은 옥중에 넣어준 책의 삽화를 통해 미켈란젤로의 ‘노예’상을 봤다고 편지로 전해왔고, 서경식은 갇힌 형을 대신해서 이 ‘노예’의 실물을 자신의 눈으로 확실히 보고 오리라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서경식의 미술 순례 길과 함께했던 그림엽서!>
저자와 그림엽서의 기나긴 인연을 떠올리며
『나의 일본미술 순례1』에서 7점을 골라 엽서로 만들었습니다.
1. 젊은 시절 서경식은 미술 순례 길에서 그림엽서를 사서 돌아오곤 했습니다.
“세계 각지의 미술관을 돌아다녔던 젊은 시절에는 항상 그림엽서를 몇 장씩 사는 습관이 있었다. 도록은 무겁고 가격도 비싸서 정말로 좋은 전시가 아니면 선뜻 사기가 어렵다. 그 대신 마음에 들었던 작품의 그림엽서를 몇 장 사곤 했다.” 『나의 이탈리아 인문기행』 에서
2. 정치범으로 투옥된 형에게 그림엽서를 보내려다가 주저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옥중 생활은 이미 12년에 다다랐고 석방의 희망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형들 중 한 명은 옥중에 넣어준 책의 삽화를 통해 미켈란젤로의 ‘노예’상을 봤다고 편지로 전해왔고, 서경식은 갇힌 형을 대신해서 이 ‘노예’의 실물을 자신의 눈으로 확실히 보고 오리라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형, 나 지금 루브르 미술관에 와 있어. 언젠가 형이 편지에서 이야기한 미켈란젤로의 <빈사의 노예>와 <반항하는 노예>를 보고 있단 말야. 형이 직접 볼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말이 적힌 그림엽서를 형에게 보낼 작정이었다.”
“형에게 그림엽서를 쓸 요량으로 <노예> 주위를 한 바퀴 돌면서 그 인상을 정리하려 했으나, 마음속에서 광풍이 일어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상의 숙명에 묶인 인간의 고뇌’라든가, ‘육체의 어두운 연옥에서 탈출해 영원을 붙잡으려는 영혼’이라든가, 그럴듯한 말은 얼마든지 있었을 게다. 하지만 그런 말을 어떻게 쓸 수 있으랴. ‘노예’는 내 형이었다.” 『나의 서양미술 순례』 에서
3. 그림엽서로 친구에게 고독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신간 『나의 일본미술 순례1』 에는 이런 글이 나옵니다.
“<모랭 교회>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굵은 윤곽선을 대담하게 그은 교회 모습은 소박해 보이지만 배경인 겨울 하늘에는 불길한 기운이 감돈다. 젊은 시절, 이 작품을 인쇄한 그림엽서를 친한 이들에게 자주 보내곤 했다. 어딘가 당시 내 고독감을 대변해 주는 듯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의 일본미술 순례1』 에서
『나의 일본미술 순례 1 』속에서
19쪽
불행에 불행을 거듭한 끝에 죽어 갔으면서 어째서 이 남자는 미칠 듯 노여워하지도, 울부짖지도 않고 이렇게 달관한 듯 고요한 표정일 수 있는가?
37쪽
다이쇼 데모크라시의 시대, 서양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신사조와 신문화의 빛을 탐닉하듯 쬘 수밖에 없었던 화가. 단 한 번, 온몸이 불타오르는 사랑에 빠졌지만 이 역시 허무하게 잃었고, 인생의 막바지에 해골을 품고 있는 자기 자신을 남기고 떠났다.
47쪽
사에키의 아내 요네코의 회상에 따르면, 모델료를 받고 떠나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고 한다. "슬픈 일은 하나가 생겨나면 꼭 두셋이 겹치며 뒤따르는 법이죠." 사에키가 정신병원에서 삶을 마감한 날은 그때로부터 5개월 남짓 지난 8월 17일이었다.
97쪽
특히 '일본화'로 대표되는 전통 예술과는 일단 분리되어 '서양화'라는 새로운 범주 안에서 제작에 몰두했던 예술가에게는 "대체 서양화란 무엇인가? 그래서 무엇을 그려 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있었을 터다.
113쪽
어느 날 모임에서 화가 후루사와 이와미가 “요즘은 군부에 협력해서라도 살아남아야만 해.”라고 말했을 때, 아이미쓰는 히로시마 사투리로 “아무리 그리 말해도 나는 전쟁화는 못 그려, 어쩌면 좋지?”라고 울먹였다고 한다.
184쪽
규슈 구마모토 출신의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 두 개의 ‘조국’을 가졌고 그 두 조국이 전쟁을 벌였던 기구한 운명에 사로잡혔던 사람. 그리고 1920~1930년대 미국에서 등장했던 선하고 의로운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했던 노다 히데오가 ‘아슬아슬한 반전평화운동’에 투신했다고 해서 그것이 화가의 길에서 ‘일탈’한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