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의 하룻밤
피카소
크리스탈
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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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의 하룻밤> 시리즈 구매 시
피카소 크리스탈 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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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MD
김효선의 편지
주민현의 시 <철새와 엽총>에 등장하는 인상적인 장면. '오늘은 나의 이란인 친구와 / 나란히 앉아 할랄푸드를 먹는다.' 나란히 앉아 피를 흘리고, 가슴이 있어 여자라 불리지만 그와 나에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녀의 히잡은 검고 / 내 치마는 희'다는 것. (주민현 <킬트, 그리고 퀼트> 중) 카멜 다우드는 알제리 출신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다. 이 '아랍인'이 관능으로 가득한 피카소의 미술관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편집자 박남주의 편지
유럽에는 미술관이 참 많다. 박물관, 미술관, 갤러리, 화가의 집, 공공 건축물의 예술공간… 등. 나라마다 화가도 많고, 프랑스 파리처럼 때론 국경을 초월해 예술가들이 모여든 도시도 여럿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도시에라도 가게 되면 미술관 한두 개는 꼭 가 봐야 할 필수코스가 되곤 한다.
프랑스의 Stock 출판사에서 독특한 기획을 했다. 유럽 몇 곳의 미술관을 뽑고, 작가 또는 예술가를 선정하여 그 미술관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해서, 그곳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책을 쓰게 한 것. 해당 작가에게는 무슨 비밀 프로젝트라도 되는 것처럼, 편지를 보내 모일 모시까지 어디로 오라는 간단한 내용만 전달한다. 그래서 다들 뭐 하라는 거지, 하는 궁금한 마음으로 밤 10시 언저리에 해당 미술관에 도착하여, 초인종을 누르고, 경비원의 안내를 받은 후, 드디어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면… 그 넓은 공간에서 이제 완전히 혼자다.
15p
나는 타인의 영역을, 예술과 감각의 장場을 발끝으로 더듬는 이 순간이 좋다. 알제리의 한 마을에서 태어난 이후 나는 은밀한 언어의 말 없는 구역에서 독서를 하면서 그런 작업을 해왔다. 나는 달 위를 걷고 세상을 재검토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내가 어떤 견해의 전달자라는 것도 안다.
56p
열여덟 살이 되어 알제리 서쪽에 있는 오랑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나는 ‘아랍’ 세계에 그림, 폭발과 반란, 전시와 진열이 침투해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영향이 학교에, 마을에, 유아들에게 다다르는 일은 별로 없다. 완강한 신앙을 가진 지역에서 사람들은 자기 몸의 절반에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그 절반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재현할 수가 없다.
224p
소위 ‘아랍’ 세계의 문화적 비참함은 성적性的 비참함, 세속적 욕망의 비참함에서 비롯한다.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주 한다. 우리의 삶을 방해하고 고통을 주어 우리로 하여금 세상을 비난하게 하는 분노는 대관절 무엇에 기인하는가? 무능한 창조성? 종교? 우리의 합의를 통해서만 새로운 정치체제가 탄생할 수 있다는 점? 골칫거리이자 핑계가 된 식민지 시대의 기억? 현대성과 그 도구들을 마주하고 느끼는 무력함?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났다는 모욕감? 이 모든 것 전부다.
104p
톨레도의 화가들은 그림을 그릴 때 재현 및 주제와 관련된 일련의 규칙들을, 성직자들의 지시를 받아적은 시방서示方書를 여전히 적용하고 있었다. 화가 개인의 개성을 드러낼 여지는 전혀 없었다. 뛰어난 솜씨만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도메니코스는 자신의 필치가 첫눈에 다른 화가들의 그림과 구별되기를 원했다.
109p
미 아모르 도메니코스, 오늘날 톨레도는 온갖 분야에서 당신을 소비해요. 커피와 샌드위치뿐만 아니라 비스킷에 이르기까지 도시 곳곳에 당신의 얼굴이 있죠. 그야말로 이곳은 ‘그레코랜드’예요.
140p
도메니코스, 당신을 보러 내가 톨레도에 온 것은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 다른 길들을 모색하는 것이에요. 나의 아버지를 마주하는 것,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몇 달 뒤 내가 그 수첩을 발견한 순간을 회상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서랍 깊숙한 곳에 수첩이 있었어요. 잊힌 수첩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