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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길
나에게 여름은 기대 입니다.
여름이면 새로 읽을 책들에 대한 기대로 가득합니다. 한밤중에 얼음을 가득 채운 보리차를 마시며 읽는 스릴러! 추리소설! 여름이라 그런지 더더욱 그런 마음이 풍성해집니다. 우리 모두 함께 읽어요.
여름 밤, 내가 읽고 싶은 한국 소설은 젊은 느티나무 입니다.
나도 이해할 수 없고, 그래서 통제할 수 없는 어떤 마음에 대한 이야기. 여름이 되면 늘 이 소설이 생각납니다. 싱그럽고 풋풋한 마음만큼 여름과 잘 어울리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추천작>

구병모
나에게 여름은 졸음 입니다.
실 계절 상관없이 1년 내내 졸음이 쏟아지기는 하지만, 여름은 특히 사고가 마비되고 인식의 기면 발작 상태에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어떤 동물들은 겨울잠이나 여름잠을 자는데, 사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 몇 주일이나 단 며칠이라도 아무런 에너지를 쓰지 않고 깊이 잠들고 싶습니다.
여름 밤, 내가 읽고 싶은 한국 소설은 듣기 시간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깨어 있어야 한다면, 까무룩 잠에 떨어지는 고개를 들고 한여름의 열기에 녹아내리는 생각의 조각들을 주워서 최선의 형태를 복구해야 한다면, 우선 사람을 향해 귀를 기울이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2016년부터 증언 문학의 길을 걸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중요한 작업을 해 오신 작가님의 최근작입니다.

<추천작>

김금희
나에게 여름은 환대 입니다.
모든 것이 생동하는 계절이라 그런지, 서로가 서로에게 살아 있음을,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그것에 박수를 보내는 듯 느껴집니다.
여름 밤, 내가 읽고 싶은 한국 문학은 춥고 더운 우리 집 입니다.
공선옥 작가의 『춥고 더운 우리 집』, 여름이 시작되는 바로 오늘, 제가 구입한 책입니다. 공선옥 작가의 튼튼한 손을 잡고 변화무쌍한 여름을 씩씩하게 건너겠습니다.

<추천작>

박상영
나에게 여름은 청춘을 닮은 계절, 입니다.
뜨겁고, 들끓고, 그 뜨거움을 잊기 위해 많은 나도 모르게 에너지가 넘쳐버리곤 합니다. 한참 동안 더위에 시달리다보면 어느새 뭔가 훅 지나가버려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고요. 여름의 이 모든 속성이 청춘을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여름 밤, 내가 읽고 싶은 한국 소설은 그 여름 입니다.
최은영 작가의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에 수록된 단편 <그 여름> 입니다. 사랑의 시작과 끝을 지난하리만치 상세히 기록하고 있는 소설입니다. 한없이 타오르다 어느새 미지근해진 관계에 대한 기록이 여름을 꼭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추천작>

이장욱
나에게 여름은 피아노와 태풍 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여름이 여름 같지 않습니다. 여름이 아니라 열대 같고 적도 같고 불타는 피아노 같고 타오르는 태풍 같습니다. 점점 뜨거워져가는 여름 저편에서 무언가 더 치명적인 것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름 밤, 내가 읽고 싶은 한국 소설은 단지 살인마 입니다.
올 여름밤에는 최제훈의 경장편 <단지 살인마>를 읽고 싶습니다. 장편 <나비잠>도 재미있었는데, <단지 살인마>는 여름밤에 딱 맞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추천작>

장류진
나에게 여름은 생장 입니다.
제게 여름은 락페스티벌의 계절, 맥주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생장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집 근처에 비교적 최근에 심긴 것으로 보이는 나무들이 있습니다. 이곳에 산 지 5년째인데 여름만 되면 문득, 지난해 보다 나무가 더 커져있다는 걸 알아차리곤 합니다. 제가 처음 봤을 때도 어린 묘목인 건 아니었고, 그냥 ‘큰 나무’라고만 생각했는데 평소에는 자각할 일 없는 긴 시간 단위로 잎사귀가 조금 더 풍성해져 있는 것을, 줄기도 가지도 조금씩 늘어나고 길어져 있는 것을 보면 생장(生長)이라는 단어의 직관성에 대해 떠올리게 됩니다. 거기 매달려있는 송충이들도 여름을 거듭할수록 덩달아 늘어나고요.
여름 밤, 내가 읽고 싶은 한국 시는 여름이 가고 있다 입니다.
“여름이 가고 있다 좋은 생각이 나려고 한다”라는 구절을 좋아합니다. 이 문장을 가만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좋은 생각이 날 것 같기도 하고,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합니다. 시집 <무족영원> 에 실린 마지막 시 이고, 저에게 이 시집 전체가 왜인지 이 문장으로 기억되곤 합니다.

<추천작>

정유정
나에게 여름은 태양 입니다.
여름을 생각하면 뜨거운 태양빛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태양은 강렬하고, 거대한 에너지예요. 그 태양빛을 다 받고 있으면, 무자비한 현실에 맞딱뜨릴 수밖에 없는 인간을 생각하게 되고, 그것을 헤쳐나가는 인간을 써야겠다는 힘이 솟아요.
여름 밤, 내가 읽고 싶은 한국 소설은 부서진 여름 입니다.
저는 인간을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지 조명하는 글에 사로잡혀요. <부서진 여름>에는 삶을 이루는 오해와 착각, 거기에 기반한 욕망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있어요. 욕망의 뿌리를 찾기 위해 몇십 년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한여름의 어떤 사건이 있고요. 긴장을 담아내는 치밀한 문장과 그 속의 통찰을 읽는 일이 무척 즐거워요.

<추천작>

조남주
나에게 여름은 따뜻한 아메리카노 입니다.
더위를 잘 느끼지 않습니다. 사계절 내내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너무 흔하고 평범한 이 음료가 여름이면 존재감이 커지더군요. 주문을 받으며 한 번 더 확인하시는 분도 종종 있고, 신기하다는 듯 한 마디씩 보태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게 여름은 오히려 따뜻한 아메리카노의 계절로 기억됩니다.
여름 밤, 내가 읽고 싶은 한국 시는 사랑 없음 입장하세요 입니다.
사실은 어젯밤, 빈 문서창을 열어두고 앉아있는데 이 시의 한 구절이 불쑥 떠올랐습니다.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느라 너의 글을 모조리 잊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나같고 너는 지나간 시간의 나같아서 길고 막막한 여름밤이면 이 시를 더 자주 중얼거릴 것 같습니다. 제 창밖에도 사계절 눈보라가 몰아칩니다..

<추천작>

천선란
나에게 여름은 오늘 입니다.
추위에 움츠러드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겠지만 유난스러울 정도로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겨울 내내 이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여름이 온다는 상상으로 버티지만, 고대하던 여름이 오면 곧 겨울이 올 거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초록이 무성한 계절을 그토록 사랑하면서도 정작 그 시절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이 내가 늘 아쉽게 보는 오늘 같아서. 아끼고 사랑하는 걸 끌어안는 법을 모르는 죄로, 올 여름도 찰나처럼 흘려보내겠지요.
여름 밤, 내가 읽고 싶은 한국 소설은 체공녀 강주룡 입니다.
주룡이 왜 그렇게 좋을까. 나는 가끔 강주룡과 대화하는 상상을 하며 그 길고 아픈 시절을 어떻게 버텼는지 묻고는 합니다. 책에서 흙냄새와 풀냄새가, 코끝이 시린 겨울 공기와 꼭 끌어안은 사랑하는 이의 품을 느끼기란 쉽지 않은데 <체공녀 강주룡>을 읽으면 나는 꼭 강주룡의 오랜 동지 같습니다. 겨울에 담요를 둘러싸고 읽었는데 사랑하는 계절이 오면, 그 밤에 내가 사랑하는 강주룡을 또 읽고 싶습니다.

<추천작>

최은미
나에게 여름은 소리 입니다.
저에게 여름은 늘 숲을 가득 메운 여름 벌레 소리와 함께 연상이 되는데요. 벌레들의 합창이 멎을 때 찾아오는 잠깐의 정적으로 여름의 소리를 불현듯 감각하게 될 때, 늘 무언가를 엿본 듯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여름 밤, 내가 읽고 싶은 한국 소설은 모든 것을 제자리에 입니다.
무심히 있는 우산 하나, 신발 한 켤레만으로도 최정화의 소설은 우리를 낯선 미로 속으로 데려다 놓곤 하는데요. 소리로 가득 찬 여름밤에 소리 없이 가장 먼 곳을 헤매보고 싶다면 최정화의 단편소설 속으로 들어가보길 권해드립니다.

<추천작>

최은영
나에게 여름은 저녁이 좋은 계절 입니다.
해가 천천히 저물어서 여름의 저녁에만 볼 수 있는 하늘빛이 있지요. 여름 저녁에 야외에 앉아서 시원하게 부는 바람을 맞을 때, 친구와 맥주 한 잔을 마실 때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어서 여름이 아닌 다른 계절은 춥게 느껴지고 몸을 움츠리게 되는데 여름은 저 자신을 방어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계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름 밤, 내가 읽고 싶은 한국 시는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입니다.
안희연 시인의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창비, 2020)을 읽고 싶습니다. 여름밤은 시를 읽기 좋은 시간인 것 같습니다. 좋은 시를 읽으면 인간의 언어가 얼마만큼이나 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지 감탄하게 됩니다. 여름 숲길을 걷다가 갑자기 눈이 내리는 바다를 만나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안희연 시인의 시에는 이야기가 있고 그림이 있습니다. 거듭해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각을 느끼게 됩니다. 여름밤에 몰두해서 읽을 수 있는 좋은 시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천작>

< 한국문학 우양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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