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나의 아름다운 정원>, <달의 제단>, <설이> 심윤경 장편소설. <영원한 유산>은 작가의 오래된 앨범 속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의 작가와 할머니가 함께 찍힌 사진 속 낯선 건물, 유럽식 뾰족탑과 흰 톱니모양 테두리를 두른 창문이 인상적인, 크고 아름다운 근대 건축물에 대한 호기심에서 말이다. 지금은 사라진 그 건물은 알고 보니 악명 높은 친일파 윤덕영이 지은 것으로, 그의 아호를 따 '벽수산장'이라 불렸던 곳이다.
해방 후 국유화되어 '유엔 한국통일부흥위원회(UN Commission for the Unification and Rehabilitation of Korea,)', 줄여서 언커크(UNCURK)라 불린 곳의 본부로 쓰였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1973년 봄 철거되어 놀랍도록 빠르게 잊혔다. 한 동네에서 나고 자라 현재도 거주중인 작가에게 이 잊힘은 매우 유별난 것으로 남았다.
사진 속 벽수산장을 인지한 2012년 이후 8년간 작가를 사로잡았던 대저택의 존속과 소멸. 여기에 작가적 상상력이 결합되며 완전히 새로운 또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잊힌 것과 존재하는 것, 오래된 소명과 새로운 운명을 품은 소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