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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정세랑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84년, 대한민국 서울

직업: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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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목소리를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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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0년만에 첫 SF 소설집을 엮은 정세랑 작가를 만났습니다. 좋아하는 것들, 이야기와 새와 물고기와 사람에 관한 다정하고 명랑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정세랑의 2010년대, SF의 시대


안녕하세요. 2019년도를 바쁘게 지내셨을 듯해요. 지난해를 어떻게 보내셨는지, 시작하는 2020년을 어떻게 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새로운 일에도 많이 도전한 한 해였어요. 또 예전 책들이 다시 사랑받는 해이기도 했고요. 복간된 책들 말고도 구간도 다시 읽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돌림노래처럼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벅찬 한해였어요. 2020년에는 연재를 할 계획이라 연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주 : 문학동네 플랫폼을 통해 장편소설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그동안 장편소설을 더 자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를 내면서 SF소설집은 따로 내고 싶다고 인터뷰를 하신 적이 있어요. 데뷔 후 10년 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이번 소설집 <목소리를 드릴게요>가 작가에게도 의미가 있을 듯했습니다.


제게도 이 책은 의미가 있었어요. 사실은 판타지 작가라고 스스로는 생각하는 편인데, 딱 한 권 분량으로 책을 묶을 수 있는 SF 소설이 있더라고요. 아마 앞으로 쓰는 소설은 리얼리즘이나 판타지가 많아질 것 같아서 한번쯤은 SF 소설집을 묶고 싶었어요. 여기 묶인 소설들은 좀 뾰족하기도 히고요, 어떤 명확한 테마로 묶일 수 있다는 게 재밌게 느껴졌어요. 헷갈리지 않게 SF 출판사에 SF 소설만 엮어봤습니다. 다시 엮으려면 앞으로 또 10년이 걸리겠죠. (웃음)



 

정세랑 작가의 시작점에 대해서는 ‘등단’보다 ‘데뷔’라는 단어가 더 적당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SF 잡지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소설독자들 안에서 SF라는 장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SF 작가연대, 오늘의 SF 무크지 등 최근의 활동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장르소설 전반에 대한 애정이 있어요. 판타지 소설, 추리 소설, 공포 소설, 저는 다 좋아하거든요. 온갖 장르물을 다 좋아해서, 장르 전문지에서 출발한 게 저한테는 도움이 되었어요. 저만의 색깔을 가질 수 있게 해준 계기였다고 생각하고요.



<오늘의 SF> 발간에 대해서는 제가 전문성에 기여했다기보다는 잡지를 만들어본 경험으로 기여한 정도긴 한데요, 그 기여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내가 속한 커뮤니티에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에요. 특히 신인 작가들이 안정적인 지면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 때라고 생각했고, 다들 그런 마음으로 참여하셨던 것 같아요. 이 활동을 통해 개인적으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분은 많지 않겠지만, 데뷔해서 저나 다른 작가들이 했던 방황을 다음 사람들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하게 된 활동이에요. 잡지는 만드는 데 출판사에서 돈이 많이 들어서, <오늘의 SF> 많이 사주셨으면…. (웃음)









이번 소설집에 실린 소설이 세상에 발표된 시기가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주로 2010년대 초반, 혹은 2010년대 후반에 이 소설들이 발표되었습니다. 2010년대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거치며 세계가 형성되고, 꾸준히 넓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구에서 한아뿐> 등의 소설도 새롭게 독자를 찾기도 했는데요. 이전에 발표한 글을 다시 묶으며 느끼는 감정도 달랐을 듯해요.

 

순서를 정하는 데에만도 세 명이 여덟 가지 버전으로 의견을 냈었어요. 시간 순으로도 처음엔 묶어봤고요. 제가 변해온 것도 있고, 비슷한 소설은 사이를 떨어트려서 순서대로 읽으면서 질리지 않게 리듬감을 만들어야하니까, 엮는 과정에서 고민이 정말 많이 되더라고요. 이 소설집에 실린 소설을 쓰는 동안 제가 사적인 영역에서 공적인 영역으로 소설 속의 관계를 넓혀온 것 같았어요. 그런 변화가 있다면,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어요. 환경이나 문명에 대한 관심은 비슷했고요.


제가 활동을 하면서, 꼭 사적으로 친한 게 아니더라도 비슷한 창작활동을 하는 분들, 저랑 활동 영역은 다르더라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분들을 보며 공적인 관계에서 오는 자극도 받고 안정감도 얻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소설 속에 드러나는 관계의 양상이 점점 바뀌어온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정세랑의 이야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미싱 핑거와 점핑걸의 대모험>이라는 짧고 귀여운 소설이 이 소설집을 엽니다. 장르물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독자도 용기를 내어 소설집에 도전할 수 있는, 친절한 배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끝 작품인 <메달리스트의 좀비 시대>도 마무리에 어울리는 것 같았고요.


편집자님도 고민하시고, 대표님도 고민하시고, 저도 고민하고 순서를 진짜 계속 바꿨어요. 그랬지만 <미싱 핑거…>는 항상 앞이었어요. <11분의 1>도 항상 앞쪽에 배치되었고요. 두 편 다 오프닝 느낌이어서 이 배치가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메달리스트의 좀비 시대>는 항상 끝이었어요. 끝이지만 희망이 있다는 느낌이 드는 소설이라, 다른 자리엔 배치가 안 붙더라고요.




<11분의 1>의 “너 그러다 망한다? 그렇게 원칙도 윤리도 없이 막살다가 망한다? 너 같은 놈들 때문에 지구가 끝난 거다?” 같은 대사가 좋았어요. 이 소설에서는 원칙, 윤리라는 단어가 개입되기 힘든 상상 바깥의 상황이 벌어지는데, 이 와중에도 원칙과 윤리를 말하는 주인공이 좋았고요. 정세랑 작가의 소설을 보면 이렇게 편들고 싶은 주인공을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평소에 늘 하고 싶은 말이 있잖아요. 그 소설은 상황 상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도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어요. 속았고, 나를 멀리 보낸다는데 뱃속부터 진심을 끌어내서 화를 내도되는 상황이 아닌가 했어요. 막말이긴 하지만, 저 대신 외치게 하니까 저도 좀 쓰면서 후련해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런 진심들이 있잖아요. 말로 하면 유난스럽다고 생각이 들어서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소설에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이 대사가 좋았던 게 원칙이나 윤리가 입으로 말하기엔 좀 어려운데, 그걸 실제로 말하니까요.


하지만 우주선 문이 닫힐 땐 할 수 있죠. “똑바로 살아.” 욕하듯이. 그런 느낌이었어요.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우주에 가서도 앞으로 잘못될 거 같지 않았어요. 


잘살 거 같죠 왠지 가서. 둘이서 얼음도 좀 파고 그러면서. 재밌게 잘 살 것 같았어요. 근데 정말 ‘기준 오빠’ 같은 사람은 열한명 중에 한명 정도 있잖아요. 다들 편법 좋아하고. (웃음)




유머러스한 상황, 설정들이 재밌었습니다. 인물들이 워낙 말을 재밌게 하고, 상황 자체가 재밌게 전개되는 부분이 있어요. 갑자기 헬기와 함께 등장한 석유 왕자라든지요.


헬기가 추락하고 이러죠. (웃음) 기본적으로 제가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다른 동식물 전체도 좋아하긴 하지만요. 제가 생각하기엔 사람들이 되게 아름다운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트럭이었던가, 봉고차였던가 기억은 나지 않는데 물에 빠지는 사고를 목격한 목격자가 바로 뛰어 들어가서 두 명을 구했대요. 이런 망설이지 않고 다른 모르는 사람을 구하는 사람들이 늘 뉴스에 나오는데요, 그런 상황들을 보면서 백퍼센트는 아닐지라도 희망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얘기를 좋아해서 주로 의인뉴스 좋아해요. (웃음)




인물 자체가 지닌 건강함, 유머러스함과는 달리 소설이 상상하고 있는 세계의 상황은 무척 심각합니다. “지구는 갖가지 종류의 폭력, 혐오, 재난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는 문장이 이 소설들이 바라보는 지금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혐오가 같은 범주로 놓여 있다는 것도 눈에 띄었고요.


물리적인 재난만큼 혐오도 우리를 다치게 하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 최근에 세상을 떠나서 너무 속상했거든요. 점점 더 혐오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왜 그럴까, 이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작가들도 악의에 노출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꽤 있는데요. 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작가들이 다치는 걸 보고 있으면 많이 속상해요. 속상해서, 서로에게 덜 폭력적인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고 특히 창작자와 향유자에게 어떤 안전장치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수들, 배우들뿐만 아니라 음악가들, 뭐 다 있겠죠. 집요한 악의에 시달리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모조 지구 혁명기>는 지구가 배제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우리’의 ‘정상성’이라고 할만한 어떤 요소들이 구경거리가 되고 배제의 상황이 되는 지점은 잘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그야말로 구경거리처럼, 놀이공원 모델처럼, 만들어보려고 생각하며 쓴 소설이라 작업이 재밌었어요.




<리셋>이라는 소설에서 무척 공감한 문장은 예전 문명이 생산한 콘텐츠에 대해 다음 세계의 사람들이 너무 폭력적이다, 더는 즐길 수 없다 말하는 부분이었어요. 2010년대의 일련의 이슈와 변화 이후 이전에 즐겁게 보던 어떤 문학작품, 드라마, 영화 등을 더는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고요,


저는 팔십 년대 미국 하이틴 영화를 좋아하는데요, 다시 보게 되면 깜짝 놀라요. 정말 귀여운 청소년물로 기억하고 있다가 다시 보니까 아시아인 조역이 너무 끔찍한 일을 당하고 있고 이런 거예요. 팔십 년대면 아주 먼 게 아닌데도 그 시대의 작품을 봐도, 되게 대중적이고 가벼운 영화를 봐도 이렇게 불편한데, 정말 이백년쯤 지나면 사람들이 지금 우리의 문명을 못 견뎌하겠구나 생각했어요. 소설 뿐 아니라 영화 등 모든 게 다 그렇게 느껴질 것 같아요.


제가 쓴 소설을, 5년 전에 쓴 소설을 고치기만 해도 난리가 아니에요. 그나마 고칠 기회가 있으면 다행인 거고요. 생각이 바뀌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다행이긴 하지만요.


작가의 말에서 하신 말씀처럼, 21세기에 우리가 즐거워하는 것들을 23세기쯤에 보면, 그들이 우리를 정말 얼마나 미워할까? 생각이 들어요.


미워할 거예요. 미국 시트콤에서 케이크를 만들었다가 통째로 버리잖아요. 쓰레기통에. 이 ‘음식을 버리는’ 모습에 대해 저는 한국인으로서 놀란단 말이에요. 그런 식의 놀람이 있겠죠. 23세기의 사람들은 한국 사람은 옷을 일년 입고 버렸대, 이런 것들에 놀라지 않을까요. 평범한 장면들도 아주 다르게 받아들여질 것 같아요.


이 소설집의 소설은 그런 디테일을 위한 소설이라서, 어쩌면 정통 SF 팬들은 재미를 덜 느끼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SF를 빌려서, 사실은 변해갈 감각에 대해 집중하는 소설이라서, 이야기 자체가 되게 새롭고 경이롭진 않을 것 같거든요. 토성 정도는 가지만 (웃음) 아주 우주 멀리, 그렇게 멀리 가는 이야기는 아니고, 우리 문명에 대해 말하고 있으니까요.


과학소설이지만, 물리학적인 발상이 핵심이라기보다는, 시선을 바꾸는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공간적인 시간적인 한계들이 있으니까. 이걸 우주 단위로 넓히게 되면 시선이 달라져서, 지구에 사는 우리도 놀이공원의 구경거리가 되고 그렇잖아요.


그렇죠. 각도를 틀어보는 그런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정세랑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렁이를 가장 잘 알아서 중요한 일을 맡게 되는 어린 여성 앤(<리셋>), ‘혐오’를 염려하는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수용자(<목소리를 드릴게요>), 메달리스트의 정윤의 몸을 멋있다고 말하는 승훈(<메달리스트의 좀비 시대>) 같은 인물들을 보면 안심하게 돼요. 정세랑 작가의 소설을 읽는 동안은 별안간,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향으로 소설이 전개되진 않을 거라는 믿음을 사실 갖고 있고요.


노력은 하는데 또 5년이 지나서 보면 어떨지 모르겠어요. 가치관이 정말 빨리 변해서, 신경을 쓴다고 썼는데도 나중에 보면 꼭 고치고 싶어져요. 이미 나간 책은 고칠 수가 없으니까요. 도서관 선생님들께서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 개정판을 꼭 사주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예전 버전으로 도서관에 있으니까 아쉽더라고요.

예전에 재밌었던 농담이, 내가 한 농담인데도 못 견디겠더라고요. 특히 한국이 그런 것 같아서, 실은 이 부분에는 좀 자부심이 있어요. 변화의 속도가 빠른 나라라는 점에는 우리가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아요.


 

 

<리셋>에서 낭비를 ‘폭력적’이라고 묘사하는 서술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과거의 풍요로움은 굉장히 기분 나쁜 풍요로움’이라는 문장도 그랬고요. <7교시>에서는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매일 몸을 병들게 하는 걸 먹었는지.’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환경에 대한 염려는 <지구에서 한아뿐> 같은 소설부터, 계속 말씀하고 계신 소재이기도 합니다.


과학소설 작가들과 함께 있으면 과학자와도 자주 만날 기회가 있거든요. 다들 너무 절망해계셔서, 전문가들의 위기감이 저에게도 좀 옮겨오는 것 같아요. 계속 대멸종이 오고 있다고 걱정하고 계시거든요. 지표들도 실제로 정말 나빠요. 전문가들의 그 위기감이 다른 사람들에게 안 퍼지는 것 같아서 이걸 공유하는 게 창작자들이 할 역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너무 심각하게 말하면 잘 전해지지 않을 테니까, 약간 코팅을 해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이 이야기가 낡으면 저는 기쁠 거예요.’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정세랑 작가가 생각하는, 요즘 가장 염려되고 경계하게 되는, 두려운 미래는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기후 위기가 오면 가난한 나라나 가난한 사람들이 더 타격을 크게 받을 거예요. 그 점이 정말 걱정돼요. 섬이 잠겨버리는 열대 나라의 모습처럼 아주 나쁜 형태로 나타나지 않을까요. 그 사람들이 탄소를 많이 배출한 게 아니잖아요. 부자 나라에서 배출한 피해를 제일 약한 사람들이 보게 되기 때문에, 위기가 불공평한 방식으로 올 거라는 게 걱정이 돼요. 한국은 이제 약한 나라가 아니잖아요. 한국 역시 경제 대국이고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라서 우리가 해친 것들이 전혀 엉뚱한 사람들에게 문제를 일으키면 어떡하나 걱정해요. 


태풍이 점점 강해지는 게 너무 무섭지 않나요? 그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될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런 점이 늘 매일매일 두렵고, 제가 조류 애호가기 때문에 새들이 사라지는 게 너무 무서워요. 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새들이 너무 적고요. 바닷속 고래나 거북이는 플라스틱 같은 것도 다 삼켜버리잖아요. 이건 먹으면 안 되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까요. 너무 아름답게, 수십만 년 동안 진화해놓은 걸 우리가 다 망치겠구나 생각해요. 과거에도 대멸종은 있었지만 지금의 진행속도는 그때보다 500배는 빠르다고 해서, 잠이 안 옵니다.



 

‘한 사람의 안쪽에서 벌어지는 일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소설들에선 계속 상황이 주어지고, 사건이 벌어져요. 인물들은 주어진 사건에 대해 반응하기 위해 움직이지, 자기 안에서 벌어지는 일 때문에 갈등하느라 움직이진 않는 듯했습니다. 이 점이 이야기를 보는 눈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장르소설 작가의 특성인 것 같아요.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아무도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뛰어 다니면’ 장르문학, ‘걸어 다니면’ 문단문학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저는 걷는 문학에는 큰 매력을 못 느껴요. 인물들이 뛰어다니고 해결하려고 하고 바꾸려고 하는, 그런 인물들에게 마음을 빼앗겨요. 그래서 저는 읽는 것도, 쓰는 것도 분주한 인물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독자분들도 이 소설들을 되게 잘 받아들여주시는 것 같아요. 갑자기 지렁이…? 그래, 지렁이, 음 그래. 하고 받아들여주시고요. (<리셋>), 도깨비랑 갑자기 씨름을? (<청기와주유소 씨름 기담>) 받아들여주시고요. 유머가 있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은데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주변 친구들 영향을 좀 받은 것 같아요.




단편이라 그 이후엔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해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후기의 <메달리스트의 좀비시대>의 정윤과 헬기 소리, 그 이후의 상황처럼요. 이 이야기들 중 뒷이야기를 덧붙여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어떤 이야기일까요. 혹시 지금 소개해주실 수도 있을까요.


<리셋>이나 <7교시>와 비슷한데 좀 다른 세계를, 올해 쓰게 될 것 같아요. 제가 관심 있는 주제여서요. 


(인터뷰를 하는 오늘도) 미세먼지가 정말 심하잖아요. 


먼지도 정말 큰일이죠. 전 세계적으로 인구를 줄이는 것밖에 답이 없을 것 같아서. 한국이 그런 면에서 되게 앞서가지 않나 생각해요. 사람이 많으면 원자력, 화력 발전소를 쓸 수밖에 없고, 대체 에너지로 이 많은 인구를 지탱할 수 있나? 생각이 들어요. 지금 출생률이 떨어지는 게 사회적 문제긴 하지만, 어쩌면 나쁜 상황이 아니라 앞서가는 상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저도 제 친구들의 아기를 보면 물론 너무 좋지만, 산호초가 죽어가는 이 세계에 어떻게 태어날 수 있을지 생각하면 걱정이 되기도 해요. 야생동물을 생각하면 인간이 자리를 양보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고요. 제가 좋아하는 새와 물고기들에게 세계를 양보하고 싶습니다.




2020년대, 함께 읽고 함께 성장하고 싶은

 

외국 작가와 한국 작가 모두 포함해 좋아하는 장르 소설가를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작년이랑 올해는 어슐러 르 귄의 번역된 소설을 다 읽는 시기였어요. 예전에는 한두 권 읽고 미뤄뒀었는데, 이상하게 요즘 잘 읽히더라고요. 전작을 연이어서 읽었어요. 공포소설가중 마이클 코리타를 좋아해요. 정말 너무 잘 쓰는 작가 같고, 우리나라에서 큰 사랑을 못 받아서 좀 아쉬워요. <죽음을 보는 눈>을 추천받아서 읽었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되게 젊고 새로운 감각으로 공포소설을 써서 제 마음속에선 ‘넥스트 스티븐 킹’이다, 생각하고 있어요.


존 스칼지의 새로 나온 상호의존성단 시리즈도 너무 좋아서, 오늘의 SF에 리뷰도 썼었거든요. (정세랑 작가가 쓴 <타오르는 화염>에 관한 리뷰가 <오늘의 SF>에 실려 있습니다.) 그 삼부작이 되게 동시대적이고 좋은 것 같아요.


소설가로서 제 궁극적인 꿈은 미야베 미유키님처럼 되는 거라서, 항상 다 챙겨보고 있어요. 장르도 많고, 다양하고, 다작이고 다양한 색깔로 Tm는 작가잖아요. 한마디로 규정되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추리소설만 혹은 판타지만, 어떤 소설만 쓴다고 라벨을 붙이기 어려운, 그런 작가가 되고 싶고 그런 소설을 좋아합니다.


여러 장르의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데요, 한국 SF 작가 연대가 생긴 이후로 점점 더 좋은 작가님들이 많이 나타나실 것 같아요. 아직 책으로 묶이지 않은 작가의 작품도 열심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목소리를 드릴게요>를 읽고 같은 염려를 하게 되었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 싶은 책이 있다면.


이 책에 실린 후기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주 : <7교시>의 후기에 이 책의 영향을 받아 쓰게 되었다고 실려 있습니다 ) <지구의 절반>이 정말 좋은 책이었어요. 그 책을 같이 읽어주시면 어떨까 합니다.












넷플릭스의 <보건교사 안은영> 방영, 새 연재 등 준비 중이신 일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2020년 계획이 궁금합니다.


올해는 장편소설을 무사히 연재를 끝내고, 정말로 에세이를 써야 해요. 에세이 쓴다고 3년 전부터 말했는데 이젠 너무 민망해서 정말로 에세이를 쓸 거고, 드라마 쓰러 다시 또 가야 될 것 같아요. 자세를 계속 바꾸면서 재밌는 시도를 많이 해보려고 해요. 2020년대엔 예전에 하지 못했던 일들에 부딪쳐보면서 다양한 이야기 매체로 찾아뵙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소설을 쓰는 게 에세이를 쓰는 것보다 더 수월하시죠?


예, 소설이 더 쉽습니다. (웃음) 에세이 작가들과 소설 작가들의 의견이 갈리더라고요. 소설작가들은 에세이를 너무 쓰기 어려워하고, 반면에 에세이 작가는 소설을 어떻게 쓰냐고 하고요.


소설은 바깥으로 뻗어가는 느낌이 있고, 에세이는 자기 얘기를 안에서 끄집어내는 느낌이 있죠.


예. 산문이라서 같은 인접 장르처럼 보이지만 각도가 아예 달라서 어렵더라고요. 미뤄왔는데 정말 써야할 것 같아요. 여행 에세이를 쓰려고 하고요, 여행에서 뻗어 나와서 이것저것 생각하는 에세이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정세랑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팬덤’이라고 불리는 게 아주 어색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알라딘 독자에게, 팬들에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너무 아껴주셔서 얼떨떨하기도 해요. 더 잘하고 싶고요. 정말 큰 사랑을 주시는 거 같아요. 제 책을 한 권 사시는 게 아니라, 주변에 세 번 네 번 선물하시고 하더라고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2010년대를 지나며 혼자 쓴다는 생각을 버린 지가 좀 된 것 같아요. 읽고 들려주시는 어떤 감상들이 다음 작품에 스며들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 해주시면 제가 또 스며든 것들로 다음 걸 열심히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너무 기이한 10년이었어요. 저처럼 굴곡 있게 성장한 작가가 드물다고도 얘기를 들었거든요. 보답으로 읽을거리를 많이 많이 생산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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