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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번역

이름:박병화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직업:전문번역가

최근작
2024년 3월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행운의 법칙>

종이

‘구텐베르크 시대’라는 개념에는 인쇄기와 인쇄된 책을 근대 미디어 이론의 원근법적인 기준점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이 책에서는 종이가 어떻게 서구문명의 기본 소재가 되었는지, 흔히 구텐베르크 시대로 알고 있는 시대 공간에서 종이의 핵심적인 지위가 어떻게 세계적으로 확대되었는지 등 제지기술의 역사에 대한 모든 담론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한다. 전달매체의 기원이라고 할 구텐베르크 시대는 그것을 종이시대에 포함시킬 때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 전자종이가 아날로그 종이와 경쟁을 시작한 최근 수십 년간의 과도기까지도 잘 알 수 있다. 요즘에는 전자매체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디지털화의 인프라 구조로 인해 구텐베르크 시대뿐 아니라 종이시대가 동시에 변하고 있다는 통찰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 종이에는 다층적으로 인간과 인연을 맺은 역사가 담겨 있다. 우선 르네상스 이후 정치적인 격동기마다 정보의 전달과 보존매체로서 발전을 거듭한 정치적 측면이 있다. 또 부기와 어음?지폐?주식?게임용 카드 등 경제적인 측면이 있고, 신문과 잡지를 중심으로 하는 정기간행물의 기본 소재로서의 사회적 측면이 있다. 이런 통찰을 바탕으로 바라본 종이의 역사는 아널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와는 또다른 의미에서 물질과 인간정신의 상호영향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판단은 카라바체크, 고이타인, 페브르, 브라이트코프, 브로델, 발레리 등 열거하기에 너무 많을 정도로 엄청난 참고문헌을 통해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문학에 나타난 종이의 본질과 인간과의 연관성을 각국의 대표적인 문학작품을 통해 분석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세계문학사이자 탁월한 문학비평이라고도 할 수 있다. 라블레의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괴테의 《파우스트》,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에 담긴 종이세계는 인간의 지적ㆍ사회적 삶의 동반자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칼라일, 슈티프터, 장 파울, 찰스 디킨스, 허먼 멜빌에서부터 제임스 조이스, 휘트먼, 하인리히 만, 발터 베냐민을 거쳐 윌리엄 개디스와 인터넷 작가인 최근의 라이날트 괴츠에 이르기까지 매체의 기능이 아니라 종이의 물질성 자체가 얼마나 인간의 생존과 필수불가결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논증한다. 발자크의 《잃어버린 환상》이나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에서 독자는 《미메시스》(에리히 아우어바흐)의 “서구문학에 나타난 현실의 재현”이라는 측면에서 전개된 미디어 혁명을 실감할 것이다. 이런 문학적 분석에는 당연히 근대문학이 문학 자체의 자극적 요인 외에 역사의 탁월한 기록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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