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재산권 같은 건 없다. - 장 뤽 고다르 이 표현이 겸연쩍기는 하지만 나는 해적이다. 내가 하는 일들은, 누군가는 법외 행위라고 포장하기도 하지만 법적으로 따져 본다면 명백히 불법적인 일들이다. 가령, 나는 비공개 영화 토렌트 사이트 카라가르가(Karagarga)에서 사람들이 요청하는 영화 자료들을 구해서 업로드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람들이 요청하는 영화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작품들이 많고, 그런 영화들을 구하기 위해 해외의 중고 시장을 찾아보거나, 이런저런 아카이브에 직접 방문해 보안의 허점을 찾거나, 심지어는 극장에 방문해서 상영되는 화면을 휴대폰으로 몰래 찍어 ‘캠버전’을 제작하거나 하는 여러 가지 밀수 행위들이 개입한다. 나는 고소의 위험 때문에 이 모든 행위를 소상히 밝힐 수는 없지만, 내가 이런 방식으로 밀수한 몇몇 영화들은 나로 인해 세상 바깥에 실상 처음으로 소개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작품들도 존재하고, 우부웹(UbuWeb)과 같은 세계적인 아방가르드 아카이브 사이트에서 내가 업로드한 영화들을 역으로 밀수해 가기도 했다는 점 정도만 언급해 두겠다."
영화도둑일기. 한민수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