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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 걸 여수 평화를 나누는 그림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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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삶, 삶의 과학, 과학의 사랑"
랩 걸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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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널리 알려진 식물학자는 여전히 <마션>의 마크 와트니겠지만, 가장 매력적인 식물학자의 자리는 이제 호프 자런에게 양보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마존 선정 최고의 책, <스미소니언 매거진> 선정 최고의 과학책에 오르며 화제를 모은 <랩걸>의 주인공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실험실에서 자신과 연구 대상과 그로부터 퍼져나가는 세계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나무가 차곡차곡 자라듯 공들여 기록하고 씨앗이 싹을 틔우는 모습을 포착하듯 예민하게 잡아낸다.

씨앗이 나무로 자라고, 나무가 숲을 이루는 과정에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일까.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고,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나이테 속에서 지난 세월의 바람과 햇살을 읽어내듯, 인간에게서도 삶과 사랑의 흔적을 되짚을 수 있을까. 객관성과 합리성으로 무장한 듯 보이는 과학의 세계에서 엄마로서 그리고 여성 과학자로서 겪은 편견과 차별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뒤죽박죽 섞인 듯 보이는 물음들이 나무의 삶, 삶의 과학, 과학의 사랑 속에서 한데 포개진다. 과학자로서, 인간으로서, 생명으로서 다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는 증표 같은 이야기다. - 과학 MD 박태근
이 책의 첫 문장
이 세상에서 계산자만큼 완벽한 물건은 없을 것이다.

책 속에서
시간은 나, 내 나무에 대한 나의 눈, 그리고 내 나무가 자신을 보는 눈에 대한 나의 눈을 변화시켰다. 과학은 나에게 모든 것이 처음 추측하는 것보다 복잡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을 발견 하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레시피라는 것을 가르쳐줬다. 과학은 또 한때 벌어졌거나 존재했지만 이제 존재하지 않는 모든 중요한 것을 주의 깊게 적어두는 것이야말로 망각에 대한 유일한 방어라는 것도 가르쳐줬다.(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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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지만, 결승점이 아니라 출발점입니다"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리아 페이- 베르퀴스트·정희진 외 62인 지음, 김지선 옮김, 알렉산드라 브로드스키 & 레 /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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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다. 어느 정도 타당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도대체 어떤 세상을 만들자는 거냐. 노력은 알겠으나 아직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한 모양이다. 완벽하게 정리된 설계도를 갖고 그에 맞춰 부품을 조립하듯 완성된 세계를 그리자는 게 아니다(솔직히 말해 당신이 만들어 살고 있는 세계는 그러한가). 말해지지 않았거나 말해질 수 없었거나 말해졌지만 들려지지 않았던 각자의 세계를 나누자는 말이다.

원하는 세계를 드러낼 때면 이기적이라 비판을 받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철부지 취급을 당하기 일쑤였던 페미니스트들이, 솔직하게 말하자면 우리는 훨씬 많은 걸 원한다며 상상하던 세계를 말하기 시작한다. 결혼 제도는 유지될 것인지, 몸과 외모에 대한 편견은 사라질 것인지, 젠더의 제약이 없다면 스포츠에서 성별 구분 없는 동등한 경쟁은 가능할지. 질문이 구체적일수록 상상은 현실과 밀접해지는데, 결국 오늘 해결할 과제가 무엇이고 내일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느 쪽인지가 드러난다. 혹시라도 상상이 현실이 될까 염려하시는 분들께 미리 말씀드리자면, 여기는 결승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상상도 못 할 변화가 눈앞에 와 있을지도 모른다. 변화는 상상에 비례하는 법이니까. 부디 잘 적응하시길, 그보다는 더불어 함께하시길 기원할 따름이다. - 사회과학 MD 박태근
이 책의 첫 문장
국토 횡단 자동차 여행을 시작한 지 3주째가 된 2000년의 어느 소름 끼치게 습한 8월 저녁, 나는 사우스다코타 주 래피드 시티의 전화박스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 책의 한 문장
페미니즘이 한창 잘 나가고 있지만, 아직 우리는 내일 필요할 것을 생각하기는커녕 당장 위기에서 숨 돌릴 틈도 없다. 가부장제와 끊임없이 술래잡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슨 재주로 그런 큰 꿈을 꾸겠는가? 지금 당신의 손에 들린 이 책은 바로 이런 의문들을 불쏘시개 삼아 태어났다. 에세이, 이야기, 시, 시각예술 등을 망라한 작품 64편은 당신의 페미니즘을 위한 창조적 상상력을 먹여 살릴 양식이다. 당신이 꿈꾸는 페미니즘에 우리가 불을 지필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가 다 함께 야심만만하고 자기중심적인 욕심쟁이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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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를 사랑할 수밖에 없음을"
여수
서효인 지음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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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파르티잔'(<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2010)>)은 한때 '세계대전'(<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2011)>)을 꿈꿨다. 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인 서효인이 6년 만에 발표한 세번째 시집. 여수에서, 불광동으로, 강릉에서 양화진으로, 연희동에서 송정리로, 시는 장소를 옮기며 생각을 잇는다. 떠돎, 혹은 이동은 필연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전제로 한다. 물리적인 공간과 공간의 이동 사이, "역마살이 도질까 시간을 뭉개고 앉는" (해로운 자세 中) 동안도 무심하게 시간이 흐르고 장소에 관한 정념은 어느새 기억이 된다.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 도시를 / 사랑하게 된 날이 있었다" (여수 中) 그 도시에 관한 기억은 선명하다. 비를 머금은 공장에서 내뿜는 푸른 연기, 바다가 풍기는 살냄새, 버스의 진동, 시커먼 빨래, 끝이라 생각한 곳에서 다시 나타난 바다, 그리고 길, 마침내 여수. 차곡차곡 감각이 쌓이고, 여자를 닮은 도시는 기억이 된다. 출근길 만원 버스에서의 나와 1968년의 무장공비 김신조가 함께 지났을 자유로. 찢어진 선거 벽보가 있었고, 할아버지가 죽었고, 내가 자주 토악질하던 벽이 있던 송정리. 다층적인 기억이 겹치고, 우리가 함께, 혹은 홀로 걸었던 길들도 엇갈리고 이어진다. 당신의 장소와 나의 장소는 다르다. 그렇게 기억하는 동안, 오래 물고 삭여야 했던 것들이 어느새 더듬더듬 시가 된다.
- 시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 도시를 사랑하게 된 날이 있었다

책속에서
아버지는 약속 장소에서 조금 비켜서서 구부러진 자세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연기가 그의 뒤에 있던 주유소로 흘러갔고, 나는 그런 것이 불만이었다. 비겁한 방식의 사랑.
(중략)
사내는 공업 도시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빈 공장에서 경비 일을 한다. 덜 익은 컵라면처럼 교대 근무를 선다. 사내는 입시 학원에 취직해 공업 도시에 가지 않는 법을 가르친다.

(평택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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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초등학생들이 나눈 우정의 기록"
평화를 나누는 그림 편지
배성호.요시다 히로하루 지음 / 초록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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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그린 그림엔 보는 사람을 착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자기 자신을 스스럼없이 내보이는 순수함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초등학생들이 2011년부터 5년 동안 그림 편지를 주고 받았다. 글과 그림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평화에 대한 생각을 표현했다. 바다를 건너 한국과 일본을 오간 이 특별한 편지 교환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한국과 일본이 오랫동안 풀지 못하고 있는 역사적.정치적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편견 없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교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출발점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초등학교에서 각각 아이들을 가르쳐온 배성호 선생님과 요시다 히로하루 선생님이 뜻을 모았다.

한국와 일본의 아이들은 편지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서로 닮은 구석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고 재미있어 한다. 각 나라의 새로운 문화를 배우며 설레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하기도 한다.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친구가 되어 서로를 위하는 길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평화로운 미래를 만드는 시작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편지를 쓴 아이들도 읽는 우리들도 모두가 안다. 타인과 마음을 주고 받는 것이 얼마나 근사한 경험인지, 그것을 시작으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멋진 일들을 함께 해낼 수 있는지. 다음 세대를 위해 필요한 어른의 역할은 이렇게 좋은 친구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충분한지 모른다. 아이들의 순수함이 기적을 가져올 수 있기를 바래본다. - 어린이 MD 이승혜
추천의 글
일반적으로 한국의 역사 교과서에는 일본의 침략 사실이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시험에 나오니 학생들은 그것을 열심히 공부합니다. 그러면서 일본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도 함께 커 갑니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대체로 그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알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일본을 비판하는 데만 익숙한 한국 아이들과 한국에 대해 무관심한 일본 아이들이 성장해서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지 교류는 한국과 일본 아이들에게 무척이나 소중한 경험입니다. 한국과 일본 사람들이 서로의 문제점을 들춰내며 비판하는 일은 많지만,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일은 드물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편지에 하루 생활, 취미, 좋아하는 캐릭터 등 소소한 이야기를 담기도 하고, 자신의 꿈이나 평화처럼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이웃으로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는 동안 과거의 불행했던 일들도 알게 되고, 그런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할 수 있습니다. - 박범희(중앙고등학교 교사, 한일역사교류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