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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희지의 세계 자기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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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개인주의"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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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는 서구 근대사회의 구성 원리를 가져와 민주주의 국가를 이뤘다. 이곳에서 개인주의자임을 선언하는 건 당연히 의미 중복이다. 그런데 헌법에 쓰인 글귀보다 훨씬 가까운 각자 경험과 주변 현실을 돌아보면 어떤가. 한국사회의 강력한 집단주의 성향 속에서 헌법이 말하는 개인은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했으니,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의 사회를 말하는 일은 여전히 선언일 수밖에 없겠다.

저자는 현직 부장판사다. 세상에서 회식과 명절을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라 말하면서도 투사가 되기보다는 그럭저럭 연기를 잘해왔기에 오늘에 이르렀다고 고백하는 진솔함이 판사라는 직업과의 거리감을 좁힌다. 아마도 합리적 개인을 전제하는 법의 세계에서 오래 일했기에 그가 느끼는 이론과 현실의 간극이 더욱 크지 않았을까 싶다. 여기에 법의 논리에 포획되지 않는 세상살이, 사람살이의 현장을 합리적 개인주의의 맥락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해지니, 비로소 세상이 불편했던 까닭이 보이고, 그런 세상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는 방법도 깨닫게 된다. 한국사회가 아직 가닿지 못한 길이라 괜시리 마음이 조급해진다. - 사회과학 MD 박태근
이 책의 첫 문장
나도 그저 이런 생각으로 산다.

이 책의 한 문장
난 가끔 대나무숲에라도 가서 마음속 구석에 쌓인 외침을 토해내고 싶을 때가 있다. 이놈의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려면 견뎌야 하는 것들이 지긋지긋하게 싫다고 말이다. 눈치와 체면과 모양새와 뒷담화와 공격적 열등감과 멸사봉공과 윗분 모시기와 위계질서와 관행과 관료주의와 패거리 정서와 조폭식 의리와 장유유서와 일사분란함과 지역주의와 상명하복과 강요된 겸손 제스처와 모난 돌 정 맞기와 다구리와 폭탄주와 용비어천가와 촌스러움과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기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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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나의 영혼을 견딜 수 없었다"
희지의 세계
황인찬 지음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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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들은 지금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김수영을 쓰고 있다. 2012년 <구관조 씻기기>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황인찬의 신작. 아이돌 스타와 만화 주인공과 개와 연인들. '이카리 신지'의 포즈로 종로거리를 거닐면서도 그들은 여전히 대결중이다. '시를 쓰는 자신의 영혼을 견딜 수 없어 하는 젊은이, 동시에 시라는 아이를 너무나 좋아해 버린 시인' 그들은 눙치고 삭이며 여전히 시를 읊는다.

"내가 잘못했어요 잘할 수도 있는데 안 그랬어요 / 잘할 수도 있지만 잘못하기로 했어요 그냥 멍 짖어요" (멍하면 멍 中)하는 태도로, 한편으론 "너는 이제 거의 시인처럼 보인다 너는 슬픔이 인생의 친척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너는 이제 시인처럼 보인다 中)하는 태도로. 젊은 김수영들은 그렇게 이 시간을, 아무 것도 또렷해지지 않는 때를 걸어갈 것이다. 아름답고 외롭고 슬프고 박력있는 세계에서, 패배한 채 떠돌면서도 계속 걸어갈 것이다. - 시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멍하면 멍 짖어요 / 내가 좋아하는 나의 작은 새가요

이 책의 한 문장
그럼에도 여전히 거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그런 것이 우리의 소박한 영혼을 충만하게 만들 것이고, 우리는 추위와 빈곤에 맞서는 숭고한 순례자가 되어 사랑을 할 거야 아무도 모르는 사랑이야 그것이 너무나 환상적이고 놀라워서, 위대하고 장엄하여서 우리는 우리가 이걸 정말 원했다고 믿겠지 그리고는 신적인 예감과 황홀감을 느끼며 그것을 견디며 끝없이 끝도 없이 이 거리를 걷다가 걷고 또 걷다가 그러다 우리가 잠시 지쳐 주저앉을 때, 우리는 서로의 눈에 담긴 것을 보고, 거기에 담긴 것이 정말 무엇이었는지 알아 버리겠지 그래도 우리는 걸을 거야 추운 겨울 서울의 밤거리를 자꾸만 걸을 거야 아무래도 상관이 없어서 그냥 막 걸을 거야 우리 자주 걸을까요 너는 아직도 나에게 다정하게 말하고 나는 너에게 대답을 하지 않고 이것이 얼마나 오래 계속된 일인지 우리는 모른다 - 종로사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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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성을 지키는 삶의 방식, 자기 결정"
자기 결정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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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로 한국에 알려진 페터 비에리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소설가뿐 아니라 철학자로도 잘 알려진 석학이다. 그의 철학 저작은 삶과 존엄을 중심으로 하는 3부작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지난해 번역된 <삶의 격>이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제대로 묻고 이해하지 못한 존엄성의 의미를 다뤘다면, 3부작 가운데 두 번째라 할 이번 책은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으로서 자기 결정을 제시한다.

자기 결정은 복잡한 개념이 아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자기 인식’을 바탕으로, 다른 이와 어떻게 관계 맺을지, 스스로 어떤 신념을 갖고 살아갈지를 결정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이다. 그는 소설가답게 이 과정에서 문학의 역할을 강조한다. 인간이 삶을 이끌어가는 다양한 모습을 살피고 그런 삶에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문학이라는 여유로운 가능성의 장에서 가능하다. 여기에서 그가 강조하는 개인의 정체성이 문화적 정체성임을 알 수 있다. "타고난 것들은 결정할 수 없지만 어떻게 살아갈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말도 이 맥락에서 살펴야 오해가 없겠다. 결국 삶은 스스로 써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 인문 MD 박태근
이 책의 한 문장
우리에게는 문학이 있습니다. 문학은 어떻게 우리에게 도움이 될까요? 읽기와 쓰기가 자기 결정력을 습득하는 데에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요? 문학작품을 읽으면 사고의 측면에서 가능성의 스펙트럼이 열립니다. 인간의 삶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를 알게 되는 것이지요. (중략) 문학작품을 읽음으로써 이러한 현상이 어떻게 생성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깊어가는 것은 자기 결정을 추구하고,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자문하는 사람에게 결정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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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해결되지 않은 살아 있는 역사"
평화의 소녀상
윤문영 글.그림, 이윤진 옮김 / 내인생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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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문제이며 또 다시는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함을 전 세계에 전하고자 기획된 그림책. 미국에 9개, 일본에 1개 그리고 우리나라에 24개가 세워져 있는 '위안부 기림비'와 '평화의 소녀상' 건립의 의미를 소개하고, 소녀상이 주는 평화의 메시지를 호소력 있게 담아냈다.

서양화가이자 CF감독, 영화감독으로 활동해온 윤문영 작가가 글과 그림을 그리고, 영문을 함께 실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로 끌려가 일본 군인의 성 노예 생활을 했던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을 통해 역사의 진실을 보여 주고, 전쟁의 반성을 촉구하고자 하는 책이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 속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차디찬 의자에 앉아 있는 소녀가 있어요. 입을 꼭 다문 채, 눈을 똑바로 뜨고 건너편 일본 대사관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작은 소녀가 있어요. A girl sits on a cold, cold chair, no matter how much it rains or snows. A small girl with pursed lips and eyes wide open, staring straight at the Embassy of Japan across the road.

거칠게 잘린 소녀의 머리카락은 거짓말에 속아 마치 생가지 자른 듯 그것도 싹둑 잘려 강제로 끌려간 걸 상징해요. The girl's uneven hair, crudely cut like a fresh bud snipped off after being deceived, suggests that she was taken away by force.

해맑은 눈망울에 동글납작 귀여운 얼굴은 열여섯 꽃다운 소녀답지요. 하지만 단호하면서도 굳은 의지가 오롯이 담겨 있어요. The cute face, slightly flat and round, is that of a wide-eyed 16 year-old girl dreaming. But her face also shows strong will.

소녀의 어깨에 앉아 있는 작은 새는 아픈 세월에 몸부림치다 세상을 등진 할머니들과 현재의 우리를 이어 주지요. The Small bird on the girls shoulder connects us in present with the grandmothers who passed away after wailing sadly about their painful li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