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파수꾼 시의 힘 첫사랑 쟁탈기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앵무새 죽이기>는 이 소설의 프리퀄이었다"
파수꾼
하퍼 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열린책들
장바구니 담기자세히 보기100자평 쓰기
곡절 많은 소설이었다. 현재까지 단 한 편의 소설만 발표했던 하퍼 리의 숨겨진 작품이 등장했다는 소설 같은 이야기도 그렇거니와, 마침 그렇게 발견된 작품이 <앵무새 죽이기>와 이어지는 내용이라는 점도 마치 일부러 짜맞춘 이야기 같다. 지난 수십 년간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이 소설이 아니었다면 <앵무새 죽이기>가 태어나지 못했을 거라는 점도 그렇다. 하퍼 리의 <파수꾼> 초고를 읽은 편집자가 좀더 시점을 달리한 작품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그에 따라 시대 설정과 등장인물의 연령을 바꾸어 새로 쓴 작품이 바로 <앵무새 죽이기>였던 것이다.

이렇게 하퍼 리 최고의 영광이자 이후 자신을 영원히 옭아매게 될 걸작을 탄생시킨 <파수꾼>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다. 하퍼 리가 좀더 젊었을 때 쓴 조금 더 뜨거운 소설이다. <앵무새 죽이기>와 이어지는 이야기지만 소소한 설정 상의 차이가 있으며, 출간을 염두에 두고 이후에 개고한 바가 없었기 때문에 이는 납득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차이점이 존재하는 게 되려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하퍼 리의 담당 변호사가 했다는 말처럼 두 작품을 각각 하나의 독립된 소설로 읽기에도, 아니면 이 작품을 <앵무새 죽이기>의 다른 버전으로 읽기에도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 소설 MD 최원호
이 책의 한 문장
나는 눈을 뜬 적이 없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려 한 적이 없다. 얼굴만 살짝 봤을 뿐이다. 완전히 눈이 멀었다, 돌처럼……. 스톤 목사. 스톤 목사는 어제 예배에 파수꾼을 세웠다. 그는 내게 파수꾼을 세워 주었어야 했다. 손을 잡아 이끌어 주고, 매 정시마다 보이는 것을 공표해 주는 파수꾼이 나는 필요하다. 이 사람이 이렇게 말하지만 실제로는 저것을 의미한다고, 가운데 줄을 긋고 한쪽에는 이런 정의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저런 정의가 있다고,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해 줄 파수꾼이 나는 필요하다.

북트레일러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시, 오늘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격려의 언어"
시의 힘
서경식 지음, 서은혜 옮김 / 현암사
장바구니 담기자세히 보기100자평 쓰기
서경식의 글을 꾸준히 읽은 이라면 <시의 힘>이란 제목이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할 텐데, 그는 어린 시절부터 글로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1학년 조국을 처음 경험하고서는 그 기억을 시로 적어 자비 출판으로 시집을 만들기도 했다. 지금 그가 시인으로 불리지는 않지만, 그는 그 시절 어딘가에서 자신의 시를 읽고 공감해줄 미지의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문학 하는’ 의미를 깨닫는다.

그는 이와 겹쳐서 동아시아 근대의 흐름에서 ‘시의 힘’을 발견한다. 루쉰을 필두로 한용운, 윤동주, 박노해, 최영미가 승산과 효율성과는 무관한 시인의 일을 증명하고, 그들이 그때 부른 시가 소외되고 상처 입은 현실을 노래하는 시임을 확인한다. 그는 시와 문학에 힘이 있는지 되물으면서도 이 시대야말로 어느 때보다 그 힘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시대가 요청하는 자기 역할을 완수하고 그 과제를 공유하는 이들과 연대하고자 하는 그의 시, 문학론은 그의 삶과 글에서 이미 자기 증명을 마친 게 아닐까. 더불어 그가 전한 저항과 격려의 언어가 오늘의 숱한 독자를 흔들어 깨우는 건, 앞서 던진 물음 '시에 힘이 있을지'에 대한 답이라 하겠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서경식에게 진정한 시란 패배할 것임을 예감하면서도 쓰지 않을 수 없는 어떤 운명적인 정서, 길이 있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길도 보이지 않지만 그대로 갈 수밖에 없는 태도와 함께하는 것이다. (중략) 시를 유희나 실험, 아름다움의 향연으로 보는 태도도 물론 필요하다. 또한 과거와는 달리 시와 문학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바뀌었다는 점도 일면 수긍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구 상의 어떤 사회보다도 극심한 경쟁 속에서 무수한 패배자를 양산하는 한국 사회, 소수자의 아픈 상처가 켜켜이 배어 있는 한국 사회에서 ‘시’에 대한 서경식의 관점은 충분히 뜻깊고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권성우, 문학평론가)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10년차 카피라이터가 기록한 삶의 순간들"
모든 요일의 기록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장바구니 담기자세히 보기100자평 쓰기
같은 구절을 수백 번 읽어도 고스란히 잊어버리는 능력을 갖추었으나 엄연히 10년차 카피라이터 김민철. 기억이라는 능력을 상실한 대신 '성실'이라는 능력을 얻은 그녀는 읽고서 쓰고, 보고서 쓰고, 듣고서 쓰고, 경험하고서 쓴다. 그러니까 그녀는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책을 읽은 경험들을 머리가 아닌 온몸에 '기록'하는 것이다.

<모든 요일의 기록>은 한 줄의 문장을 짓기 위해 수없이 읽고, 듣고, 보고, 돌아다닌 지난 11년에 관한 기록이다. 책을 통해 사람을 배우고, 감정을 배운 순간들, 몸의 감각을 열어준 음악들, 필름 카메라를 통해 바라본 세상의 모습들의 이야기, 그리고 11년째 호흡을 맞춰온 박웅현 CCO와의 에피소드가 차진 문장으로 펼쳐진다. 카피라이터이자 아내이자 딸인 그녀가 '기록'을 통해 이해한 세상에 관한 매력적인 이야기는 깊은 공감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 에세이 MD 송진경
이 책의 첫 문장
독서 환경에 관해서라면 나는 삼면이 책으로 둘러싸인, 사시사철 넉넉한 읽을거리들이 쏟아지는 천혜의 환경에서 살고 있다.

이 책의 한 문장
쓴다는 것은 나에게 무슨 의미일까. 아빠의 장례식장에 가면서 본능적으로 가방에 일기장을 챙겨 넣은 건 무슨 이유였을까. 나는 읽고서 쓰고, 보고서 쓰고, 듣고서 쓰고, 경험하고서 쓴다. 뛰어난 문장가도 아니면서, 그럴듯한 시나 소설이나 에세이를 쓰는 것도 아니면서 나는 쓴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쓴다. 쓰고서야 이해한다. 방금 흘린 눈물이 무엇이었는지, 방금 느낀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왜 분노했는지, 왜 힘들었는지, 왜 그때 그 사람은 그랬는지, 왜 그때 나는 그랬는지. 쓰고 나서야 희뿌연 사태는 또렷해진다.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상큼발랄 주도면밀, 13살의 사랑"
첫사랑 쟁탈기
천효정 지음, 한승임 그림 / 문학동네
장바구니 담기자세히 보기100자평 쓰기
영악한 깍쟁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본능에 충실한 쎄라, 그녀의 마음을 단숨에 훔쳐놓고 호락호락 넘어오지 않는 엉뚱 매력남 명구의 상큼발랄 로맨스. 제1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삼백이의 칠일장>, 제2회 비룡소 스토리킹 수상작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로 주목 받아온 천효정 작가의 신작 장편동화다. 한 남자를 동시에 좋아하는 여자아이들의 암투가 벌어지는, 초등학교 6학년 교실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본다.

모두에게 사랑 받는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표정 하나 말 한마디까지 치밀하게 계산해서 움직이는 주인공, 각자 바람을 피우면서도 완벽한 가족을 연기하느라 바쁜 쇼윈도 부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남의 눈 신경 쓰느라 정작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세태에 대한 풍자가 있다. 그리고 그리고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관계에 대한 가슴 찡한 성찰이 있다. 작가 천효정이 장르와 소재를 가리지 않는 타고난 이야기꾼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재미있는 동화책이다. - 어린이 MD 이승혜
이 책의 한 문장
“근데..., 갑자기 다니엘이... 이유도 없이 그만 사귀재.” ... “그래? 짐작 가는 일 없어?” ... 서다니엘은 표예린이 이용 가치가 없어졌다고 판단되자 곧바로 예린이를 버렸다. 이런 녀석은 나중에 나쁜 남자가 될 확률이 98퍼센트다. 예린이를 위해서도 일찌감치 헤어지길 잘한 거다. “없어! 그러니까 더 답답해 죽을 것 같아. 어쩜 그렇게 나에게 잔인할 수가 있지?” 표예린은 결국 눈물을 주룩주룩 쏟았다. “날 좋아하기나 한 걸까? 나는 아직도 걔만 보면 가슴이 터질 것 같은데. 도대체 걔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