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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 벚꽃, 다시 벚꽃 어나더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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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자는 입이 있어도 말을 할 수 없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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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 맨스플레인이 화제다. 남자들이 무턱대고 여자들에게 아는 척 설명하려 드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인데, 미국에서는 2010년 <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단어로 꼽혔고, 2014년에는 <옥스퍼드 온라인 영어사전>에 실리기도 했다. 신조어라지만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시집살이하려면 벙어리 삼 년 귀머거리 삼 년 해야 한다”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 오랜 세월 여러 문화권에서 미풍양속으로 통용된 모습이기도 하다. 여성에게 말할 권리를 주지 않고, 그들의 앎이 인정받을 권리를 주지 않는 이런 행태는 역사에서 여성이 사람으로 등장하면서 잘못된 관행으로 여겨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장면이다.

리베카 솔닛은 많은 이가 잠시 멈춰 웃고 지나갈 법한 이런 장면 뒤에 가려진 차별과 억압을 드러내며, 오늘날 여성이, 그러니까 인류의 절반이, 당연히 인류 모두가 처한 권력과 위계의 거미줄을 걷어낸다. 거미줄에 얽혀 침묵할 수밖에 없던, 실종된 것처럼 여겨지던, 숨 죽이며 삭제되어가던 여성의 현실이 오늘날, 아니 지금도 벌어지는 숱한 폭력과 사건에 얽혀 하나 둘 드러난다. 솔닛은 고발과 해석을 넘어 앞선 거미줄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펼칠 거미줄의 가능성을 전한다. 페미니즘이란 말이 열어젖힌 세계는 판도라의 상자처럼 다시 닫히지 않을 것이며, 그 길에는 수많은 남자와 여자 그리고 그보다 다양한 젠더의 사람들이 함께할 거란 희망이다. 물론 희망이 쉽게 현실이 되리란 장밋빛 전망은 아니다. 이 책에 담긴 아홉 편의 이야기는 "발전을 음미하면서도 안주하지 않는 것은 섬세한 작업"이라는 걸 잘 안다. 동시에 자유인과 노예로 구성된 세계는 없다는 것 역시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제 우리에게는 모두 자유인이 되거나 모두 노예가 되는 선택 뿐이다. 정답은 이미 나왔다. - 사회과학 MD 박태근
이 책의 첫 문장
쌜리와 내가 왜 애스펀 너머 숲 속에서 열린 그 파티에 구태여 참석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이 책의 한 문장
대부분의 여자들은 이중의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하나는 무엇이 되었든 문제의 주제에 관한 싸움이 벌어지는 전선이고, 다른 하나는 애초에 말할 권리, 생각할 권리, 사실과 진실을 안다고 인정받을 권리, 가치를 지닐 권리, 인간이 될 권리를 얻기 위해서 싸우는 전선이다. 오늘날은 예전보다 좀 사정이 낫지만, 그래도 이 전쟁은 내 생애에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싸우고 있다. 물론 나 자신을 위해서지만, 할 말이 있는 모든 젊은 여성들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들이 그 말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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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에 지지 않고 살아가기"
벚꽃, 다시 벚꽃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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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다시 벚꽃>은 미야베 미유키의 2013년작으로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누명을 쓰고 할복 자살한 아버지로 인해 몰락한 집안을 다시 일으키고자 사건을 다시 파헤치는 청년 쇼노스케의 이야기다. 명민한 쇼노스케의 탐문과 추리 덕에 누명의 배후가 서서히 드러나고 거기에 얽힌 여러 이해관계가 밝혀지는데, 여기부터가 오히려 문제라면 문제다. '각자의 사정'이란 게 있는 것이다. 물론 인간은 다들 각자 욕망을 갖고 있으므로 당연히 각각의 사정과 사연이 있겠으나, 미야베 미유키는 서로 상충하는 인물들에게 모두 인간적인 사정을 부여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어쩔 줄을 모르게 만드는 데 도가 튼 작가다. <벚꽃, 다시 벚꽃>에서도 악역을 마음 편히 미워할 수가 없고, 주인공이 지키고 싶었던 것들이 사실은 그의 삶을 좀먹고 있었음이 밝혀지기도 한다. 정의와 불의에 대해 그어 놓았던 선이 일거에 흔들리고 쇼노스케는 정서적인 위기에 빠진다. 말하자면 세상이(어떤 인물이 아니라) 그를 비웃고 있었던 셈이다.

원하지 않는 세계로 던져져버린 것을 출생이라고 한다면 쇼노스케는 다시 '태어난다'. 그러나 이 두 번의 탄생에는 차이가 있으니, 바로 가족이다. 첫 탄생에서 그는 가족을 고를 수 없었고 그에 따른 운명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만, 두 번째의 탄생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만나고 좋아하고 나서야 함께 삶을 나눌 것이다. <벚꽃, 다시 벚꽃>은 미스터리 사극이면서 가족 드라마이고 따뜻한 러브스토리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런 다양한 요소들이 들끓는 커다란 세상 속에서 어떻게든 불행을 씹어삼키고 행복을 직접 찾아나서자고 주장하는 작가의 뜨거운 응원이 담긴 작품이다. - 소설 MD 최원호
작가의 말
가족문제를 의식하게 된 것은 동일본 대지진 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를 돌아보자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였다. 가족의 소중함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가족이 만능의 묘약은 아니다.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피룰 나누었다는 속박으로 인해 모두가 불행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부모를 사랑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더라도 단지 그것만으로 사람으로서 소중한 걸 잃은 건 아니라고, 그것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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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자매의 26년 만의 기적적 재회"
어나더 미
아나이스 보르디에.사만다 푸터먼 지음, 정영수 옮김 / 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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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부산에서 태어난 쌍둥이 자매 아나이스와 사만다는 이듬해 각각 파리와 뉴욕으로 입양되면서 헤어졌다. 그들은 쌍둥이임을 모른 채 한 명은 파리의 디자이너로, 다른 한 명은 할리우드의 배우로 성장했다. 2012년 겨울, 집으로 돌아가는 이층 버스 안에서 자신과 닮은 여성의 사진을 전송받은 아나이스, 그리고 아나이스의 존재를 알게 된 지구 반대편의 사만다. 기적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설렘과 의심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간을 보낸 끝에 마침내 두 자매는 재회할 수 있었다.

그 어떤 영화나 소설보다 드라마틱한 쌍둥이 자매의 사연은 2013 페이스북 ‘올해의 10대 이야기’에 선정되었고, 각종 언론과 방송에서도 집중 조명 받았다. 26년 만의 기적적인 재회의 순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마음 속 깊은 아픔을 서로 보듬고 극복해가는 과정 등을 상세하게 담은 이 책은 이해인 수녀의 추천처럼 애틋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 속에서

생모가 우리를 떨어뜨려 놓은 건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또 다른 가족을 선물해준 셈이 되었다. 생모는 보르디에 부부에게 죽는 날까지 사랑할 딸을 주었다. 그리고 내 가족은 나를 얻었다! 그녀가 처음에 무슨 생각을 품었든지 간에 지금 우리가 가진 것들을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아나이스와 내가 생모를 만난다면 그녀는 좀 더 자세한 사실들로 우리 이야기를 채워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는 지금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북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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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랑이 하나 지나간 느낌이었어"
기린이 아닌 모든 것
이장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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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의 제왕> 이후 5년 만에 만나는 이장욱 소설집. 김유정문학상,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의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을 포함해, 여덟 편의 소설이 실렸다. 시도, 소설도 능한 작가답게 단편의 미학을 잘 살린 날렵하고 밀도 높은 이야기가 읽는다는 것의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알 법한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미국인도, 오키나와인도, 일본인도 아닌 얼굴로 여행을 하는 '절반' 이상의 남자 하루오 (절반 이상의 하루오 中), 급작스러운 사망 후 화제가 된 천재 예술가 정귀보의 삶을 추적하던 평전 작가가 발견해낸 우스꽝스럽고 애틋한 '진짜' 정귀보. (우리 모두의 정귀보 中) 자신이 베트남 전쟁에서 세 명의 인간을 총으로 두 번, 칼로 한 번 살해한 것은 거대한 강물의 아주 작은 파동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해오다, 결국 그 강물에 몸을 던지는 선택을 하는 아버지 니콜라.(올드 맨 리버 中) 아주 작은 기미들, 작은 사랑과 작은 슬픔이 소설을 스쳐지나가고, 익숙한 듯 보이는 그 얼굴들은 다시 마주쳐지지 않는다. 단편 소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스쳐가는 얼굴을 포착하는 것. 삶처럼 소설은 문득 도착해 있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우리의 위대한 화가 정귀보는 십대 시절, 남대문시장 부근 여인숙의 그 황량한 어둠 속에서 만난 이름 모를 소녀와 그 소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알 수 없는 문장을, 깊이깊이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이다. 실제로 그는 문득문득 "야, 씨발아, 안 내려와? 난 여자만 좋아해. 야, 씨발아, 안 내려와? 난 여자만 좋아해"라고 중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그는 자신이 그 소녀를 사랑하는 것인지, 그 소녀가 내뱉은 그 말을 사랑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생각했으며, 그 밤의 낯선 어둠과 뼛속 깊이 스미던 추위를 오래오래 기억하게 되었다. "야, 씨발아. 안 내려와? 난 여자만 좋아해"라는 이해할 수 없는 문장과 함께 말이다. (우리 모두의 정귀보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