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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책임 나는 상처받지 않기로 했다 1970, 박정희 모더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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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오페라가 선사하는 다채로운 아름다움"
불멸의 오페라 3
박종호 지음 /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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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쇤베르크는 자신의 음악이 난해하다는 지적에 언젠가는 우유 배달부들도 12음 기법을 사용한 곡으로 휘파람을 불고 다닐 거라고 말했다고 한다. 21세기가 된 지금도 쇤베르크의 예견이 완전히 들어맞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라벨이나 드뷔시처럼 당대의 일반 대중들에게는 난해하다는 인식이 많았던 음악들이 지금에 와서는 널리 사랑받는 경우도 많다. 처음에는 충격적이고 전위적으로 등장한 음악적 요소들은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면서 전위에서 후위를 향해 잔향을 남기며 퍼져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한 세대 전에 경이 또는 경악을 불러 일으켰던 음악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대중들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해줄 확률이 높다.

국내에서 출간된 오페라 관련 저서들 중에서 가장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불멸의 오페라>의 대미를 장식하는 3권은 이러한 19세기말-20세기의 오페라들을 다루고 있다. 개중에는 실험적이고 전위적이었던 작품도 있지만 요한 슈트라우스나 차이코프스키의 작품들처럼 고전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경우도 있다. 저자 박종호는 이처럼 전통에 충실한 작품들과 새로움을 추구한 작품들이 다채롭게 공존하는 근현대 오페라들 중에서 걸작으로 인정받는 작품들을 골라 소개하고 이를 감상하기 위한 추천 음반과 영상물의 목록까지 꼼꼼하게 기재해 놓았다. 선호하는 장르를 불문하고 새로운 레퍼토리를 찾기를 원하는 음악 팬 모두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 예술 MD 최원호
이 책의 한 문장
딸에게 죽임을 당하는 어머니를 누가 쉽게 연기할 수 있으랴? 젊어서 엘렉트라를 그리고 늙어서 클리템네스트라를 연기하게 된다면, 그 여배우야말로 여자의 모든 것을 다 표현할 수 있는 자가 아닐까? -‘엘렉트라: 극한의 음악 속에 그려 낸 인간의 욕망과 나약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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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놈들 전성시대는 왜 끝나지 않는가"
역사와 책임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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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유한한 존재인지라 자기 시대는커녕 자신의 삶조차 온전히 책임지기 어렵다. 이 때문에 공동체를 이루어 역할을 나누고, 앞선 세대가 마치지 못한 과제를 뒤따르는 세대가 이어받는다. <역사와 책임>이란 제목이 엄중하지만, 누구에게 모든 걸 책임지라는 강요는 아니다. 짧고 좁은 이익에 눈이 멀어 다른 이의 피해와 희생을 돌아보지 않는 무책임함을 지적하고, 자리는 누리되 그 자리에 주어진 사명은 모른 체하는 태도를 바로잡자는 말이다.

오늘의 문제를 한국현대사의 흐름에서 폭넓게 조망하는 현재사학자 한홍구가 ‘역사와 책임’이란 주제를 꺼낸 이유는 1년 전 벌어진 세월호 사건 때문이다. 그는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고 홀로 도망친 선장에게서 국민은 내버려둔 채 가장 앞서 서울을 떠난 어떤 대통령을 떠올린다. 세월호 참사를 부른 오늘 한국사회의 마음가짐이 어디에서 비롯하여 바뀔 여지도 없이 굳어버린 건지 돌아보며, 작은 기록을 남겼을 뿐이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을 묵묵히 지킨 이들은 어디로 사라졌고,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를, 매번 책임을 회피하면서도 굳건히 빛나는 자리를 지켜온 이들에 비추어 본다. 역사는 책임지는 사람들의 것이라는 한홍구의 말이 온전하려면, 바로잡지 못한 역사는 반복된다는 한국현대사의 질기고 질긴 악순환을 서둘러 끊어야만 할 것이다. 썩을 대로 썩어 잘라내야 할 잘못된 고리가 어디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놀라고 놀라면서 확인할 수 있다. - 역사 MD 박태근
이 책의 첫 문장
세월호는 우리에게 준엄한 물음을 던진다.

이 책의 한 문장
선장이라는 자가 혼자서 속옷 바람으로 도망쳐도, 기관장, 항해사, 갑판장 등속이 다 무책임하게도망쳐도 대한민국호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시민 대중들이 간직한 숨은 복원력 때문이다. (중략) “우리가 믿을 것은 우리 자신에 내재한 이 복원력밖에 없다. 더 이상 대한민국호를 책임지지 않는 자들, 위기의 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자들에게 맡겨둘 수 없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간직한 이들이 움직여야 한다. 역사는 책임지는 사람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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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무너질까"
나는 상처받지 않기로 했다
에이미 모린 지음, 유혜인 옮김 / 비즈니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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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세 살이 되던 해 엄마를 잃었다. 엄마를 잃은 슬픔을 극복했다고 느낄 만할 즈음, 남편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저자 에이미 모린은 슬퍼할 일이 너무 많았다고 이야기한다. 연이은 시련과 고통이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천천히 그녀는 스스로를 억누르는 것들이 무엇인지,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하는 것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과 행동들로부터 시작되는지 되짚어보게 된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며 상담 치료를 하고 있는 저자가 다양한 사례와 본인의 경험을 더해 인생의 한계나 난관에 직면했을 때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정리한 책이다. 인생의 요소마다 만나게 되는 위기의 순간에 무엇을 하느냐보다 무엇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본인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그녀는, 슬픔과 좌절의 터널을 헤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몇가지 습관들을 하나씩 설명한다. 각 장마다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는 체크포인트와 상세 지침을 넣어 꾸준한 관리를 돕는다. 내려놓아야 할 것들, 삶에 균형을 찾아주는 지침들을 읽기 좋게 담아냈다. - 경영 MD 채선욱
이 책의 한 문장
감정에 이끌려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말라. '그럴 기분'이 아니어도 변화할 마음을 먹어야 할 때가 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감정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새로운 일을 하자니 겁이 나고 그 일을 해봤자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으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변할 가치가 없다고 결정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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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시대를 사유할 다른 시선이 필요하다"
1970, 박정희 모더니즘
권보드래 외 지음 / 천년의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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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을 겪지 못한 세대가 어느덧 불혹을 코앞에 둔 오늘, 민주화와 산업화라는 큰 그림은 선명하지만, 근대화를 시도하고 적용하고 살아내며 생긴 갖가지 빛깔과 소리는 여전히 흐릿하다. 독재-민주라는 대립항으로는 1970년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며, 문화와 문학, 역사와 정치학의 사유로, 가장 높은 곳에서 근대화를 지휘한 박정희부터 가장 낮은 곳에서 근대화에 부대낀 민초까지 시야를 넓혀 당대를 재구성하는 시도는, 묘하게도 그때를 이해하는 동시에 오늘로 시선을 돌리게 한다.

기획에 참여한 권보드래, 김성환, 김원, 천정환, 황병주 다섯 학자는 유신의 그림자가 오늘에도 깊게 드리우기에, 오늘의 꼬인 문제를 풀어갈 실마리를 1970년대에서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물론 실마리가 쉽게 보일 리 없고, 이것인가 싶어 당겨보아도 꿈쩍도 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인지 유신의 주체, 신화가 된 박정희, 국민 만들기, 공포정치와 포퓰리즘, 금기를 넘어선 청년문화, 노동자 전태일과 시인 김남주까지, 발견과 접속이 가능한 최대한을 모아 책으로 묶었다. 이 책이 독재-민주 대립항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선을 당장 전하는 건 아니지만, 왜 새로운 시선이 필요한지 확인하고, 가능성을 폭넓게 조망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한 걸음 나아갔다 하겠다. 이를 발판으로 다음 한 걸음도 곧 내디딜 수 있길 기대한다. - 역사 MD 박태근
이 책의 한 문장
부마항쟁은 서울의 투쟁보다 더 큰 저항의 의미를 갖는다. 중심을 향하는 주변부 힘의 전복적 가능성은 주변을 억누르는 중심의 지배적 힘보다 훨씬 거대했다. (중략) 4.19와 5.18 그리고 1987년의 6월항쟁을 잇는 민주화운동사에서 부마항쟁은 지역적 특이성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가진 가치의 일반성을 증명한다. (중략) 이 연대가 계층의 차이와 지역의 경계를 넘을 수 있음을 보인 사례가 부마항쟁이었다. 유신은 이때 이미 끝나 있었다고 보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