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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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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가 숨가쁘게, 굴곡지게 흘러온 탓에 저마다 세대는 자기들이 가장 불운한 세대라고, 가장 호된 시련을 겪었다고 자탄하곤 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묻지 마라 갑자생'. 본래는 역사적으로 육십 간지의 맨 앞을 가리키는 갑자년에 태어난 사람들 중에 재주가 빼어난 인물이 많다 해서 '똑똑한 갑사생은 이미 알고 있다'란 뜻으로 쓰였다는데 일제 강점기인 1924년생들을 두고서는 뜻이 바뀌었다.
일제의 징병제가 시작된 것이 이들부터였고, 해방이 되는가 싶었더니만 한국전쟁으로 동족상잔의 참화를 몸으로 겪어내야 했던 세대여서다. 해서 도도한 '역사의 수레바퀴'에 스러져간 이들을 위한 일종의 추모사였던 셈이다. '묻지 마라 갑자생'은. 그러나 '갑자생'뿐이랴. 이들로부터 꼭 12년 뒤인 1935년 을해년에 태어난 세대도 못지않게 기구했다. 세상에 막 눈뜰 무렵인 보통학교에 들어갈 즈음부터 창씨개명, 한글 사용금지, 황궁요배 등 황민화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정체성이 뒤흔들렸다. 해방 이후인 중학교 시절엔 좌우 이념 갈등이 격화하면서 학내에서도 친탁 반탁으로 갈려 혼란을 겪어야 했고, 곧이어 한국전쟁으로 가까운 피붙이들을 잃은 기구한 세대이다. 그런 만큼 이들 을해생의 무구한 눈에 비친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 현장에 새삼 주목할 이유와 가치가 있다. 창씨개명에서 해방공간의 혼란을 거쳐 한국전쟁까지, 소년의 눈에 비친 한국 현대사 격동의 현장을 담은 책이다. 01_변언유치弁言有恥의 장章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8년 3월 11일자 '책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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