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1318문고 115권. 10월 초 예술의전당에서 초연되는 뮤지컬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원작자이자 <합체>, <맨홀>, <양춘단 대학 탐방기>,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등으로 한국 문단에 독보적 발자취를 남긴 박지리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 작품은 고교 총기 난사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인 주인공 소년이 참사 1주기 추도식 다음 날, 학교를 벗어나 하루 동안 배회하는 이야기이다. 참사 이후 학교에서건 집에서건 모든 것에서 예외 취급을 받는 ‘나’는 삶 자체가 번외가 된 기분이다. 주인공이 무작정 길을 나서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낯선 이들이지만 이들은 내가 입은 교복을 알아보고 참사에 대해, 추도식에 대해 말한다.
나는 이들이 보내는 관심이 버겁기도 하고, 혼자 살아남은 것에 대한 죄책감과 함께 총기 난사 사건의 가해자 K와 공범 의식을 느끼기도 한다. 삶과 죽음의 욕망이 교차하는 소년의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심리는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가 불분명한 속에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총기 난사 사건과 K에 대한 기억을 환기한다.
첫문장
스피노자의 선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내내 이제 저렇게 훌륭한 인간은 다 죽어 버린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1985년 생. 스물다섯의 나이에 『합체』로 제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등단. 독특한 글쓰기와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로 주목받았다. 그동안 『맨홀』『양춘단 대학 탐방기』『세븐틴 세븐틴』(공저) 『다윈 영의 악의 기원』『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를 썼으며, 『번외』는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