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여름, 제주도에 온 예멘 난민들의 수용을 반대하는 국민 청원에 70만 명이 동의했다. 여성 안전과 사회 안정을 위해서라는 이유였다. 어떤 이들은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난민의 추방을 요구했다.
그러나 우리는 난민과 무슬림을 얼마나 아는가? 그들에 대한 온갖 뉴스와 통계는 믿을 만한가? 무슬림 남성은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이고, 무슬림 여성은 압도적인 피해자인가? 이슬람 사회의 여성혐오는 한국 사회의 그것보다 훨씬 더 억압적인가? 누가 가짜 난민이고, 누가 진짜 난민인가?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이 책은 국민 청원이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 혐오와 두려움을 넘어서는 페미니즘을 고민하며 치열하게 써내려 간 40편의 글을 엮은 것이다. 저자들은 지금, 이곳에 어떤 페미니즘이 필요한지 끈질기게 상상하고 질문해 나간다.
책머리에 | 우리의 말은 여전히 작고 느리고 희미하지만
1장.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아는가 - 공포와 혐오의 시작
누가 여성 인권과 난민 인권의 대립 구도를 만드는가 | 혐오 뉴스와 확증 편향이 만들어 내는 괴물 | 타자 만들기를 넘어, 연대의 모색을 위해 | 이슬람 혐오와 페미니즘 | 수상한 페미니스트 투사들 |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아는가 | 멀리서 볼 때, 가까이서 볼 때 | “여성혐오자 이슬람 난민을 추방하자”고 외치는 당신에게 _상호교차성 페미니즘의 여섯 가지 반론 | 예멘 난민에 대한 단상 | 드러나는 공포, 드러나지 않는 공포 | 절박함과 절박함이 충돌할 때
2장. 여성을 위해 난민을 추방하라? - 지금, 여기에서의 페미니즘
미정이, 난민, 그리고 페미니즘 | 젠더 폭력과 인종주의 | 여성주의적으로 바라본 여성 할례 | 난민의 시간, 한국인의 시간 | 도전에 직면한 한국 사회와 페미니즘 | 인종, 젠더, 교차적 페미니즘 | 난민 남성과 자국 여성 | 레즈비언부터 난민 여성까지, 게이부터 난민 남성까지 | 젠더 폭력에 대해 말하기 | “난민 위기는 페미니스트 의제다”
3장. 누가 자국민인가 - 한국 사회를 가로지르는 보이지 않는 장벽들
선량한 도시민 vs 자유롭게 무리 지어 다니는 난민? | 사회의 안전과 성 통제, 여성의 도구화 | 진짜와 가짜, 우리는 과연 진짜인가 | 유학생과 난민 | 프랑스 거리 성희롱 처벌법이 은폐하는 것들 | 동화주의의 실패와 난민에 대한 갑질 | 난민협약과 대한민국 | 난민은 과연 잠재적 가해자인가 | 바깥에 위험으로 가득 찬 진실이 있다 | 난민보다 자국민 안전? |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 도착한 예멘 난민 | 달라진 일반 국민의 가치
4장. 난민과 우리가 만나는 어딘가 - 환대와 연대의 윤리
예멘의 여성들과 우리, 곁에 자리하기 위하여 | 페미니스트의 용기 | 사랑만이, 이긴다 | 연대의 윤리 _보이콧 버뮤다 운동의 오류에서 배우기 | 퀴어로서 난민을 환대해야 하는 이유 | 진화하는 인간의 조건 _지구 시민으로서의 도덕성과 책임성 | 나의 차별 행동을 어찌할 것인가
나가며 | 다시 경계 없는 페미니즘을 위하여
첫문장
지난여름, 그러니까 2018년 6월 말, 내전 중인 고국을 떠나 여러 곳을 거쳐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인들에 대한 뉴스가 한국 사회를 흔들어 놓았습니다.
여성학 연구자.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 여성학과에서 초국적 보조생식기술산업과 재생산권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관심사는 초국적 생식세포 공여와 대리모 기술 사용에서의 재생산 노동과 재생산 윤리의 문제이다. “‘베이비 마일리지’: 초국적 보조생식기술 산업과 재생산 윤리”, “불임치료 시술 경험과 재생산권”, “진달래꽃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난자 기증 운동에 관한 연구” 등의 글을 썼다.
어릴 때 장애를 가진 부모님에 대한 궁금증, 고마움과 미안함을 가지고 있다가 장애를 통해 세상을 해석하는 법을 찾고 싶어 특수교육과 졸업 후 장애여성공감 활동에 합류했다. 여성학과에서 장애여성의 재생산권을 주제로 논문을 써 석사학위를 받았고, 세미나 모임인 ‘리카 패밀리’에서 장애와 퀴어 이론 공부를 함께하고 있다. 현재 장애여성공감 부설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소장을 맡고 있다.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이다. 법사회학, 법철학, 인권법이 주전공이며, 인권 이론과 혐오 표현, 차별 등의 주제를 주로 연구해 왔다. 주요 저서로 《법의 이유: 영화로 이해하는 시민의 교양》(2019), 《인권제도와 기구: 국제 사회·국가·지역 사회》(2018, 공저), 《말이 칼이 될 때: 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2018)가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 조교수. 여성학을 공부했으며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여성학과에서 ‘미국 제2물결 페미니즘의 역사적 시간성과 인종 정치학의 관계’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성운동과 페미니스트 실천의 다양한 양상들과 의미들에 대한 역사적, 비교적, 교차적 접근에 관심이 있다. 함께 지은 책으로 《교차성✕페미니즘》, 《능력주의와 페미니즘》, 《경계 없는 페미니즘》, 《한국 세계시민교육이 나아갈 길을 묻다》 등이 있다.
20대 초반부터 대학을 중퇴, 편입, 졸업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비정규, 불안정 노동을 경험하며 사회변혁 활동을 지속했다. 오랫동안 좌파 단체의 기관지 편집자로 있었고, 현재는 사회운동 단체 ‘다른세상을향한연대’의 실행위원으로, 이윤보다 사람이 목적인 세상을 꿈꾸며 함께 배우고 토론, 활동하고 있다. 《연속성과 교차성》을 집필했고, 〈오마이뉴스〉, 〈미디어오늘〉 등에 시사적인 글을 기고해왔다. 근래에는 〈시민언론 민들레〉의 편집위원으로 다양한 쟁점의 글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