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프로스페르 메리메가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카르멘>이나 <콜롱바>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정작 메리메 본인이 말하는 자신의 대표작은 <일르의 비너스>이다. <일르의 비너스>는 프랑스 문학비평계에서는 환상문학의 대표작으로 빠짐없이 거론되는 작품이다.
환상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실로 다양한 논의가 있어왔지만, 츠베탕 토도로프의 "눈앞에 보이는 초자연적인 사건 앞에서 자연적인 법칙밖에 모르는 사람이 겪는 망설임"이라는 정의가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정의이다. 그에 의하면 초자연적인 현상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작중인물이나 독자가 초자연적인 현상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환상문학을 특징짓는다는 것이다. <일르의 비너스>는 토도로프의 환상문학에 대한 정의가 아주 충실히 적용되는 작품이다. 비너스상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등장인물들이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망설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일르의 비너스 | 7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조선일보 2018년 7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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