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난민 이야기. 깜깜한 밤, 엄마 아빠 손에 이끌려 집 밖으로 나온 아이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궁금한 것투성이다. 한밤중에 집 놔두고 어디로 가는지, 그럼 잠은 어디에서 자는지, 동네 사람들이 모두 다 가는지도 말이다. 하지만 엄마 아빠는 어색한 미소에 어딘가 걱정스러운 표정만 지을 뿐 아무 말이 없다. 꼭 가야 하냐고, 안 가면 안 되냐고 물어도 엄마 아빠는 아무런 대답 없이 걷기만 한다.
이름 모를 아이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이 그림책은, 하루아침에 살던 집을 떠나게 된 사람들이 난민 캠프로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갑자기 왜 떠나는지, 어디로 가는지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지 않지만, 이들의 굳은 표정에서 슬프고 고단한 여행길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낯설고 두려운 피난길에서 울려 퍼지는 아이의 대답 없는 질문이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1984년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테라사에서 태어나 바르셀로나 대학교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했습니다. 졸업한 뒤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지금은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2014년 바르셀로나의 에스콜라 드 라 도나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고, 영국 케임브리지 예술 학교에서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션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2016년에 영국의 맥밀란 일러스트레이션 상 2위를 수상했고, 중국 칭화 대학교에서 열린 신진 일러스트레이터 초대전에 선정되었습니다.
스페인 문학을 공부하고 스페인어로 된 어린이 책을 읽으며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동화 속 인물들과 세계를 좋아했고, 요즘은 틈이 나는 대로 동네를 산책하고 오르간을 연주합니다.
옮긴 책으로 《도서관을 훔친 아이》 《난민 소년과 수상한 이웃》 《루이스 캐럴 읽기 금지!》 《9킬로미터》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