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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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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작가 최갑수가 3년 만에 선보이는 여행 에세이. 여행과 삶에 관한 75편의 산문이 실려 있다. 이 책은 지금까지 그가 펴낸 책이 그러하듯,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1999년 우연히 여행자의 길로 들어선 그는 지금까지 쉬지 않고 여행을 계속해왔다. 그에게 여행은 곧 삶이었고 삶이 곧 여행이었다. 때로 그는 여행하듯 느리게 삶을 살았고, 삶을 살듯 치열하게 여행했다. 그는 여행같은 삶에서, 삶같은 여행에서 조용히 응시한 풍경의 내면과 그 앞에 선 그의 감정을 차분히 글로 풀어냈다.

이 책에서 그는 20년 동안 여행을 해오며 점점 더 선하고 올바른 인간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여행을 하며 수많은 선량함과 만났다. 수많은 선의가 손을 내밀었고, 그 손을 잡아가며 조금씩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갔다. 나는 더 낙관적이 되었고 세상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여행을 통해 인생을 탐독하던 그는 3년 전 부탄 여행에서,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우리가 가진 하루가 "하루에 하루만큼씩 꼭 사라져 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 깨달음은 그에게 '삶은 유한하며 허무하다' 것을 알게 해 주었다. 하지만 그는 낙담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유한함과 허무가 우리가 서로를 더 사랑해야 할 이유라고 생각했다.

오직 사랑만이 우리가 이 생의 허무를 견딜 수 있게 해 준다는 것. 그는 말한다. "내 곁엔 아직 소중한 것들이 남아 있다. 그것들을 가지지 못하고 쓰다듬지 못하는 마음, 그 안타까움을 사랑이라고 불러도 된다면, 나는 여전히 사랑을 하고 있다. 하루가 가고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가고 이젠 그 사랑에 대해 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안다. 그러기에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첫문장
매일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듣는다.

최근작 :<[큰글자책] 어제보다 나은 사람>,<사랑하기에 늦은 시간은 없다>,<음식은 맛있고 인생은 깊어갑니다> … 총 50종 (모두보기)
SNS ://www.instagram.com/ssuchoi
소개 :시를 쓰고 여행을 하며 사진을 찍는다.
시집 『단 한 번의 사랑』과 산문집 『어제보다 나은 사람』 『음식은 맛있고 인생은 깊어갑니다』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밤의 공항에서』 등을 썼다.
사진전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와 <밤의 공항에서>를 열었다.

최갑수 (지은이)의 말
여행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게 일이다. 내 인생의 많은 시간을 비행기와 기차, 버스 속에서 보낸다. 많은 아침들이 낯선 호텔 창가의 처음 보는 풍경 앞에서 시작된다.
여행을 하며 많은 도시를 지나왔다. 리스본, 멜버른, 애들레이드, 시애틀, 루앙프라방, 도쿄, 팔레르모, 상하이, 이스탄불, 카이로, 아디스아바바, 더반, 두바이, 런던, 류블랴나, 더블린, 바간… 그 이름들을 발음하기에도 숨이 차다. 그동안 어깨에는 언제나 카메라 가방을 메고 있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카메라 셔터에 손가락을 얹고 있었다. 산, 강, 바다, 들, 사막, 나무, 꽃, 구름, 바위, 안개, 새벽, 노을, 밤, 햇살, 골목, 새, 고양이, 음식, 아이, 노인, 상인, 농부, 뱃사공, 웃음과 울음, 속삭임, 기쁨, 슬픔, 환호, 아쉬움, 작별을 렌즈에 담았다. 가끔, 아니 자주 파인더를 바라보는 눈이 피곤했고 다리가 아팠다. 일이었으니까.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침대 위로 쓰러지듯 몸을 던지곤 했다. ‘아, 힘든 하루였어’ 하고 중얼거렸다.
그러면서도 이 일을 20년 동안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언제나 불평하고 있지만 나는 누구보다 이 일을 사랑하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일. 어느 겨울 밤, 이 일을 사랑하고 있다고, 이 일을 하며 늙어가고 싶다고 누군가에게 고백했던 적이 있다.
여행을 하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일, 그것은 내게 그것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나는 아주 오래 전부터 혼자 있고 싶었는데, 여행과 글과 사진은 내가 혼자 있을 수 있는 방식이었다. 여행을 하며 나는 외로웠고, 글을 쓰며 나는 세상을 견딜 수 있었고, 사진을 찍으며 나는 조금이나마 아름다울 수 있었다.
'아름다운 것들은 대부분 외롭고, 외로운 것들은 대부분 아름답다. 오로지 혼자이어야만 닿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여행을 하며 나는 일부러 한 발 늦게 도착하곤 했다. 모든 여행자들이 지나간 후의 풍경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남은 표정과 만나고 싶었다. 그들이 혼자 있을 때 만들어내는 동작을 보고 싶었다. 그들의 희미한 온기를 문장으로 더듬고 싶었다. 그러니까 나의 연착은 언제나 의도된 것이었다. 늦게 도착한 그곳에서 우리는 머뭇거리며 만났다. 우리 사이에는 약간의 어색한 공기와 약간의 경계심이 얇은 커튼처럼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수줍어했고 오래 서성였다. 나는 많이 망설였고 셔터를 눌렀다. 이 글과 사진들이 그 마음들이다.
다시 사진을 보고 있다. 우리는 서로를 연민하고 있고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 쓰다듬으려 손을 내밀고 있다. 지금은 아무 상관없는 사이가 되었지만 그것이 아쉽지는 않다. 그 시간은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여전히 달콤하게 이 우주 속을 떠다니고 있을 테니까.
당신은 끝까지 아름다울 것이고 나는 여행할 것이다. 아직 나에겐 많은 풍경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