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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신불당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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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황현산 산문집. 첫번째 산문집인 <밤이 선생이다>가 나온 지 5년 만이다. 지난 5년, 그는 번역가로서의 제 소임을 다하면서도 결코 순탄하지 않았던, 참혹하리만치 망가져버렸던 우리 정치사회의 면면을 쉴 틈 없이 꼬집어가며 우리들의 접힌 귀와 감긴 눈과 다문 입을 열게 하고자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면마다 들어앉아 펜대를 감아쥐어왔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은 그의 지난했던 시간들을 고스란히 담아낸 책이다. 평생을 그래왔듯 그는 이번 책에서도 제 감정적 앞섬보다는 제 사유의 앞섬으로 우리를 따르게 한 제 글 그림자의 '격'을 귀한 선 끝의 우아함으로 지켜냈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그는 목청 높여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다만 상대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고 조곤조곤 제 속내를 비유적으로 표현해낼 때가 잦은 사람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그는 쉽게 웃거나 쉽게 울지 않는다. 다만 상대의 웃음이 그치고 울음이 그친 뒤 돌아서서 세수 한 번을 하고 올 때가 있는 사람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그는 빠른 걸음을 자랑하지 않는다. 다만 상대의 보폭을 예리하게 지켜보고 본능적으로 호흡했다가 발을 맞추는 일에 재주가 능한 사람이다.

이렇듯 그는 너와 내가 우리가 되어 함께 살아간다는 일에, 그것도 말이 되는 자연스러움으로 자연답게 어우러져 살아가야 한다는 일에 평생의 제 허리뼈를 휘어왔다. 이 책은 그런 그의 심사가 조금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반영이 된 책이다. 산문의 시작은 2013년 3월 9일에서 시작되어 2017년 12월 23일에 끝난다.

첫문장
호남 지방에 내려가 웬만한 식당에 들어가면 스무 가지 서른 가지 반찬이 그득하게 차려진 밥상을 받을 수 있다. 감탄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동아일보 2018년 6월 30일자 '책의 향기'
 - 한겨레 신문 2018년 6월 29일자
 - 중앙일보 2018년 6월 30일자
 - 경향신문 2018년 6월 29일자 '책과 삶'
 - 문화일보 2018년 6월 29일자
 -  한국일보 2018년 6월 29일자 '책과 세상'
 - 국민일보 2018년 6월 29일자 '책과 길'

수상 :2012년 대산문학상, 2012년 팔봉비평문학상, 2011년 서정시학 작품상
최근작 :<황현산 전위와 고전 : 프랑스 상징주의 시 강의>,<황현산의 현대시 산고>,<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 총 64종 (모두보기)
소개 :

황현산 (지은이)의 말
박새를 민간에서는 흔히 머슴새라고 부른다. 저녁 어스름이나해가 뜰 무렵에 이랴낄낄! 이랴낄낄! 소를 몰아 밭 가는 소리로 크게 울어대기 때문에 붙은 별칭이다. 옛날에 한 머슴이 혹독한 주인 밑에서 일을 했다. 주인은 머슴에게 밤낮으로 쉴 틈 없이 일을 시켰다. 낮에 밭을 간 머슴에게 밤에도 밭을 갈게 했다. 머슴은 지쳐 쓰려져 죽었다. 죽어서 머슴새가 된 머슴은 지금까지도 어스름 저녁과 어스름 새벽에 소를 몰아 밭을 간다.
그런데 살아서 그 고생을 하던 머슴은 왜 죽은 뒤에까지도 그 고생을 계속해야 하는 것인가. 이제 그 고통스러운 세상에서 육신이 해방되었으니 혼이라도 편안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 질문은 자못 엄숙하다. 인간의 운명을 그 핵심에서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는 19세기 중엽에 우리와 똑같은 질문을 했다. 파리 센강 변에 즐비하게 늘어선 고서점의 고서 더미에서 보들레르는 신기한 그림 한 장을 발견한다. 인체의 골격을 보여주기 위한 이 해부도는 앙상한 해골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화가는 그림에 제 생각 하나를 덧붙여, 해골이 그 골격을 곧추세워 밭을 갈고 있는 모습을 묘사했다. 벌써 저 세상의 몸이 된 이 해골에게도 아직 이 세상의 고생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 두 개의 시로 되어 있는 이 시의 뒷부분을 약간 길지만 그대로 인용한다.

서글픈 체념의 촌놈들아,
너희들의 등뼈나 껍질 벗겨진
그 근육의 온갖 노역으로,
파서 일구는 그 땅으로부터,

말하라, 납골당에서 뽑혀온 죄수들아,
어떤 괴이한 추수를
끌어낼 것이며, 어떤 농가의
광을 채워야 하는가?

너희들 (너무도 혹독한 운명의
무섭고도 명백한 상징!), 너희들이
보여주려는 바는, 무덤구덩이에서마저
약속된 잠이 보장된 것은 아니며,

허무가 우리에게 등돌리는 배반자이며,
모든 것이, 죽음마저, 우리를 속인다는 것이며,
슬프다! 영원무궁 변함없이,
우리는 필시

알지 못하는 어떤 나라에서
거친 땅의 껍질을 벗겨야 하며
우리의 피 흐르는 맨발로
무거운 보습을 밀어야만 한다는 것인가?

해골들은 벌써 죽음의 세계, 허무의 세계에 들었지만, 죽음과 함께 영원한 휴식을 얻게 되리라는 약속은 실현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우리가 모르는 어떤 나라에서 “거친 땅의 껍질을 벗겨야 하며”, 피 흐르는 맨발로 보습을 밀며 노역해야 한다.
그들은 죽음 뒤에까지도 영원히 험한 노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 부당한 처사에 대해 우리는 왜 입을 다물고 있는가. 그것은 우리들 자신이 고생하는 자는 영원히 고생하게 되어 있다고 믿는 “서글픈 체념의 촌놈들”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평소에 염두에도 두지 않았던 이런 모순에 갑자기 의문이 생기는 순간을 나는 문학적 시간이라고 부른다. 문학적 시간은 대부분 개인의 삶과 연결되어 있기 마련이지만, 사회적 주제와 연결될 때 그것은 역사적 시간이 된다. 그것은 또한 미학적 시간이고 은혜의 시간이고 깨우침의 시간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문학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오랫동안 물어왔다. 특히 먼 나라의 문학일 뿐인 프랑스 문학으로 그 일을 할 수 있는지 늘 고뇌해왔다. 내가 나름대로 어떤 슬기를 얻게 되었다면 이 질문과 고뇌의 덕택일 것이다.『밤이 선생이다』『우물에서 하늘 보기』 이후에 썼던 글을 묶은 이 책은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그 고뇌의 어떤 증언이기도 하다.
난다의 김민정 시인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18년 초여름

난다   
최근작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달걀은 닭의 미래>,<여기서는 여기서만 가능한>등 총 153종
대표분야 :에세이 13위 (브랜드 지수 472,221점), 한국시 23위 (브랜드 지수 37,468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24위 (브랜드 지수 108,035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