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줄리언 반스의 세 번째 맨부커상 후보작이기도 했던 <용감한 친구들>(원제: 아서와 조지)은 2005년 맨부커상의 시상식장에서 가디언 지의 클레어 아미스테드가 '내가 보기에 그날의 시상식장에서 줄리언 반스만큼 긴장한 사람은 없었다'고 회고할 정도로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하고 또 만족했던 야심작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영국사회를 배경으로, 셜록 홈스의 창시자인 소설가 아서 코난 도일과 조지 에들지라는 두 실존인물의 삶을 생생하게 되살려낸 <용감한 친구들>은 치밀한 자료조사와 섬세한 상상력으로 당시 영국사회의 정치와 종교, 사법체계, 인종의 문제를 우아하게 해부하고 있다.
19세기 후반의 영국, 아서와 조지는 서로 다른 세계에서 성장한다. 아서는 에든버러의 남루하지만 고상한 가정에서, 조지는 스태퍼드셔 촌구석의 목사관에서. 늘 '무언가'를 보고 싶어하고 어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진리'와는 다른 '무언가'를 상상하기를 좋아했던 아서는 당대 가장 유명한 소설가가 되지만, 목사인 아버지의 말씀만을 진리로 믿고 산 '수줍고 성실한 소년이며, 타인의 기대를 예민하게 감지'하지만 '상상력이 부족'했던 조지는 이름 없는 사무변호사로 살아간다.
하지만 20세기가 시작되면서 당시 신문들마다 '그레이트 웨얼리 잔학행위'라는 선정적인 헤드라인을 장식하게 된 일련의 사건이 벌어지고, 아서와 조지 두 남자는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 아서는 의사이자 스포츠맨이자 신사였던, 그리고 자신이 창조해낸 셜록 홈스를 뛰어넘는 인물인 아서 코난 도일 경이다. 조지는 아서처럼 유명하지는 않았으나 실존했던, 인도 혈통을 지닌 시골 변호사다. 이 심리학과 탐정소설, 문학 스릴러의 결합에서 반스는 섬세하고 절제된 아이러니를 통해 20세기 초반 영국 사회를 우아하게 해부해나간다. 사랑과 죄의식, 정체성, 명예를 그려낸 이야기의 승리.
: 가장 총명한 영국 소설가인 반스는 오싹할 정도의 정확함으로 당대의 인물과 모든 것을 묘사해낸다. 가장 놀라운 점은 우리의 상상력을 붙드는 섬세함이다. 위대한 소설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통달한 작가는 타블로이드 저널리스트의 직감과 전문가의 섬세함으로 이야기를 직조해낸다. 일단 그 이야기에 사로잡히면 그 흔적을 지워내기란 불가능하다. 후기 빅토리아 시대의 생생한 초상과 그 시대의 마음이 담긴 감동적인 작품.
: 마음을 빼앗아가는 아름다운 작품. 반스 특유의 테마인 사랑과 정체성의 이야기가 새로운 테마인 영성과 죄의식을 만나 어우러진다. 회중시계와 샤프펜슬의 시대인 19세기 말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한 무고한 청년이 희생양이 되어가는 과정을 반스 특유의 우아하고 절제된 목소리를 통해 더욱 쇼킹하게 그려낸다.
: 올해 최고의 소설 중 하나. 아서 코난 도일 본인이라면 쓸 수 없었을 심리적 깊이, 세련된 아이러니, 소설의 한계를 자각한 자의식으로 이루어진 작품. 그와 동시에 이야기 장인의 당당함을 유감없이 드러내 보인다. 정치, 사회, 사법체계, 셜록 홈스, 이성의 시대에 창궐한 강령술 이야기가 궁금한가? 후기 빅토리아 시대의 언어만큼이나 섬세한 플롯을 원하는가? 이 모든 것이 여기 담겨 있다. 반스는 소설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우리가 그 안에서 무엇을 믿어야 할지를 보여준다. 놀라운 인물 창조력, 황홀한 대사, 믿을 수밖에 없는 배경의 창조를 통해 작가는 소설이 성취할 수 있는 가장 월등한 케이스를 보여준다.
: 장인과도 같은 작가 줄리언 반스의 진정한 걸작.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 아서 코난 도일과, 인도인 아버지와 스코틀랜드 어머니의 혼혈인 이름 없는 시골 변호사 조지 이달지라는 두 인물의 만남을 통해 후기 빅토리아 시대를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반스는 실로 놀라운 성취를 이루어낸 재능 넘치는 작가다. 이 소설은 반스의 주요 테마인 사랑과 정체성, 동경과 상실을 통해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가하는 비인간적 행위를 철저히 고찰한다.
200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달로』 『얼음의 책』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연대기』 『숨』, 중편소설 『우리가 세계에 기입될 때』, 장편소설 『불가능한 통화』가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김현문학패를 수상했다.
한유주 (옮긴이)의 말
잘 짜여진 퍼즐처럼 정교하게 구성된 줄리언 반스의 문장들을 접하면서, 힘에 부치기도 했고 기쁨을 느끼기도 했다. 대부분의 문장들은 단서처럼 느껴졌고, 후에, 때로는 한참 뒤에 앞의 문장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문장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았다. 같은 사건을 두고 아서와 조지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시선이 교차되면서 이러한 ‘차이’를 보게 되는 즐거움이 컸다. 한편 번역자이기 전에 한 사람의 독자로서, 역사 속에서 잊히거나 묻힌 인물이 생생히 되살아나 또 하나의 생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에서 희열을 만끽할 수 있었다. 시대가 낳은 가장 근사한 인물이었던 아서 코난 도일과 부침이 많은 생을 살았으나 끝까지 어떤 고결함을 보여주었던 조지 에들지의 이 이야기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선물처럼 다가온다. 독자 여러분도 아서와 조지의 ‘모험’에 즐겁게 동참하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