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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사람 시인선 28권. 희음 시인의 시집. 2016년 등단한 시인은 비평 웹진 《쪽》을 발행하며 여성주의 비평에세이 쓰기에도 몰두해 왔다.

"누런 개는 느리게 마을을 돈다. 느리고 확실하게 죽어 가고 있다.//노을은 아무것도 거두어 가지 않는다."(「우리는 키스한다」)라는 표현에서 보듯 시인은 세계의 고통과 그 고통을 외면하는 단절감을 시로 받아쓴다.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뒤에는/늘 사람이 있었습니다"(「시인의 말」)라고 고백하는데, 그는 잘 들리지 않는 어떤 '목소리'를 찾기 위해, 함께 '발화(發話) 연습'을 하기 위해 세계를 헤매는 사람이다. 그의 시적 화자가 사건화하는 장면은 우리로 하여금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나희덕 (시인, 서울과기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 희음의 첫 시집 『치마들은 마주 본다 들추지 않고』는 한 여성 주체가 어떻게 자기만의 인식과 목소리를 얻게 되는지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통과제의와도 같은 시집이다. 부재와 고독 속에서 누구를 기다리는 줄도 모르면서 기다린다는 것, 그 “길고 지루하고 무르고 질”(「목젖의 시절」)긴 시간을 희음은 “목소리도 신음도 없이” 잘 견뎌내었다. 앙상한 슬픔과 건조한 어둠을 건너 시인은 마침내 “깨어난 작은 자”(「여름 벽」)로서 벽을 향해 “빌어먹을”이라고 외칠 수 있게 되었다. 그 속삭임이 점점 크고 또렷한 목소리로 자라나고 “터져 나온 것이 울음이 아니라 물음일 때”, ‘이름’은 비로소 태어난다. ‘않다’와 ‘아니다’에 기대어서만 간신히 설명할 수 있었던 세계는 이제 얼굴 없던 ‘타자’의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나’의 통증과 치욕의 원천 역시 한결 명료해진다.
말과 침과 오줌. 이 세 가지는 시인이 세상을 더럽히는 동시에 정화하는 자기 방출의 질료이며, 타자와의 소통과 사랑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에게 행해져 온 무례와 폭력에 대한 저항의 방식이기도 하다. 시인은 더 이상 쐐기풀로 오빠들의 조끼를 뜨며 침묵하는 누이가 아니다. 밤새 파도 속에서 돌림노래를 부르는 사이렌이나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 주는 세헤라자데가 되었다. ‘나’는 어느새 ‘우리’가 되고, 「치마와 치마와 치마와 치마」에 이르러 “치마들은 마주 본다/들추지 않고 입속 깊이까지 줄 서 있는/말들을 향해 인사”를 건넨다. 그 마주 봄은 “우리는 우리로 울렁거리고/우리는 우리로 더 깊이 희다”(「사양」)고 말하는 시인을 “다시 태어나는 말들의 붉은 입속”으로 데려갈 것이다. 세계와의 키스는 그렇게 느리지만 확실하게 계속될 것이다.

최근작 :<우리 힘세고 사나운 용기>,<무르무르의 유령>,<베개 7호> … 총 9종 (모두보기)
소개 :다양한 형태의 불안정 노동을 하며 글을 쓴다. 평등한 관계 맺기와 상호 돌봄이 어떻게 모두의 일상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캣스마일 글쓰기’, ‘지여시-지금 여기의 시 쓰기’,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 등의 모임을 만들고 참여해왔다. 일상비평 웹진 [쪽]을 기획해 함께 운영하면서 그림책 비평 에세이를 연재했다.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은 이듬해인 2021년에 시집 《치마들은 마주 본다 들추지 않고》를 펴냈다. 함께 지은 책으로 《김용균, 김용균들》, 《구두를 신고 불을 지폈다》가 있다.

희음 (지은이)의 말
글자들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서 계속해 봤습니다
계속하다 보니까 목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뒤에는
늘 사람이 있었습니다

2020년 9월

걷는사람   
최근작 :<이별이 더 많이 적힌다>,<이것은 농담에 가깝습니다>,<종>등 총 240종
대표분야 :한국시 22위 (브랜드 지수 38,656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