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은 변화하는 시대에 기민하게 주목하며, 동시대에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가치를 담은 뛰어난 문학 작품을 발굴해 세계에 알려 온 권위 있는 문학상이다. 세계 유수의 아동청소년문학상 가운데 가장 먼저 '다양한 언어와 문화권의 작품'에 문을 연 것만 보아도,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이 추구해 온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그렇기에 수상작은 물론 후보에 오른 작품들과 그 작가들은 유럽을 넘어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독일아동청소년문학협회는 2016년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 60주년을 맞아 의미 있는 책을 펴냈다. <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에는 숀 탠, 미리암 프레슬러, 다비드 칼리 등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을 받았거나 후보에 올랐던 작가 스무 명이 새로 쓴 스무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일곱 개의 언어로 쓰여진 이 작품들을 독일어로 옮긴 여섯 명의 번역가 역시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 수상자들이며,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 수상 화가인 알료샤 블라우가 각 단편에 깊이를 더하는 아름다운 삽화를 그렸다.
이 책에 담긴 유쾌하고, 묵직하고, 날카롭고, 낭만적인 이야기들은 독자들을 새로운 세계로 데려다줄 것이다. 그곳에는 난민과 전쟁, 차별에 상처받은 사람들과 그 상처를 서로 치유하는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신비한 존재들, 모든 이의 마음속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유년의 기억들이 있다.
첫문장
앵무새와 함께 살지 않는 사람들은 앵무새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거듭 묻는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경향신문 - 경향신문 2019년 5월 10일자 '새책'
수상 :2022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수상작 최근작 :<작아지고 작아져서> ,<공주를 깨우지 마세요> ,<달콤한 문제> … 총 156종 (모두보기) 소개 :스위스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글을 쓰며, 그림책, 만화, 시나리오, 그래픽 노블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합니다. 정기적으로 글쓰기 강좌를 열고, 여러 일러스트레이션 교육기관에서 강의를 하며 폭넓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5년 바오바브상, 2006년 볼로냐 라가치 스페셜상 등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로 사랑받는 세계적인 작가로, 그의 책들은 3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그림책으로는 《나는 기다립니다》, 《피아노 치기는 지겨워》, 《완두》, 《내 안에 공룡이 있어요!》, 《작가》, 《끝까지 제대로》, 《난 커서 어른이 되면 말이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곰》, 《누구 잘못일까?》, 《저기요, 이제 그만해요!》 등이 있습니다.
최근작 :<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 … 총 2종 (모두보기) 소개 :1969년 이스라엘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 학교가 매우 어렵게 여겨졌고, 나중에야 읽고 쓰는 법을 배웠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한 이유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녀의 작품은 여러 상을 받았으며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었다.
최근작 :<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 … 총 2종 (모두보기) 소개 :1950년 라트비아의 발미에라에서 태어났다. 1971년에 리가의 국립 인형극 스튜디오에 들어가 시나리오 작가로 일했다. 『거친 통나무배 해적들』로 2013년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최근작 :<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 … 총 22종 (모두보기) 소개 :1975년 영국 도버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랐다. 지금은 일본인 아내와 함께 런던에서 살고 있다. 2012년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 후보작에 오른 서사시 『조르가마주』를 비롯해 여러 아동청소년 도서로 많은 찬사를 받았다.
최근작 :<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 … 총 17종 (모두보기) 소개 :1960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그곳에 살고 있다. 두 번째 소설 『보이지 않는 끈』이 스페인어권 작가로는 처음으로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
수상 :0 년 독일 청소년 문학상 최근작 :<학교는 재미있어!> ,<외톨이 파울과 한지붕 열 가족> ,<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 … 총 27종 (모두보기) 소개 :1933년 독일 켐니츠에서 태어났습니다. 시와 장편 소설, 에세이, 어린이 책에 걸쳐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2001년에는 자신의 모든 아동청소년문학 작품으로 독일 아동청소년문학상을, 2003년에는 독일 도서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외톨이 파울과 한지붕 열 가족》, 《크뤽케》, 《할머니》, 《바람 속으로 떠난 여행》 등이 있습니다.
최근작 :<고양이라서 행복해> ,<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 ,<씁쓸한 초콜릿> … 총 343종 (모두보기) 소개 :정확한 묘사와 뛰어난 문학성으로 ‘제2의 루이제 린저’로 평가받으며, 오늘날 독일어 문학권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손꼽히고 있다. 칼 추크마이어 메달 등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씁쓸한 초콜릿》,《나단과 그의 아이들》 등 30여 권이 있다.
최근작 :<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 … 총 2종 (모두보기) 소개 :독문학, 심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쾰른대학 아동청소년문학연구소에서 일했다. 1995년부터 렘샤이트 문화교양아카데미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의 심사 위원을 지냈고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 수여를 맡은 독일아동청소년문학협회의 회장을 지냈다.
최근작 : … 총 6종 (모두보기) 소개 :197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자유기고자이자 예술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면서 독일 베를린에서 살고 있다.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볼로냐 라가치상과 독일청소년문학상 등을 받았다. 작품으로 『낙타는 원숭이가 아니란다』가 있다.
다양한 언어와 문화에 뿌리를 둔 역대 수상작가들이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 6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미처 몰랐던 세계로 나아가는 스무 개의 문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은 변화하는 시대에 기민하게 주목하며, 동시대에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가치를 담은 뛰어난 문학 작품을 발굴해 세계에 알려 온 권위 있는 문학상이다. 세계 유수의 아동청소년문학상 가운데 가장 먼저 ‘다양한 언어와 문화권의 작품’에 문을 연 것만 보아도,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이 추구해 온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그렇기에 수상작은 물론 후보에 오른 작품들과 그 작가들은 유럽을 넘어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독일아동청소년문학협회는 2016년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 60주년을 맞아 의미 있는 책을 펴냈다. 『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에는 숀 탠, 미리암 프레슬러, 다비드 칼리 등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을 받았거나 후보에 올랐던 작가 스무 명이 새로 쓴 스무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일곱 개의 언어로 쓰여진 이 작품들을 독일어로 옮긴 여섯 명의 번역가 역시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 수상자들이며,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 수상 화가인 알료샤 블라우가 각 단편에 깊이를 더하는 아름다운 삽화를 그렸다.
이 책에 담긴 유쾌하고, 묵직하고, 날카롭고, 낭만적인 이야기들은 독자들을 새로운 세계로 데려다줄 것이다. 그곳에는 난민과 전쟁, 차별에 상처받은 사람들과 그 상처를 서로 치유하는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신비한 존재들, 모든 이의 마음속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유년의 기억들이 있다. 『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는 독자들에게 문학이 지닌 본연의 즐거움을 일깨우고, 아동청소년문학의 깊이와 매력을 알려 줄 단 한 번의 소중한 기회이다.
▶ 다비드 칼리, 숀 탠, 미리암 프레슬러… 한국 독자들이 사랑하는 거장들의 새로운 면모
다비드 칼리는 미디어셀러인 그림책 『나는 기다립니다』의 글 작가로 큰 사랑을 받았고, 한국에 주로 그림책이 소개되어 있다. 『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에 수록된 단편 「우편함을 심은 남자」는 그의 문학적 성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낯선 나라 핀란드를 여행하던 화자 ‘나’는 깊은 숲속에서 나무마다 매달린 우편함들을 발견한다. 수십 개의 우편함에는 저마다 책이 한가득 들어 있다. 화자는 책들의 주인을 찾아나서지만, 그 책들의 주인인 ‘밀라 라코넨’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 상심한다. 화자는 마지막으로 찾아간 숲에서, 우편함을 매단 장본인 알바르를 만난다. 알바르는 밀라의 남동생이다. 글자를 읽지 못하는 그에게 늘 책을 읽어 주던 밀라가 세상을 떠나자, 알바르는 자신에게 필요 없어진 책들을 누군가 읽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 우편함’을 걸게 된 것이다.
「우편함을 심은 남자」의 본문 삽화가 『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의 표지 그림에 쓰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주인공인 화자는 언어가 다른 나라에서 책표지만으로 ‘어릴 적 내가 읽었던 책’임을 알아보고 반가움을 느낀다. 알바르는 비록 글자를 읽지 못하지만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그 기쁨을 타인과 나누기 위해 숲속에 자신만의 ‘도서관’을 만들었다.
내가 여행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어떤 숲에 들어가 책이 가득 든 우편함들을 발견하는 일이 생길 수 있었겠는가? (중략) 어느 날 나는 곧바로 무슨 행동을 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직접 우편함을 만들 수 없기에 돈을 주고 샀다. 우편함에 옛날 책들을 채웠다. 오래전에 좋아했던 책들 가운데서 골랐다. 한편으로는 책과 헤어지기가 힘들었지만, 그 보답으로 사람들이 책을 발견하고 지을 표정을 상상했다. 책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집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책들도 세상으로 나가 여행을 해야 한다. 바람에 흩어지는 낟알들처럼. (본문 29쪽)
여행에서 돌아온 화자는 알바르가 그랬듯, 자신의 책들을 누군가 읽을 수 있도록 우편함을 심는다. 그 책들은 여행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읽는 기쁨’을 전해 줄 것이다. 다비드 칼리가 프랑스어로 쓴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토비아스 셰펠이 독일어로 옮기고, 김경연 번역가가 한국어로 옮긴 뒤 우리 독자들에게 전해진 것처럼 말이다. 「우편함을 심은 남자」는 어떤 언어로 쓰였든, 어떤 틀에 담겼든 인간에게 문학이 주는 기쁨, 책이 주는 감동을 짧지만 신비한 이야기 속에 휼륭히 담았다.
그런가 하면 『빨간 나무』, 『도착』 등 직접 쓰고 그린 이야기로 한국에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숀 탠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작품도 있다. 그의 단편 「우리, 그리고 동물」은 앵무새와 돼지에 대한 짧은 이야기다. 세상을 ‘앵무새와 함께 사는 사람’과 그러지 않는 사람으로 나누며 풀어내는, 앵무새라는 놀라운 생명체에 대한 열렬한 애정을 읽다 보면 그의 위트에 미소 짓게 된다. 이어지는 이야기 ‘돼지’에서는 주방에 매달려 조금씩 얇게 썰리는 ‘햄’을,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한때는 발도, 꼬리도 있었지만 지금은 ‘증발하듯 사라지고 있는 돼지’로 표현했다. 돼지가 고통스럽고, 슬프지 않을지 고민하는 어린 화자에게 아빠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화자는 믿지 않는다. 모두가 잠든 밤, 어린 화자가 수레에 돼지를 싣고 공원으로 가 자유롭게 해 주는 마지막 장면은 비장미마저 느껴진다. 「우리, 그리고 동물」은 인간과 인간 아닌 존재에 대한 숀 탠만의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새 단편집에 실려 있다고 한다. 『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는 그의 신작을 미리 만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이뿐 아니라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의 미리암 프레슬러, 『크뤽케』의 페터 헤르틀링 등 한국에 청소년소설 작가로 잘 알려진 작가들의 단편을 만날 수 있다.
▶ 한때 어린이였던 모든 이의 마음에 남아 있는 동심의 힘
성인 독자에게 어린이문학은, 우리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상상 세계, 잊지 말아야 할 보편적인 가치, 인간에 대한 믿음이 아직 남아 있음을 일깨우는 장르다. 어린이문학의 여운과 감동은 아주 오래 남는다. 1990년대의 독자들이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들에게 폴 빌리어드가 있었다면, 2019년의 독자들에게는 「파르동 봉봉」의 마르야레나 렘브케가 있다.
사탕가게 ‘파르동 봉봉’의 주인 ‘호이 씨’는 태국에서 태어나 독일로 이주한 뒤 열심히 일해 자신만의 가게를 열었다. 모든 사람이 착하다고 믿는 호이 씨는 가게를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에게-비록 사탕을 사지 않아도-이 가게만의 상품인 ‘파르동 봉봉’ 사탕을 선물한다. 손님들은 사람을 너무 믿고, 특히 아이들에게 후한 호이 씨를 걱정하지만, 그는 늘 웃기만 한다.
“호이 씨, 당신은 너무 사람을 잘 믿어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겁니다.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그게 진실입니다!”
호이 씨는 미소를 지으며 겸손하게 대답했다.
“어쩌면 전 진실보다는 사탕을 더 잘 알지도 몰라요.” (중략)
“마음이 텅 비어 있는데 금고가 가득 차 있다고 기뻐할 수 있을까요?” (본문 194쪽)
그런 호이 씨의 가게에 남자애 셋과 여자애 하나가 매일 들른다. 여자애가 호이 씨에게 엉뚱한 질문을 하는 사이 남자애들이 사탕을 훔치는 것이다. 그 사실을 다 알면서도, 호이 씨는 늘 아이들에게 공짜 사탕인 ‘파르동 봉봉’을 쥐여 준다. 어느 날, 호이 씨는 여자아이에게 평소보다 ‘파르동 봉봉’을 더 많이 가져가라고 한다. 어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라도 ‘파르동 봉봉’을 먹으면 갑자기 용서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너희에게는 효과가 적은 것 같다면서 말이다. 아이들은 그날 이후 다시는 호이 씨의 가게에 오지 않았다. 수많은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된 호이 씨에게 ‘파르동(미안해요)’이라고 적힌 한 장의 그림 카드가 도착한다. 「파르동 봉봉」은 ‘한때는 당연했지만 이제는 동화 같아져 버린’ 가치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상 어딘가에는 여전히 ‘사람’을 믿고 ‘아이가 자라기를 기다려 주는 어른’이 있지 않을까?
타미 솀-토브의 「나의 여섯 번째 감각」에서는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볼 수 있는 감각을 갖게 된 어린 주인공의 시선으로 ‘어른들이 잃은 것’을 응시한다. 공원에 노숙자들이 늘어나자 동네 어른들이 주인공의 집에 모여 그들을 쫓아낼 효율적인 방법을 의논한다. 주인공의 눈에는 아주 오래전, 몸을 다쳐 아무리 소리쳐도 청각 장애를 가진 부모님이 와 주지 않아 눈물을 흘리던 엄마의 어린 시절이 보인다.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학창 시절 내내 따돌림당했던 윗집 아주머니의 어린 시절이 보인다. 그런 그들은 어쩌다 공원의 부랑자들이 쉴 곳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어른이 된 것일까? 어린 주인공은 어릴 때 어둠을 두려워하던 어느 노숙자에게 자신의 손전등을 건네면서, 어른들과는 다른 선택을 한다.
그 밖에도 2019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수상작가 바르트 무야르트가 쓴 「너는 나의 모든 것」, 수잔 크렐러의 「백 살」 등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품들은 어린이문학이 모든 연령의 독자들에게 유효한 장르임을 증명하는 수작들이다.
▶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세계에 주목하는 시선들
오래전부터 소외된 이웃들, 어른이 만든 세계의 논리와 폭력에 희생되는 어린이들에 주목해 온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의 정신은 『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에도 생생히 살아 있다.
마리스 푸트닌스의 「와이키키-달콤한 동화」는 코코아 도넛인 볼렌과 분홍색 머랭의 사랑 이야기다. 언뜻 낭만적인 이야기지만 그들이 ‘사랑의 도피’를 벌이게 된 이유는 머랭의 친구들이 볼렌에게 흰 가루설탕을 입히려 하고, 볼렌의 가족들이 머랭에게 코코아 파우더를 뿌려 자신들과 같은 ‘색’으로 만들려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차별’을 비유적으로 그린 작품이 있는가 하면, 로버트 폴 웨스턴의 「분노의 땅」은 일명 ‘자유의 땅’이라 불리는 곳에 입국 허락을 받으려는 소년과 아버지의 사연을 그렸다. 먼저 입국한 동생과 어머니에게 돈과 옷을 보낸 뒤 따라온 소년과 아버지에게 ‘자유의 땅’은 입국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자 소년은 묻는다.
“우리는 돈과 재산, 희망과 사랑을 엄마에게 보내도 되는데, 우리 자신은 오면 안 되잖아요. 그건 공정하지 않아요! (중략) 돈과 재산과 만질 수 없는 것들이 인간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면, 그것이 자유의 땅이라고 할 수 있나요?” (본문 111쪽)
전쟁터가 된 고향을 떠나 ‘살아 있음’을 천진하게 기뻐하는 어린이들이 있는가 하면(「나, 운이 좋지 않아?」, 키르스텐 보이에), 같은 이유로 떠나 온 고향을 그리워하는 아이들(「태양은 여전히 거기 있다」, 제니 롭슨)도 있다. 이밖에도 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계속되는 전쟁과 폭력에 상처받은 이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인상적인 단편들이 작품집의 큰 축을 맡고 있다. 이중번역의 위험을 감수하며 13개 국가에 뿌리를 둔 작가들이 일곱 개의 언어로 집필한 작품을 한데 모은 것부터가 문학 작품집으로는 하기 어려운 시도이다. 다수의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을 한국에 소개한 번역가이자 문학평론가인 김경연은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의 정신을 살려, 작품이 본래 쓰여진 언어권의 문화를 섬세하게 살피며 작품을 번역했다.
『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는 동시대에 이토록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지닌 사람들이 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동시에, 그들이 받고 있는 고통과 상처, 차별이 결코 ‘다른 세계의 일’이 아니라고 호소한다. 이 강렬한 문학적 호소는 독자들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길 것이다.
▶ 번역가들
토비아스 셰펠(Tobias Scheffel)은 뛰어난 프랑스어 번역가로 상을 받았으며, 미리암 프레슬러(Mirjam Pressler)는 작가로서만이 아니라 네덜란드어와 히브리어의 번역가로도 상을 받았다. 브리기테 야코바이트(Brigitte Jakobeit)는 영어번역으로, 마티아스 크놀(Matthias Knoll)은 라트비아어 번역으로, 앙겔리카 쿠치(Angelika Kutsch)는 스웨덴어 번역으로, 일제 라이어(Ilse Layer)는 스페인어 번역으로 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