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혜 (카투니스트, 카피라이터) : 여행기를 좋아하고 종종 읽는다. 하지만 가끔 생각했다. 나는 왜 여행기를 읽는 걸까? 나의 추억도 아닌 타인의 사유기억을 엿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나의 친구 여름의 글을 읽으며 생각했다. 나는 그리워하기 위해 여행기를 읽는구나. 그녀의 글에는 문장마다 그리움이 빼곡했다. 그 대상은 사람이기도 했고, 공간이기도 했고, 그 날의 공기이기도 했다. 여름의 여정을 짚어갈수록 그녀가 마음을 흘리고 온 수많은 도시들이 나 역시 그리워졌고, 지나온 나의 수많은 여행들이 그리워졌으며, 심지어 아직 떠나지 않은 미래의 여행까지 그리워졌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을 손가락으로 훑으며 나는 미세한 열기를 느꼈다. 그것은 여름의 그리움이 나에게도 전염됐다는 증거였다.
구태우 (뉴스토마토 기자) :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다. ‘여행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애써 찾으려 하지 않는다면, 나는 낯선 이름을 만나는 것이 여행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도의 마니카란, 봉천동의 000고려왕족발, 방비엥의 푸반게스트하우스, 라다크에서 만난 쵸스킷. 이런 이름들. 만남은 이별을 전제로 시작한다. 나는 항상 사랑하는 이름들과 이별했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제목처럼 ‘만나지 않은 것보다 만난 것이 좋았다’고 힘주어 말하고 싶다. 오래 전 인도의 라다크에서 몸살이 걸려 심하게 아팠던 M을 위해 릭샤를 타고 죽을 배달한 적이 있다. M은 그 식당의 음식들을 좋아했었다. 만나지 않았더라면 떠나지 않았더라면 경험할 수 없는 일들. 나는 오래 전 ‘여행자’라는 이름을 참 좋아했었다. 친숙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 시절의 이름들을 하나 둘 꺼내본다.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보다 여행을 놓아버린 사람들이 이 책을 느리게 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