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영등포점] 서가 단면도
|
설교자이며 이야기꾼인 김요한 작가의 동화책이다. 야곱의 후손들이 이집트를 탈출하던 밤, 그들은 어린양을 잡아 집의 입구에 피를 발랐다. 죽음의 천사가 그들의 집을 뛰어넘어가기를 바라는 의식이었다. 작가는 어린아이와 우정을 나누던 어린양의 시각으로 이 사건을 바라본다.
작가의 말 : 눈으로 읽는 책이 있다. 입으로 읽는 책이 있다. 그리고 가슴으로 읽는 책이 있다.
세 가지 읽는 방법의 차이는 책을 대하는 육체의 어느 한 부분의 차이가 아니라, 책을 글자로 읽는 것인지, 소리로 읽는 것인지, 의미로 읽는 것인지의 차이 이상이다. 그 어떤 방법도 좋지만 ‘가슴으로 읽는 책’은 어느 대형서점 입구에 각인된 문구처럼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의 만드는 장인의 손길과 숨결을 오롯이 읽는 이들에게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어느 때엔가 이 작은 심겨짐이 싹을 틔우고, 잎을 내며, 꽃을 피워 향기를 내며, 열매를 공급하는 나타남이 된다. 한마디로, 이 책 <첫 유월절 어린양>은 가슴으로 읽고 읽히는, 가슴 속 깊은 곳에 심는 복음의 씨앗이다. 이집트 나일강 하류에 사는 어린양 ‘하탈레흐’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를 좇아 들어간 이 책의 입구에서 제일 먼저 어린아이 ‘비느하스’를 만납니다. 어린 ‘비느하스’가 ‘하탈레흐’를 향해 부른 ‘케셉’은, ‘하나님의 말씀들은 순결한 말씀들 곧 흙 도가니에 단련된 일곱 번 정련된 은’(시 12:6)으로 시작부터 ‘마지막 유월절 어린양’을 향해 가고 있음을 살포시 스케치하고 있는 듯합니다. 어찌됐든 ‘케셉’의 여리고 순한 털에 기대어 듣는 이 작은 이야기는 여름 밤 어둔 하늘 가득했던 수많은 별들을 보며 듣는 꿈같은 이야기로 펼쳐집니다. 성경 <출애굽기>의 출애굽의 사건의 배경과 진행 그리고 출애굽을 위한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던 ‘장자의 죽음’을 모티브로 출발한 이 이야기는 때로는 속삭이듯, 때로는 장난스럽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때로는 장엄하게 전개됩니다. “전 사람이 아니에요. 전 양이랍니다”라고 어린양 ‘케셉’이 고백하며 시작되는 이야기의 출발에서 ‘저는 누구입니다!’라고 따라서 고백해야 할 것 같음에 흠칫합니다. 그러다가 “한 마리의 어린양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말들이었어요. 그러나 머리로는 잘 이해할 수 없었던 말들이지만 가슴으로는 그것이 다 이해됐어요. 저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났어요”라는 이야기 앞에서는 한참을 먹먹하게 가슴으로 더 이상 읽혀지지 않는 책을 보다가 눈물을 닦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어린양 케셉은 “그 순간 그분의 눈과 저의 눈이 마주쳤어요. ... 저는 그분의 눈 속에서 반짝이고 있는 슬픔을 발견했어요.”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자유를 얻고 해방이 되어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일이 시작되는 순간에 슬픈 눈이라뇨? 그리고 그 슬픈 눈이 왜 저를 향했던 것일까요?”라 질문에 마주하고 서있는 우리의 답이 무엇인지를. 그렇습니다. 우리는 대답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생명도 그냥 주어지는 법이 없죠.” (Do you know? There is no way to get something without paying.) 하나님이 행하시는 출애굽기의 열 번째 재앙, 그 거대한 물결 앞에 어린양 ‘케셉’은 죽음으로 ‘첫 번째 유월절’의 어린양이 되면서, “당당한 하나님 백성들의 발걸음”의 첫 발걸음을 내딛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그 분이 말씀하시는 “생명은 생명으로 말미암아 살리라”(Lives will be saved by a sacrifice of another life!)라는 약속이 아니었을까요. 작가 김요한의 속 깊은 따스함은 ‘어린양’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읽어내고,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가슴속 깊은 곳에서의 ‘보듬기’에 있다. 또한 이 세대의 그리스도인으로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무엇을, 어떻게 하는 방법에 집중하지 않고, 하나님의 마음 그대로를 읽어내고, 전달하는 일에 오롯이 서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여전히 기대되는 이유이다. 또한, 번역가 진규선의 힘은 철저하게 원칙적인 ‘낯설게 하기’에 스스로 집중하며, 감동과 공감의 자리에 속내를 드러내며 함께 함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동행이 기대됨이다. 이 책을,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가요? 믿음은 또 무엇인가요? 등등 신앙과 믿음의 일차적이고 원초적인 질문에 유쾌하고 명쾌하게 답해 주는 책으로 추천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