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 (작가,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 : 정확하게 쓴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또렷한 관점과 풍부한 서술을 거칠 때, 무질서하던 세계는 의미를 얻어 정연한 제자리를 찾는다. 명쾌한 쇼핑 비평가이자 상품 감식가로서 신예희도 그런 글을 쓴다. 낭비 없는 동작으로 목표물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기는 스나이퍼처럼 좋은 물건을 명중시킨다. 가성비에 타협하지 않는 꼿꼿한 자세, 쓸모를 살피는 날카로운 눈은 돈과 시간을 헛쓰며 실패해본 40대 여성의 시행착오에서 나오기에 설득력이 강하다. 두루마리 휴지, 데오도란트 비누부터 SUV까지 이 사람이 골랐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신예희는 맥시멀리스트에 가깝지만 분별없이 방대한 물건의 무덤에 짓눌리지 않으며, 지름의 쾌감을 즐기면서도 내일이 없다는 듯 다 써버리는 욜로가 아니다. 어울리지 않게 된 물건은 수시로 비워내며 스스로를 환기하는 행위를 ‘업데이트’라는 개념으로 정의한다. 매달 가계부를 써가며 저축하는 성실함, 현금을 사용하며 소비 규모를 통제하는 주체성이 몸에 배어 있다. 노력해서 돈을 벌고, 그 돈을 잘 관리해 마음에 꼭 드는 물건을 구입하며, 그것을 매일 사용하는 즐거움을 한껏 누린다. 스스로를 아끼고 잘 대접해 다시 잘 일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한다.
신예희에게 소비란, 건강하고 단단한 생활의 선순환을 이루는 고리다. 어떻게 해야 소중한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 잘 아는 사람이, 행복의 도구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가 권하는 제품을 사고 싶어진다. 다시 말해, 잘 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