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는 이번에 발표한 14집의 겉면에 '19세 미만 청취 불가'라는 딱지를 붙였다. 그 이상의 나이가 되어야만 자신의 곡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뜻이란다. 대체 어떻길래 이렇게 허를 찌르는 생각을 한 것일까.
'빨간 내복' 이라는, 약간은 촌스러운 제목을 달고 있는 14집을 관통하고 있는 정서는 '향수'다. 어려웠던 시절에 대한 따뜻한 기억과 정겨운 느낌들이 수록곡 하나하나에 잘 배여있다. 타이틀 곡 '내 사랑 '심수봉''은 오랜 음악적 동반자 노영심의 곡으로서, 선배가수인 심수봉에 대한 예찬을 담은 헌정곡이다. 이 외에도 '광수생각'의 박광수가 노랫말을 제공했는가 하면 '유치찬란'이란 곡에서는 양동근이 참여, 랩을 선보이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이런저런 장르들이 선보여지기는 하지만 이전 앨범과 비교해 크게 바뀐 부분은 없어 보인다. 매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다양한 모습을 알리려고 기를 쓰는 요즘의 인기가요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앨범을 다 듣고 나면 마음에 전해오는 기분좋은 따뜻함에 자신도 몰래 입가에 미소를 띄우게 될 것이다.
30년 전, 미완의 풋풋함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던 청년 이문세. 그도 어느덧 세월의 강을 지나온 지 반세기. 결코 잘생긴 비주얼형 가수는 아니지만, 유려한 멜로디, 클래식한 음색, 그리고 이문세만의 따뜻한 감성으로 사람 냄새 물씬 나는 팝 발라드의 한 획을 그었다. 긴 세월 동안 우리가 그의 음악에 감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한국 가요계를 상징하는 예술인이기 때문이다. 글로벌한 음악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고 대중적 예술성을 담아 소통할 수 있는 사람…… 바로 대한민국 이문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