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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ush [Crush On You]
한국 알앤비 힙합의 미래. 'New Generation' 크러쉬

다이나믹 듀오, 자이언티, 리쌍 개리, 사이먼디, 박재범, 양동근, 그레이.. 이 막강한 라인업이 신예 프로듀서 크러쉬(Crush)의 음악을 선택했다. 특히 블랙뮤직의 오리지널리티를 지키면서도 다양한 장르의 스펙트럼과 대중성을 장착한 것은, 많은 뮤지션들이 그를 찾은 이유다. 무엇보다 젊은 감성을 그대로 전달함에 있어 탁월하다. 무심한 듯 툭 치고 나온 즉흥적인 요소에 디테일한 감정 표현이 더해진 전천후 뮤지션이다.

첫 정규앨범 'Crush On You'는 크러쉬의 정체성을 명확히 규정한 음반.
힙합, 알앤비, 네오소울, 뉴잭스윙 등 다양한 블랙뮤직의 정통성을 기반으로 모든 곡의 작사, 작곡을 맡은 프로듀서 크러쉬의 능력을 집약시킨 음악이다. 또 수록곡마다 다채로운 편곡, 곳곳에 놀랄만한 음악적 장치와 아이디어들이 숨어 있어 흥미롭다. 11개 트랙의 단단한 구성엔 개코, 최자, 자이언티, 박재범, 사이먼디, 진보, 밴드 쿠마파크 등이 피처링진으로 참여, 크러쉬만의 언어에 힘을 보탰다.

우선, 이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Old & New'란 주제에 맞춰 여러 시대의 흑인음악을 동시에 구현했다는 점이다. 클럽에서의 아찔한 사랑을 타이트한 슬로우잼으로 표현하거나 ('눈이 마주친 순간'), 90년대 마이애미 사운드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등 접점을 찾고자 했다. ('A Little Bit') 또 디스코, 피비 알앤비, 뉴잭스윙, 투스텝, 어반 알앤비 등 블랙뮤직의 역사를 아우른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고 밴드와의 협업, 오케스트레이션 작업 등은 듣는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천편일률적인 사랑에서 탈피한 노랫말도 인상적이다. 헤어진 연인을 생각하며 '밥맛이야'라고 문제점을 꼬집고 ('밥맛이야'), 저녁 노을이 물든 한강을 바라보며 밤하늘을 찬미하는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Friday야')
특히 개코가 참여한 타이틀곡 'Hug Me'와 자이언티와의 콜라보곡 'Hey Baby'는 크러쉬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드러낸 곡들이다. 'Hug Me'는 크러쉬 본인이 자신의 모든 음악적 역량을 쏟아 부었다고 밝힌 만큼, 가장 트렌디하고 다채로운 편곡이 빛나는 곡. '연인이 사랑하고 껴안을 때 느끼는 모든 감정'을 주제로 크러쉬는 다소 공격적인 보컬을, 개코는 뉴(new)한 플로우를 선사했다. 변화무쌍한 편곡이 곡의 다이나믹한 재미를, 타이트한 그루브는 이 앨범의 성격을 가장 진하게 이끌어냈다고 할 수 있다.
'Hey Baby'는 크러쉬가 보여준 넓은 스펙트럼에서 짙은 풍미를 내는 또 다른 축이다. 비트박스, 묵직한 드럼비트 등 뉴잭스윙이 갖는 장르적인 특징을 유연하게 표현했고, 자이언티와 크러쉬의 보컬은 자유롭게 그 위를 걷는 느낌을 준다. 원초적인 소울이 아니라 재해석한 90년대 음악에 새로운 색을 덧입혀 또 다른 결과물을 도출해 낸 시도가 개성적이다.

블랙뮤직의 여러 틀을 빌려왔지만, 이 앨범에서 주목할 점은 그런 장르적인 구분이 아니다.
형식을 빌려왔을지언정, 그 안에 묻히지는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공식을 제시하며 한국에서 블랙뮤직을 하는 방법 자체를 보여주고 있다. 장르적인 특징을 돋보이게 함은 물론 다양한 장르의 접점을 찾는데 탁월한 수준이다. 더군다나 크러쉬의 정체성과 대중의 간극을 독보적인 위치에서 해석했기에 특별한 데뷔앨범. 장르 음악이 갖는 정통성과 실험성, 대중을 포용할 수 있는 서정성을 기대했다면 최적의 음악이다. 자칫 번잡스러운 백화점 식 구성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기준을 잘 응용했기에 결과는 깔끔하다.
알앤비 힙합 음악이 한국대중음악에 스며드는 과정에서 또 다른 세대교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크러쉬의 캐릭터는 '뉴 제너레이션'이라 칭할 만 하다. 젊은 아티스트가 택할 수 있는 급진적인 음악, 이 음악 안에 넘치는 혈기, 샘솟는 아이디어, 그리고 정제된 프로페셔널리즘은 한데 어우러져 유쾌한 감수성과 음악적인 재치를 선사해 냈다.

21세기 한국대중음악은 명백히 블랙뮤직에 지배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몰이 창법' '한국형 힙합' 등 정체불명의 언어로 포장된 음악들이 일련의 과정을 겪어왔고, 이제는 어느 정도 대중성의 지분을 확보한 힙합 장르가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시대다. 다만, 수많은 이들이 정통 흑인음악을 표방하고 나섰지만 그들 중 진정으로 장르의 특성을 이해하고 본질을 탐구한 이들을 찾긴 쉽지 않았다. 이 변화의 과정에서 대중과 마니아를 동시 만족시킬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은, 이 앨범이 주목 받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부에겐 낯설거나, 전 세대를 포용하기 힘들 수 있는 음악일지 모른다. 하지만 가장 트렌디하면서도 거부감 없이 블랙뮤직을 한국정서와 결합시킨 것은 이 앨범이 갖는 독특한 가치다.

설익은 젊음은 또 다른, 새로운 음악을 낳는다. 더군다나 장르 음악에선 더욱 그렇다. 장르의 정통성을 계승하면서도 색다른 해석이 돋보인다. 짧지만 강렬한 그의 디스코그라피가 말해주듯 이 앨범 역시 뚜렷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될 크러쉬의 새 음악에 반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