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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경성대.부경대역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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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픽션 8권. 3캐럿 다이아몬드 반지가 사람의 손에서 손으로 옮겨가며 반지의 소유주들을 둘러싸고 범죄가 발생한다는 설정의 연작 소설집이다. 작가는 열두 편의 이야기를 통해 욕망을 거스르지 않고 자신의 잇속을 챙기려 폭력과 사기, 살인도 주저하지 않는 인간들의 '비루한 일상'을 가감 없이 묘사한다.
부정을 저지른 자들만이 성공하는, 퇴폐와 부조리가 만연한 사회에서 인간의 마음은 쉽사리 범죄에 기운다. 군납 비리를 저지르고 달아나는 장교, 위자료를 주기 싫어 아내를 살해하는 암시장 상인, 빚 독촉에 오랜 친구를 죽이는 고물상 주인 등, 소설 속 인물들은 속된 욕망 앞에서 삶의 윤리는 하찮게 내팽개쳐지고, 인간의 목숨 역시 가볍게 여겨진다. 그중에서도 '백제의 풀'과 '도망'은 마쓰모토 세이초의 방대한 작품 중 드물게 '조선 경험'이 반영된 소설이다. 한국의 용산과 정읍에서 위생병으로 복무한 작가는 군대 생활에서 전쟁의 잔인함보다는 그런 잔인함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군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통찰에 이른다. 지금껏 세이초가 추구해 온 테마는 나약한 인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회의 시스템 때문에 궁지에 몰려 범죄자가 되어버리는 현실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현란한 유리>에서는 세이초의 군대 경험이 사회악을 비판하는 또 하나의 원점이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세이초 문학에서 등장하는 여성상을 만든 경험이라는 점에서도, 또 하나의 원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제1화 토속 인형
: “『현란한 유리』에는 조선에서의 마쓰모토 세이초 자신의 체험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마쓰모토 세이초에게 있어 조선에서의 경험은 즉 군대 경험이었는데, 어째서 이 경험을 소설로 그대로 살려 낸 걸까. 사소설적인 소박한 리얼리즘을 강하게 비판하던 마쓰모토 세이초에게 있어 매우 드문 일인데, 아마도 군대에서의 경험을 사실에 가깝게 그려 내는 것이 세이초 문학의 주제에 어울리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거라 여겼기 때문이리라. 물론 그렇다 해도, 독자에 대한 서비스 정신으로 각 소설은 미스터리와 서스펜스 구조로 엮어 실제 경험을 그대로 적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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