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커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라고, "커피도 하나의 음식이고, 좋은 재료와 정성 들인 조리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열아홉 바리스타, 이야기를 로스팅하다>는 커피가 인생을 건 열아홉 카페의 바리스타와 로스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는 한 중학생이 대학생 선배를 따라간 카페에서 마신 커피 한 잔에서 시작되었다. 쓰디썼지만 무언가 매력이 있던 커피 맛과, 의식을 치르듯 정성을 기울여 커피를 내려주던 바리스타의 모습 때문에, 그 중학생은 혼자서도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를 드나들었고, 그의 시시콜콜한 질문에 귀찮아하지 않고 응대해주던 바리스타로 인해 점점 커피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십수 년이 지나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커피를 마시고 커피인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학생은, 자신을 매료시킨 바리스타들과 그들의 커피에 대해 글을 쓰기로 결심한다. 이 책 <열아홉 바리스타, 이야기를 로스팅하다>는 저자가 자신이 존경하는 커피인들에게 바치는 헌사인 셈이다.
특히 이 책을 빛내주는 것은 카페의 분위기를 잘 전달하는 한편, 커피인들의 내면의 표정을 끌어내 보여주는 사진이다. 특히 바리스타와 로스터들을 스튜디오로 초대해 찍은 사진을 통해서, 바 뒤에서 커피를 내리거나 로스터기 앞에서 샘플봉을 들고 있는 모습에서는 볼 수 없는 개성을 한껏 드러난다.
최근작 :<[큰글자도서] 실용 커피 서적> ,<Korea Specialty Coffee Guide> ,<스페셜티 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 … 총 7종 (모두보기) 소개 :필명은 베이루트. 평범한 회사원이자 칼럼니스트다. 중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커피를 마셔왔다. 대학 시절에는 학과 교수님들과 힘없는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커피를 팔았고, 날이 좋을 땐 캠퍼스에서 노천카페를 열기도 했다. 그 경력을 인정받은 것인지, 지도교수님은 대학원을 생각하고 있다는 말에 “천만 원 줄 테니 카페나 열어”라고 입을 막아 커피 업계의 꿈나무가 될 뻔했다. 하지만 타고난 둔한 미각과 몸, 집에 두고 나온 센스로 일찍이 바리스타가 되는 것은 포기했다.하지만 커피를 마실수록 더 사랑하게 되어, 커피를 마시고 공부하고 커피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일상을 영위한다. 이 아름다운 커피의 세계로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글을 쓴다. ‘베이루트의 카페견문록’을 모 영화게시판에 셀프 연재한 것을 시작으로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 월간커피, 월간객석, 언유주얼 등 각종 매체에 꾸준히 커피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폴인과 서울카페쇼, SCA 리테일 서밋 등에서 모더레이터를 담당했다. 2016년에는 스페셜티 커피 업계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 《열아홉 바리스타, 이야기를 로스팅하다》를, 2019년에는 커피와 취미를 주제로 다룬 책 《실용 커피 서적》을, 2022년에는 스페셜티 커피의 역사와 문화, 사람들 이야기를 담은 《스페셜티 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를 출간했다.(@_cafebeirut)
최근작 : 소개 :
따비
최근작 :<밥 먹으러 일본 여행> ,<부리와 날개를 가진 동물, 어휘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 ,<꽃과 나무, 어휘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 등 총 116종
대표분야 :음식 이야기 2위 (브랜드 지수 49,547점), 교육학 16위 (브랜드 지수 46,663점)
추천도서 :<실용 커피 서적> 저자는 커피 덕질이 얼마나 피곤한지 투덜대는데, 꼭 자식 흉보며 자랑하는 부모 같다. 커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말할 때는 한없이 담대하고, 어떤 커피가 좋은 커피인지 말할 때는 한없이 조심스럽다. 중학교 때부터 커피를 마셔온, 최전선의 커피인들과 교류해온 15년 역사가 만든 태도일 것이라 믿음이 간다. 한 가지 부작용은, 저자를 따라 이런저런 커피 기구를 사들이고 싶어진다는 것.
- 편집장 신수진
커피리브레에서 학림다방까지, 커피라면 이들처럼
커피는 무척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가진 음료다. 어느 철학자가, 혹은 어느 대문호가 하루에 몇 잔의 커피를 마시며 글을 썼으며, 유럽에 처음 커피하우스가 도입되었을 때 얼마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기에 왕명에 의해 금지되었는가 같은 역사적인 가십은 언제나 흥미롭다. 한편, 어느 지역 카페 임대료가 가장 많이 올랐다, 어느 프랜차이즈 카페가 전통의 노포를 몰아내고 매장을 냈다 하는 경제 트렌드와 갑을 논쟁까지 가면, 커피와 카페는 대한민국의 풍속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다. 이렇게 다양한 커피 이야기 속에, 정작 커피의 맛은 빠져 있었다. 커피는 분위기로 마시거나 필요해서 마시는, 그저 카페인이 함유된 쓴 음료일 뿐이었다.
그러나 여기, “커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라고, “커피도 하나의 음식이고, 좋은 재료와 정성 들인 조리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열아홉 ... 커피리브레에서 학림다방까지, 커피라면 이들처럼
커피는 무척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가진 음료다. 어느 철학자가, 혹은 어느 대문호가 하루에 몇 잔의 커피를 마시며 글을 썼으며, 유럽에 처음 커피하우스가 도입되었을 때 얼마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기에 왕명에 의해 금지되었는가 같은 역사적인 가십은 언제나 흥미롭다. 한편, 어느 지역 카페 임대료가 가장 많이 올랐다, 어느 프랜차이즈 카페가 전통의 노포를 몰아내고 매장을 냈다 하는 경제 트렌드와 갑을 논쟁까지 가면, 커피와 카페는 대한민국의 풍속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다. 이렇게 다양한 커피 이야기 속에, 정작 커피의 맛은 빠져 있었다. 커피는 분위기로 마시거나 필요해서 마시는, 그저 카페인이 함유된 쓴 음료일 뿐이었다.
그러나 여기, “커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라고, “커피도 하나의 음식이고, 좋은 재료와 정성 들인 조리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열아홉 바리스타, 이야기를 로스팅하다》는 커피가 인생을 건 열아홉 카페의 바리스타와 로스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커피가 인생이라 말하는 사람들
커피산업은 지금 제3의 물결을 타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로 커피의 대중화가 시작된 ‘제1의 물결’, 스타벅스와 같은 대기업의 탄생과 함께 새로운 커피 문화가 전파된 ‘제2의 물결’을 지나, ‘제3의 물결’은 산업의 발전, 자본의 투입,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커피 생산 과정에서부터 커피 본연의 맛과 향에 집중하는 흐름을 가리킨다. 서울의 커피리브레, 헬카페, 콩밭커피, 학림다방, 부산의 FM커피하우스, 경주의 커피플레이스, 남원의 산들다헌까지, 《열아홉 바리스타, 이야기를 로스팅하다》에서 소개하는 열아홉 카페의 바리스타와 로스터들은, 바로 한국 커피의 제3의 물결을 열어젖혔고 지금도 이끌고 있는 주역들이다.
이들은 커피에 빠져든 계기도 모두 다르고, 카페를 운영하는 스타일도 다르다. 또한 카페가 입지한 상이한 환경―점심시간마다 몰려드는 손님들에게 정신없이 커피를 제공해야 하는 오피스 상권이 있는가 하면, 동네 사람들 외엔 도무지 찾아올 것 같지 않은 수유동, 길동, 해방촌에 자리 잡은 카페들도 있으며, 카페에서는 달걀 노른자 동동 띄운 쌍화차를 마셔야 한다는 어르신들이 찾는 카페까지 다양하다―에 따라 커피뿐 아니라 여러 음료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등 각 카페의 생존전략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 모두에게 커피는 어쩌면 종교이고, 어쩌면 위안이며, 로망의 실현이자 친구들과의 소통 수단이면서, 무엇보다 삶이다.
비정상회담에서 올드스쿨로 거슬러가는 긴 여행
1장이자 책 전체를 여는 글이라 할 수 있는 ‘긴 여행의 시작’은 서울 연남동 ‘커피리브레’ 서필훈 대표의 이야기다. 우리나라 스페셜티 커피 1세대라 할 수 있는 서필훈은 한국 커피의 1세대 ‘1서 3박’ 중 한 명인 박이추 선생의 계보를 이으면서도, 생두 자체의 품질과 과학적 분석을 통해 로스팅과 추출에 접근하는 스페셜티 커피의 개척자이다. 한국인 최초의 큐그레이더(Q-grader)가 되고 월드 로스터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그의 경력보다, ‘자신만의 낙관이 찍힌’ 커피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장인정신에 눈길이 간다.
2장은 보광동의 ‘헬카페’, 수유동의 ‘세컨드커피’, 길동의 ‘외계인커피’, 창전동 ‘펠트’, 도화동의 ‘프ㅤㄹㅣㄷ츠 커피컴퍼니’를 ‘비정상회담’이라는 제목으로 묶고 있다. 혼자, 혹은 바리스타와 로스터가 함께, 심지어 베이커까지 팀을 이루어 카페를 운영하고 있지만, “비정상으로 느껴질 정도로 커피만 생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로스터, 바리스타, 그린빈 바이어의 삶은, 마치 커피를 섬기는 사제들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3장 ‘챔피언의 커피’는 말 그대로 ‘커피 챔피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복싱에서 줄넘기를 통해 기초체력을 키우듯 매일 반복을 통해 커피의 기본기를 닦는다는 ‘커피템플’의 김사홍 바리스타, 컨테이너 박스에서 로스팅을 하면서 로스터스 챔피언십 우승까지 이뤘지만 함께하는 동료들이 가장 소중하다는 ‘180커피로스터스’의 이승진 로스터, 자신은 바리스타가 아니라고 하지만 누구보다 많은 챔피언을 배출하고 있는 ‘커피뎀셀브즈’의 김세윤 대표, 그리고 대회 우승 경력이 없어도 누구나 챔피언임을 인정하는 부산 ‘FM커피하우스’의 강무성과 이지훈. 이들이 대회를 준비하며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결국 매장에서 손님에게 내려주는 한 잔의 커피를 위해서다.
커피산업의 제3의 물결을 이끌고 있는 스페셜티 커피는, 한편으로는 비싼 가격과 이해하기 어려운 메뉴 이름으로 높은 문턱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4장 ‘스페셜티의 맛’에서는 ‘누구나 마실 수 있는 커피’, ‘동네 스페셜티 커피’를 지향하는 다섯 곳의 카페를 소개하고 있다. 해방촌을 그대로 닮은 ‘콩밭커피’, 성수동의 분위기처럼 신선한 ‘메쉬커피’, 경주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커피플레이스’, 쌍화차만 찾던 농부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남원의 ‘산들다헌’, 카페의 각축장 홍대 상권에서 고고한 깊은 맛을 지키는 ‘밀로커피’가 그곳이다.
4장 ‘프롬 올드스쿨’은 긴 여행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장인의 정신으로 커피를 내리는 스승을 ‘모시며’, 그 어깨너머로 커피를 배워야만 했던 커피 1세대와 2세대를 잇는, 그러면서도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도전에 머뭇거리지 않았던 2.5세대 바리스타들 네 명이 4장의 주인공들이다. ‘싸이펀 커피랩’의 사선희, 사직동 ‘커피한잔’의 이형춘, 을지로 ‘다동커피집’의 이정기, 대학로 ‘학림다방’의 이충렬. 바리스터이자 로스터인 이들은 커피 서적을 번역하고, 로스터기를 분해하고, 자신만의 블렌드를 만들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며 긴 세월을 보냈고, 이제 자신의 커피에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는 낙관을 찍고 있다.
한 커피광이 커피인들에게 바치는 헌사
이야기는 한 중학생이 대학생 선배를 따라간 카페에서 마신 커피 한 잔에서 시작되었다. 쓰디썼지만 무언가 매력이 있던 커피 맛과, 의식을 치르듯 정성을 기울여 커피를 내려주던 바리스타의 모습 때문에, 그 중학생은 혼자서도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를 드나들었고, 그의 시시콜콜한 질문에 귀찮아하지 않고 응대해주던 바리스타로 인해 점점 커피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십수 년이 지나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커피를 마시고 커피인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학생은, 자신을 매료시킨 바리스타들과 그들의 커피에 대해 글을 쓰기로 결심한다. 이 책 《열아홉 바리스타, 이야기를 로스팅하다》는 저자가 자신이 존경하는 커피인들에게 바치는 헌사인 셈이다.
특히 이 책을 빛내주는 것은 카페의 분위기를 잘 전달하는 한편, 커피인들의 내면의 표정을 끌어내 보여주는 사진이다. 특히 바리스타와 로스터들을 스튜디오로 초대해 찍은 사진을 통해서, 바 뒤에서 커피를 내리거나 로스터기 앞에서 샘플봉을 들고 있는 모습에서는 볼 수 없는 개성을 한껏 드러난다.
저자의 말처럼,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든 이들의 커피는 그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맛있다. 하지만 이들이 늘 마음속에 품고 있는 그 어떤 이야기를 함께 듣는다면, 커피에 대한 지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깊은 맛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