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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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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추천사에서 이 책을 읽는 내내 ‘한국음식은……’이라는 물음이 돋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저자가 규슈에서 맛본 일본음식을 통해 되돌아본 한국음식은 어떨까? 한일 양국에서 밥상의 중심이 되는 밥을 한번 비교해보자. 한국의 식당에서 마주하는 밥은 스테인리스 공기에 담겨 뚜껑까지 덮어놓았다. 대량으로 미리 지어놓은 밥을 온장고에 보관하다가 내기 위함이다.
아무리 허술한 대중식당이라도 밥을 미리 담아 두는 경우 없이 언제나 주문과 동시에 밥솥에서 푸고 무조건 도자기 그릇에 담아내는 일본과 대비된다. 밥맛의 차이는 이처럼 밥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식품기업이 만든 포장두부가 국내 두부시장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과, 어느 동네를 가도 작은 두부공장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고 그날 만든 두부를 살 수 있는 일본의 두부 맛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일본음식을 찬양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저자가 보기에, 음식을 개발하는 아이디어는 정통과 퓨전을 가리지 않지만 깨끗하게 키운 식재료를 구해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드는 유연성과 원칙이 바로 일본 음식문화의 요체다. 그렇다면 우리 음식문화의 요체는 무엇일까? 때로 나를 알기 위해서는 나를 비추어볼 거울이 필요하다.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 밥 위에 문화를 얹은 일본음식 이야기》는 한국음식을 비추어볼 거울 하나를 제공해줄 것이다. 1장 화혼양재, 일본음식이 된 서양음식들 : 가서 먹어 봤다며 글과 사진의 흔적을 남기기는 쉽다. 그곳에 왜 그 음식이 있는지 의미망을 엮는 것은 어렵다. 박상현은 일본을 들락거리며 이 어려운 일을 해치웠다. 일본음식의 탄생과 번창의 역사적 맥락을 좇으며 일본인의 정신과 콤플렉스까지 읽어 낸다. 책을 읽는 내내 ‘한국음식은……’ 하는 물음이 돋았다. 박상현이 의도한 것이다. 책 안에서 그와 나는 일본음식을 먹으며 한국음식 이야기를 나눈다. 한국음식의 과거와 미래가 이 안에 있다. : 그가 일본행 비행기를 버스처럼 타고 다니느라 집 몇 채를 날려 먹었다는 소문도, 그를 앞세우고 가면 오직 손으로 모든 걸 말하는 쇼쿠닌職人들을 친구 삼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는 관심 없다. 때로는 포르노가 진짜보다 생생할 때가 있다. 스토리가 있는 놈이면 더 좋을 것이다. 박상현의 책이 딱 그렇다. 내게 전화 걸지 마시라. 지금 이 책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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