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나 (작사가) :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친구가 있고, 자신의 말을 듣게끔 만드는 친구가 있다. 그녀는 묘하게도 그 둘을 모두 갖춘 친구다. 마주 앉은 그녀는 늘 듣는 입장의 친구였지만, 왜일까, 그녀가 쓰는 글은 ‘닥치고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자신의 상처를 이야기하고 나의 별것 아닌 고민을 울며 들어주는 그녀를 보았을 때, 나는 그녀가 치유의 달란트를 가진 작가라는 걸 알았다. 작가란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다룰 수 있되, 남들의 아픔에 배로 반응하는 예민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정말 지긋지긋하게도 외로워한다, 라고 그녀에게 면박을 준 적이 있다. ‘외로움의 아이콘’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연애를 하든 말든 끊임없이 외로워하고 그리워하는 친구였기 때문에. 하지만 이 책에서 나는 그 ‘외로움’이 그녀를 작가로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는 걸 알았다. 따뜻한 외로움. 그래, 떠나온 자의 최고의 무기는 어쩌면 혼자라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이라는 겁 많고 외로움 많은 장연정과 ‘여행 에세이’라니. 그토록 모순적일 수 있을까 싶은 이 조합은, 그녀가 아니었다면 보고 느끼지 못했을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혼자이기에 볼 수 있는 것들, 외롭기 때문에 가야만 했던 곳들, 그립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던 것들. 산다는 건 외로운 거라는 당연한 전제를 놓고, 그녀는 외롭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가르쳐준다. 장연정, 그녀는 겁 많은 여행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