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경쟁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슨 생각을 떠올릴까? 누군가는 스포츠를 생각할 것이고, 누군가는 치열한 입시를 생각할 것이며, 또 누군가는 회사에서의 승진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 중 공통적인 생각은 경쟁이란 부족한 무엇인가(재화든 어떤 지위든)를 차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인간은 원래 경쟁적이고, 경쟁을 하면 더 높은 생산성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교육과 양육에 대한 많은 글을 발표한 저자는 단호하게 그것은 경쟁의 만들어진 신화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경쟁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심리학에서 볼 때)한 ‘자존심’에 타격을 입힌다. 우리는 모두 스스로가 가치 있다는 사실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 인정을 경쟁에서의 승리를 통하여 추구하려 한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애처로운데,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승리하는 사람은 소수이고, 대부분은 패배자가 되기 때문이다. 알피 콘은 이를 경쟁의 악순환이라고 부른다.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우리가 하는 경쟁 중 협력의 방법으로 바꾸지 못할 것은 별로 없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스스로 의식하기도 전에) 누가 먼저 걷는지, 누가 먼저 말하는지의 경쟁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협력의 경험을 거의 하지 못한다. 알피 콘은 협력과 경쟁을 비교한 많은 연구 결과들을 제시하며, 과연 어느 것이 더 생산적이며, 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율적인가를 밝힌다.
저자는 별도의 장을 할애하면서 협력 학습이라는 희망적 대안에 대해 설명한다. 아이들을 섬처럼 따로 앉히고, 앞 학생의 뒷머리만을 바라보며 교사의 강의를 일방적으로 들어야 하는 현재의 주류 교육법이 학생과 학생 사이의 교류를 통한 함께 배우는 학습법으로 대체될 수 있다면 승패의 사회구조가 변화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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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 한겨레 신문 2009년 10월 23일자
경쟁의 신화에 도전한다
사람들은 경쟁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슨 생각을 떠올릴까? 누군가는 스포츠를 생각할 것이고, 누군가는 치열한 입시를 생각할 것이며, 또 누군가는 회사에서의 승진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 중 공통적인 생각은 경쟁이란 부족한 무엇인가(재화든 어떤 지위든)를 차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인간은 원래 경쟁적이고, 경쟁을 하면 더 높은 생산성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교육과 양육에 대한 많은 글을 발표한 알피 콘은 단호하게 그것은 경쟁의 만들어진 신화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경쟁의 본질은 ‘상호 배타적인 목표달성’이다. 이는 당신이 실패해야 내가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경쟁이라는 말에 어떠한 수식어를 붙이든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이기기 위해선 당신은 져야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승리를 성공, 혹은 어떤 성취나 탁월함과 동일시한다. 하지만 무엇인가 잘하는 것과 남을 이기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좋은 드라마란 시청률 1등의 드라마일까? 언론사의 극심한 보도(특종)경쟁이 과연 더 좋은 기사를 나오게 할까? 오히려 너무 극심한 시청률 경쟁 때문에 ‘막장’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하며, 언론은 경쟁사를 이기기 위해 선정적이고 과장된 기사를 내보낸다. 이러한 현상은 어느 분야에서나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남을 이기기 위해 성취나 탁월함을 포기하는 예는 교실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경쟁 구조에서의 교육
“나는 그가 배움 그 자체를 진짜 재미있어 했으며, 그래서 오히려 더 뒤쳐진다는 것을 알았다. 이를테면 입체기하학에 빠져들었기 때문에 삼각함수는 나만큼 잘하지 못했다. 우리는 볼테르의 캉디드를 읽어야 했는데, 그는 거기서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떴으며, 다른 급우들이 이미 다른 저자의 책을 읽을 때에도 프랑스 원어로 된 볼테르의 다른 소설들을 섭렵했다. 이것도 그의 약점이 되었다.”(84쪽) 우리 교육제도에서 성공한 학생이란 단지 등수에서 승리한 학생이다. 공부 자체에 흥미를 느낀다면 “뒤쳐지고”, “약점이 된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경쟁이 최선을 다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고 믿는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의 붕괴에 대해 말하지만, 그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선 모르는 척한다. “교실에서는 다른 학생을 이기고 승리한 학생들에게만 상을 주면서, 아이들이 복도, 운동장, 길거리에서 서로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이유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만일 교실을 경쟁이 벌어지는 하나의 원형으로 본다면 복도에서의 폭행은 결코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194쪽)이렇듯 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에게 승리만이 최고의 가치라고 끊임없이 사회화시키고, 훈련시키면서도 경쟁을 타고난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경쟁의 문제는 단지 생산성이나 성취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경쟁 구조는 우리의 심리, 인간관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승리에 대한 강박이 낳는 문제들
경쟁은 무엇보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심리학에서 볼 때)한 ‘자존심’에 타격을 입힌다. 우리는 모두 스스로가 가치 있다는 사실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 인정을 경쟁에서의 승리를 통하여 추구하려 한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애처로운데,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승리하는 사람은 소수이고, 대부분은 패배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승리하는 사람들의 자존심은 높아질까? 안타깝게도 사회의 모든 구조가 승리자와 패배자를 구분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면, 영원한 승자란 없으며, 잠시 동안 느끼는 승리의 전율이 끝나면 또 다시 자신을 입증하기 위해 우리는 경쟁해야 한다. 알피 콘은 이를 경쟁의 악순환이라고 부른다. 또한 이러한 개인의 심리상태와 경쟁의 사회구조가 합쳐지면, 타인의 성공은 자신의 실패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믿음(비록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고 해도)이 생기게 된다. 유명인들, 스포츠 스타들에게 쏟아지는 인터넷 악플은 어쩌면 이러한 심리와 관련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경쟁은 승자에 대한 질투, 패자에 대한 경멸, 서로에 대한 불신의 인간관계를 만들어 낸다. “우리가 사회를 경쟁에 의해 뺏고, 빼앗기는 제로섬 게임이 난무하는 곳으로 생각한다면…상대에게 신뢰를 주는 행동은 스스로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로 보일 것이다.”(188쪽) 경쟁이 극심해질수록 1등에 대한 강박은 강해지며, 규칙을 지키는 것보다는 승리하는 것이 더욱 큰 미덕이 된다. 남의 시험지를 베끼는 학생들부터 선거에 이기기 위해 불법을 저지르는 정치인까지, 그 원인은 명백히 승패의 구조에 있지만, 우리는 그저 규칙을 지키지 않는 개인을 처벌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사회에서 진정한 경쟁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규칙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이다. 그리고 이 구조를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사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패배한 사람들은 제도를 바꾸려고 하지 않으며, 단지 다음엔 꼭 이기리라 마음먹을 뿐이다.”(187쪽) 저자는 이러한 사회구조의 대안을 제시하는데, 너무나 당연하지만 그것은 바로 ‘협력’이다.
협력 : 긍정적인 상호작용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우리가 하는 경쟁 중 협력의 방법으로 바꾸지 못할 것은 별로 없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스스로 의식하기도 전에) 누가 먼저 걷는지, 누가 먼저 말하는지의 경쟁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협력의 경험을 거의 하지 못한다. 알피 콘은 협력과 경쟁을 비교한 많은 연구 결과들을 제시하며, 과연 어느 것이 더 생산적이며, 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율적인가를 밝힌다. 하지만 경쟁과 마찬가지로 단지 효율성의 측면에서만 협력에 이득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협력을 통한 학습과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행동은 실질적으로 변화했다. 협력에서는, 경쟁과 반대로, 타인이 성공해야 내가 성공할 수 있다. 서로가 긍정적인 상호작용으로 묶여있으므로, 협력은 인간관계를 회복시키고, 자존심을 만족시킨다. 무엇보다 협력은 학교를 즐거운 곳으로 만들 수 있다. 얼마 전엔 학교에 가기 싫어 일부러 신종플루에 감염되고 싶어하는 초등학생들에 관한 기사가 나왔다. 아이들의 이 철없는 행동의 근원은 무엇일까? 또한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학업성취도평가를 거부한 아이들과 교사는 징계를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 자체가 벌 받을 일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단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경쟁을 장려하며, 다음과 같이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배움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학생들에게 하찮고 경멸스러운 보상들―‘참 잘했어요’라는 도장, 100점이라는 표시를 한 채 벽에 붙어있는 시험지, A라고 쓰여 있는 성적표, 우등생 명단, 즉 간단히 말하면 다른 학생들보다 내가 좀 낫다는 저열한 만족감―을 장려하고, 강요하는 것으로 아이들의 그 의지를 꺾어버린다.”(88쪽) 저자는 별도의 장을 할애하면서 협력 학습이라는 희망적 대안에 대해 설명한다. 아이들을 섬처럼 따로 앉히고, 앞 학생의 뒷머리만을 바라보며 교사의 강의를 일방적으로 들어야 하는 현재의 주류 교육법이 학생과 학생 사이의 교류를 통한 함께 배우는 학습법으로 대체될 수 있다면 승패의 사회구조가 변화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