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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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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거센 물결은 형식적 민주주의의 부실한 울타리를 부수고 한국사회를 부유한 1%와 가난한 99%로 갈라놓고 말았다. 그리고 이 파고 속에서 한국의 지식인 사회는 부유(浮遊)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에서의 좌파가 지니는 존재의미와 지향이 무엇인가라는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여 박노자가 작심하고 입을 연 책이다.
민주화 과정에서 정권에 발을 들여놓거나 제도적 이해에 연루된 ‘참여파’ 지식인들은 이명박 정부의 등장 이후 과거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정권교체를 줄창 부르짖으며 스스로 진보적 지식인이라는 환상을 포기하지 않고, 그보다 조금 더 ‘왼쪽’에 서 있다고 이야기되던 지식인들은 대중매체의 위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그것이 던져주는 유명세를 누리며 정작 스스로의 급진성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진보정치를 대표하는 정당은 자진해서 ‘자본주의 극복’이란 진보의 정체성을 포기하거나 입으로는 여전히 진보를 표방하면서도 몸은 자유주의 정치로 옮겨가는 자기모순을 연출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동인구의 절반을 훌쩍 넘어선 현실에서, 대기업 정규직 노동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의 노동운동조직은 비정규직의 노조가입을 여전히 배제하거나 총파업 등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못하고 자본의 새로운 노동기율에 스스로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는 이제 세계적 차원에서 전면적인 위기에 봉착했는데 한국의 진보는 자본주의 이후의 전망으로부터 멀찍이 달아나는 현실이다. 자본주의의 모순은 자본주의로부터 극복될 수 없다. 그것은 자본주의 이후의 대안사회를 꿈꾸고 그것을 선취하려는 노력이 없고서는 불가능한 미래이다. 인간을 위한 자본주의는 없다. 자본주의라는 고장 난 차를 수리해보겠다는 시도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전면적 위기의 시대인 지금 시대착오적인 망상일 뿐이다. 추천사_ 외로운, 그러나 단호한 우리시대의 정언명령: “좌파하라!”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중앙일보(조인스닷컴) 2012년 04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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