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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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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맨천 구신이 돼서'는 아름다운 우리 토박이말과 사투리로 빚어낸 백석 시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겨레의 토속신앙에 나오는 친근한 귀신들을 어린이의 시각과 목소리로 노래한 동심 어린 시이다. 이 시를 옛이야기 책 그림으로 잘 알려진 서선미 화가가 시 그림책으로 풀어냈다. 신화나 전설에 나올 법한 귀신 이야기들을 시로 노래한 백석 시인의 동심을 신비롭고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럽게 풀어낸 그림을 보면 무서운 귀신들이 친근한 이웃처럼 다가온다.
마을에 한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는 자라면서 집안 곳곳에서 마을 여기저기에서 귀신들을 만난다. 방안에서 성주님, 토방에서 디운귀신, 부엌에서 조앙님, 고방에서 데석님, 굴뚝에서 굴대장군, 뒤울안에서 털능귀신, 대문간에서 수문장, 연자간에서 연자망귀신, 행길에서 달걀귀신 따위 귀신들을 집안 곳곳에서, 마을 여기저기에서 만난다. 아이는 무서워 벌벌 떨며 도망 다니지만, 이야기의 속내는 달걀귀신만 빼고 이런 귀신들이 아이를 지키고 보호해주기에 아이가 탈 없이 성장하고, 마을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읽힌다. 백석 시인의 동심에 고개가 끄떡여진다. 그림책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아이가 만나는 귀신에 긴장과 오싹하는 무서움이 일지만, 익살스러운 귀신들의 모습에 오히려 웃음이 피어난다. : 집안 곳곳에도, 마을 여기저기에도 그곳을 지켜주는 귀신이 있습니다.
「마을은 맨천 구신이 돼서」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마술처럼 꿰고 엮어 감칠맛 나는 노래로 빚어낸 백석 선생님의 대표작입니다. 시에도 일렀듯이, 우리네 옛사람들은 어딜 가나 귀신이 있다고 여긴 듯합니다. 집안 곳곳에도, 마을 여기저기에도 그곳을 지켜주는 귀신이 있다고 믿은 게지요. 그러고 보면 우리네 귀신은 마치 이웃집 할아버지나 아주머니처럼 친근한 존재처럼 보입니다. 시인은 짐짓 무섭다고 엄살을 떠는 것이지만, 속내는 오히려 재미있어하며 즐기는 것 같기도 하네요. 이 구수하고 재미난 시가 서선미 화가의 아기자기하고 따스한 그림과 만나 읽는 맛, 보는 맛을 몇 곱절 늘려 줍니다. 시에 나타난 예쁜 우리말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볼거리 풍성한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십시오. 겨레의 정서로 가득 찬 행복한 상상의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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