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지은이)의 말
나는 평생 동안 강을 보며 살았다. 강물을 따라왔던 것들은 눈부셨고, 강물을 따라 가버린 것들도 눈부셨다. 아침 강물은 얼마나 반짝이고 저문 물은 얼마나 바빴던고.
그러면서 세월은 깊어지고 내 인생의 머리 위에도 어느덧 서리가 내렸다. 들여다보면 강물은 얼마나 깊고 인생은 또 얼마나 깊은가. 손 내밀어 삶은 그 얼마나 아득한가. 아, 길, 내 인생의 길에 푸른 산을 그리던 빗줄기들, 빈 산을 그리던 성긴 눈송이들, 참으로 인생은 바람 같은 것이었다.
어느 날 강을 건너다 뒤돌아보았더니 내 나이 서른이었고, 앉았다 일어나 산 보니 마흔이었고, 감았던 눈을 떴더니 나는 쉰 고개를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