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장편소설 <수수밭으로 오세요>의 주인공, 강필순이란 여성은 오직 작가 공선옥만이 묘사해낼 수 있는 인물이다. 가난하고 배운 것 없고 그악스럽지만, 순정하고 튼실하고 품이 너른 어미. 그녀에 대면 흰소리나 일삼는 주변의 지식인들은 종이인형처럼 가벼울 뿐이다.
강필순과 결혼해 '평범'이라는 이상을 실현하려는 의사 남편도, 가난한 삶 어쩌고 하며 시골을 선택해 살고 있는 지식인 친구 부부도, 말구변들이야 좋으나 한번도 필순을 이해해준 적 없다. 필순을 어깨동무하는 것은 상스러운 말투에 능력도 없는 가난한 친구들, 그리고 아이들이다. 작가는 "늘 아비에게 칭찬받는 잘난 자식 말고 못난 자식을 어루만져 주는 그 '어미 마음'을 하나 가져보자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말한다. 통증 : 그녀의 이번 소설을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어내며 나는 그녀가 작가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또 한 사람의 어미이자 여성으로서도 더욱 깊어졌다는 확신을 가졌다. 사랑이란 '불쌍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에 가엾어지는 것'이라는 구절이 오래 가슴에 남았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삶에 배반당하고 대가 없는 시간에 몸부림치는 그녀의 주인공들을 보고 있는데, 그런데 어째서 나는 이 소설을 읽은 후 내가 여자이고 어미라는 사실이 이토록 뿌듯해지는 것일까. - 공지영(소설가) : 생에 대한 연민과 이타성에의 집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