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단에서 활발한 비평 활동을 하고 있는 민족문학연구소에서 선정한 젊은 작가 8인의 소설집. 담담한 어조로 현실을 추적하며 이에 대한 질문들을 제기하는 김미월, 세계에 대한 분노의 파토스를 텍스트에 전면화하는 김사과, 구체적인 동세대의 삶의 결로부터 소설의 실감을 확보하는 김애란, 발랄한 상상력과 감수성으로 모든 권위에 도전하는 손아람 등 모두 여덟 편의 작품을 실었다.
그간 문단에서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사회나 현실에 무관심한 것으로 치부되면서 문학이 동세대의 독자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포맷하시겠습니까?>에는 20~30대 초반 세대인 작가들이 동세대의 삶을 실감적으로 그려내는 동시에 각자의 언어로 현실과 대결하며 현실 '너머'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한다.
민족문학연구소 문학평론가들이 나눈 좌담에서는 전반적으로 20대 사회 초년생들이 느낄 만한 상실감, 불안감을 바탕으로 한 이 소설집을 통해 느낀 '동시대의 해석공동체'로서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록작품들을 통해 본 우리 사회는 '인풋input은 매우 치열하고 정상적인데 결과로서의 아웃풋output은 매우 허망하고 허무하고 비정상적'이다.
또 작품들 속 등장인물들은 '비정규직, 비혼자, 비정상인'으로 '죽도록 노력해도 비정상인으로서 외로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이러한 야만적인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젊은 작가들은 매력적이고 현실적으로 담아내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시대에 앞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윤리를 제시하던 기존의 소설 역할과 달라진 점이라고 이야기한다.
기획의 말 | 동세대의 삶을 말하다
질문들 김미월
더 나쁜 쪽으로 김사과
큐티클 김애란
문학의 새로운 세대 손아람
마르께스주의자의 사전 손홍규
완전한 불면 염승숙
이보나와 춤을 추었다 조해진
창 최진영
좌담 | 사소하고 위대한 오늘의 질문들
질문들_김미월
아직 등단하지 못한 서른 살의 소설가 지망생인 나. 앙케트 조사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장가가는 오빠를 위해 방 보증금을 빼주기로 했지만 앞으로의 날이 막막하기만 하다. 아르바이트로 온갖 질문을 사람들에게 던지지만 나 역시 사람들로부터 끊임없는 질문에 시달린다.
“나는 종이컵 속의 식은 커피를 마저 들이켰다. 사람들은 내게 무엇인가를 묻고 있었으나 기실 그것들은 질문이라기보다 명령이나 권유에 가까웠다. 컵 바닥에 채 녹지 않은 설탕이 남아 있었나. 마지막 커피 한 모금이 몹시 달았다.”
더 나쁜 쪽으로_김사과
꿈꾸듯 거리를 헤매고 있다. 거리에 매혹되었지만 그 거리는 나의 거리가 아니다. 이미 그 거리에서 사진을 찍고, 노래를 하고, 책을 쓴, 나이 많은 나의 연인의 것이다. 그로부터 도망치고도 싶고 그 속에 남고 싶은 두 가지 욕망이 동시에 공존하는 혼란을 그린다.
“… 바로 그 순간 나는 내 삶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아주 빌어먹게도 잘못되었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그 느낌, 내가 아주 잘못된 장소에서 아주 잘못된 짓을 하고 있다는 그 느낌은 너무나도 치명적이어서 나는 그저 가만히 서 있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큐티클_김애란
친구의 결혼식에 맞춰 길을 나섰지만 어느새 네일아트 숍으로 들어왔다. 얼마 전 만난 선배의 깨끗한 손톱을 본 뒤로 ‘손톱’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 3년 차, 어느 정도의 생활수준을 지녔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늘 조금씩 모자라는 느낌은 채워지지 않는다.
“월급날에 대한 확신과 기대는 조금 더 예쁜 것, 조금 더 세련된 것, 조금 더 안전한 것에 대한 관심을 부추겼다. 그러니까 딱 한 뼘만……. 9센티미터만큼이라도 삶의 질이 향상되길 바랐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많은 물건 중 내게 ‘딱 맞는 한 뼘’은 없었다는 거다.”
문학의 새로운 세대_손아람
신춘문예 심사를 위해 소설가 넷, 평론가 셋이 모였다. 여느 때의 심사위원 모임과 다른 것은, 오랜 세월 누적된 소설가 추와 평론가 정의 악연이 모두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든다는 것일 뿐이다. 신춘문예 심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신경전 속에 문학의 새로운 세대는 탄생할까.
“본심 회의에서 추에게 질질 끌려다니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상황을 상상하니 약국에서 산 기미테를 붙여 간신히 진정시킨 위장이 다시 쏠릴 것만 같았다. 인구 오천만의 나라에서 겨우 이보다 나은 작품을 찾기 어렵다니. 겨우, 겨우, 겨우, 이 정도란 말인가! 문학은 정말로 끝장이 나려는가!”
르께스주의자의 사전_손홍규
마르께스주의자라 아무리 말을 해도 ‘마르크스주의자’가 되어버리던 시절. 뚜렷한 의지도 없이 그저 너를 찾으러 시위대의 한복판으로 흘러들어갔다. 몸을 숨기기 위해 들어선 한 연구실, 그리고 그곳에서 쥐 죽은 듯 숨어 지내며... 질문들_김미월
아직 등단하지 못한 서른 살의 소설가 지망생인 나. 앙케트 조사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장가가는 오빠를 위해 방 보증금을 빼주기로 했지만 앞으로의 날이 막막하기만 하다. 아르바이트로 온갖 질문을 사람들에게 던지지만 나 역시 사람들로부터 끊임없는 질문에 시달린다.
“나는 종이컵 속의 식은 커피를 마저 들이켰다. 사람들은 내게 무엇인가를 묻고 있었으나 기실 그것들은 질문이라기보다 명령이나 권유에 가까웠다. 컵 바닥에 채 녹지 않은 설탕이 남아 있었나. 마지막 커피 한 모금이 몹시 달았다.”
더 나쁜 쪽으로_김사과
꿈꾸듯 거리를 헤매고 있다. 거리에 매혹되었지만 그 거리는 나의 거리가 아니다. 이미 그 거리에서 사진을 찍고, 노래를 하고, 책을 쓴, 나이 많은 나의 연인의 것이다. 그로부터 도망치고도 싶고 그 속에 남고 싶은 두 가지 욕망이 동시에 공존하는 혼란을 그린다.
“… 바로 그 순간 나는 내 삶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아주 빌어먹게도 잘못되었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그 느낌, 내가 아주 잘못된 장소에서 아주 잘못된 짓을 하고 있다는 그 느낌은 너무나도 치명적이어서 나는 그저 가만히 서 있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큐티클_김애란
친구의 결혼식에 맞춰 길을 나섰지만 어느새 네일아트 숍으로 들어왔다. 얼마 전 만난 선배의 깨끗한 손톱을 본 뒤로 ‘손톱’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 3년 차, 어느 정도의 생활수준을 지녔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늘 조금씩 모자라는 느낌은 채워지지 않는다.
“월급날에 대한 확신과 기대는 조금 더 예쁜 것, 조금 더 세련된 것, 조금 더 안전한 것에 대한 관심을 부추겼다. 그러니까 딱 한 뼘만……. 9센티미터만큼이라도 삶의 질이 향상되길 바랐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많은 물건 중 내게 ‘딱 맞는 한 뼘’은 없었다는 거다.”
문학의 새로운 세대_손아람
신춘문예 심사를 위해 소설가 넷, 평론가 셋이 모였다. 여느 때의 심사위원 모임과 다른 것은, 오랜 세월 누적된 소설가 추와 평론가 정의 악연이 모두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든다는 것일 뿐이다. 신춘문예 심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신경전 속에 문학의 새로운 세대는 탄생할까.
“본심 회의에서 추에게 질질 끌려다니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상황을 상상하니 약국에서 산 기미테를 붙여 간신히 진정시킨 위장이 다시 쏠릴 것만 같았다. 인구 오천만의 나라에서 겨우 이보다 나은 작품을 찾기 어렵다니. 겨우, 겨우, 겨우, 이 정도란 말인가! 문학은 정말로 끝장이 나려는가!”
르께스주의자의 사전_손홍규
마르께스주의자라 아무리 말을 해도 ‘마르크스주의자’가 되어버리던 시절. 뚜렷한 의지도 없이 그저 너를 찾으러 시위대의 한복판으로 흘러들어갔다. 몸을 숨기기 위해 들어선 한 연구실, 그리고 그곳에서 쥐 죽은 듯 숨어 지내며 마주한 시간들…….
“시간이 정지된, 아니 어쩌면 시간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공간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어울릴 듯한 그곳에서 그는 바깥 세계를 눈이 아닌 귀로 관람했다. 그는 바깥을 거대한 수족관으로 혹은 바다로 상상했다. 그에게 헬리콥터는 한 마리 고래상어였다. 백골단은 은갈치 떼였고 전투경찰은 벵에돔 떼였다. 이학관이라는 어초에 몰려든 학생들은 고등어 떼였고 사방을 자욱하게 메우는 최루 연기는 한류에 섞여든 난류였다.”
완전한 불면_염승숙
불면에 시달린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대학을 졸업한 뒤 3년 가까이 꼬박 취업 준비에 매달렸지만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주유소 안내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그마저도 마네킹에게 빼앗겨버렸다. 불면의 밤은 오로지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는 AV배우 유키가 위로해줄 뿐이다.
“세상에 제대로 된 것은 마네킹뿐일지도 몰라. 마네킹은 잠을 필요로 하지 않을 테니, 24시간 내내 깨어 제대로 웃고, 제대로 허리를 굽히고, 제대로 일할 것이다. 쓸데없는 동작이라곤 전혀 없는, 220볼트의 전력만이 소요되는, 매월 단돈 몇 만 원의 전기료만으로 가동되는 그 완벽한 노동이야말로 사장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그래 그것은 마땅하다. 너무나 정당하다.”
이보나와 춤을 추었다_조해진
‘들판의 나라’ 폴란드에서 온 친구 미하우와 요안나는 내게 그들 식으로 ‘이보나’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내 책상에서 태어난 다른 친구에게 그 이름을 선물했다. 완벽한 소통보다 어색한 침묵, 불안한 유대감, 언어로는 채워지지 않는 연약한 마음이 위로가 되던 한 시절……. 지금 그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면접이 있는 날마다 구멍이 나지 않은 스타킹을 골라 신고, 면접이 끝나면 값싼 분식집에서 허겁지겁 늦은 끼니를 때우고, 집으로 돌아가서는 조금씩 아껴 울며 화장을 지우게 될 내 미래의 어느 하루처럼 혼잣말로나 가까스로 소모되어야 할 테두리 없는 언어. 너무도 선명하게 상상이 되지만 고백하지 않는다면 실체가 될 수 없다고, 스물한 살이었던 나에겐 그것만이 신념이었다.”
창_최진영
눈치라는 것 없이 태어난 천생 왕따 기질의 소심한 주인공, 이 나다. 하지만 내게는 그저 이 모든 일들이 억울할 뿐이다. 텅텅, 끊임없는 기침을 뱉어도 누구 하나 말 걸어오지 않는다. 누구도 밥을 같이 먹자고 말하지 않는다. 왜 나한테만 그래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평소에도 눈치가 없다는 말을 꽤 들었는데 정말, 어디 가서 사거나 배울 수도 없는, 태생적으로 없는 그것 때문에 나는 자주 야단맞고 무시당하고 따돌려졌다. 눈치 없는 스스로를 너무 의식하다 보니, 상대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할 때마다 커다란 손아귀가 머릿속으로 푹 들어와 뇌를 꽉꽉 움켜쥐는 것 같았다.”
수상 :2011년 신동엽문학상, 200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최근작 :<공존하는 소설> ,<여덟 번째 방> ,<바리는 로봇이다> … 총 57종 (모두보기) 소개 :2004년 단편 소설 「정원에 길을 묻다」가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서울 동굴 가이드』,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 장편 소설 『여덟 번째 방』, 『일주일의 세계』 등을 썼다.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이해조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 :2023년 최인호청년문화상, 2022년 오영수문학상, 2017년 동인문학상, 2016년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2013년 이상문학상, 2013년 한무숙문학상, 2011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2010년 김유정문학상, 2009년 신동엽문학상, 2008년 이효석문학상, 2005년 한국일보문학상 최근작 :<소설의 첫 만남 1~10 세트 - 전10권> ,<연결하는 소설> ,<끌어안는 소설> … 총 94종 (모두보기) 인터뷰 :두근두근, 이야기로 전하는 인사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인터 - 2011.07.19 소개 :2002년 단편 소설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 장편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등을 썼다.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신동엽창작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수상 :2018년 이상문학상, 2016년 채만식문학상, 2013년 오영수문학상, 2013년 백신애문학상, 2008년 제비꽃서민소설상 최근작 :<2021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예언자와 보낸 마지막 하루> ,<[큰글자도서] 당신은 지나갈 수 없다 > … 총 55종 (모두보기) 소개 :2001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소설집 《사람의 신화》 《봉섭이 가라사대》 《톰은 톰과 잤다》 《그 남자의 가출》 《당신은 지나갈 수 없다》, 장편소설 《귀신의 시대》 《청년의사 장기려》 《이슬람 정육점》 《서울》 《파르티잔 극장》 등을 펴냈다. 노근리 평화문학상, 백신애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채만식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받았다.
최근작 :<소설가의 마감식 : 내일은 완성할 거라는 착각> ,<불장난> ,<시소 첫번째> … 총 28종 (모두보기) 소개 :소설가, 문학평론가. 2005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소설, 201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채플린, 채플린』, 『노웨어맨』, 『그리고 남겨진 것들』, 『세계는 읽을 수 없이 아름다워』, 장편소설 『어떤 나라는 너무 크다』, 『여기에 없도록 하자』, 에세이 『소설가의 마감식』을 썼다.
수상 :2022년 동인문학상, 2019년 대산문학상, 2018년 백신애문학상, 2016년 이효석문학상, 2016년 무영문학상, 2013년 신동엽문학상 최근작 :<로기완을 만났다 (리마스터판)> ,<겨울을 지나가다> ,<천사들의 도시> … 총 90종 (모두보기) 소개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환한 숨』,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단순한 진심』, 중편소설 『완벽한 생애』 『겨울을 지나가다』, 짧은 소설집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 등을 썼다.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 무영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백신애문학상, 형평문학상, 대산문학상, 김만중문학상,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 :2023년 이상문학상, 2020년 만해문학상, 2020년 백신애문학상, 2014년 신동엽문학상, 2010년 한겨레문학상 최근작 :<[큰글자도서] 원도> ,<원도> ,<[큰글자도서] 일주일> … 총 92종 (모두보기) 인터뷰 :<이제야 언니에게> 출간, 최진영 작가 인터뷰 - 2019.10.21 소개 :2006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끝나지 않는 노래》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이제야 언니에게》 《내가 되는 꿈》 《단 한 사람》, 소설집 《팽이》 《겨울방학》 《일주일》, 단편소설 《비상문》 《오로라》가 있다. 만해문학상, 백신애문학상, 신동엽문학상, 한겨레문학상,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최근작 :<영구혁명의 문학'들'> ,<소설 이천년대> ,<소설 구십년대> … 총 6종 (모두보기) 소개 :(사)한국작가회의의 산하 조직. 민족문학의 창조적 갱신을 위해 한국문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소장 비평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비평과 문학 연구를 생산적으로 접목시켜 민족문학의 미적 갱신을 위한 실천적 담론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고영직(소장), 고명철, 고인환, 김재용, 노지영, 박수연, 서영인, 오창은, 이경재, 이명원, 장성규, 정은경, 하상일, 홍기돈 (이상 문학평론가)
꿈꿀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여덟 가지 이야기
김미월 김사과 김애란 손아람
손홍규 염승숙 조해진 최진영
지금,
여기,
우리를 말하는
젊은 작가 8인의 소설집
한국문단에서 활발한 비평 활동을 하고 있는 민족문학연구소((사)한국작가회의 산하 문학평론가들의 모임)에서 선정한 젊은 작가 8인의 소설집 《포맷하시겠습니까?》가 한겨레출판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집에는 담담한 어조로 현실을 추적하며 이에 대한 질문들을 제기하는 김미월, 세계에 대한 분노의 파토스를 텍스트에 전면화하는 김사과, 구체적인 동세대의 삶의 결로부터 소설의 실감을 확보하는 김애란, 발랄한 상상력과 감수성으로 모든 권위에 도전하는 손아람, 역사적 맥락에서 자신의 세대적 정체성과 미학적 지향점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을 수행하는 손홍규, 환상과 현실을 뒤섞으며 우리가 발 딛고선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드는 염승숙, 마이너리티로서 세계 시민 간의 관계 맺음에 대해 숙고하는 조해진, 독기 어린 언어로 타락한 세상과 대면하는 최진영 등의 작품들을 실었다.
그간 문단에서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사회나 현실에 무관심한 것으로 치부되면서 문학이 동세대의 독자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포맷하시겠습니까?》에는 20~30대 초반 세대인 작가들이 동세대의 삶을 실감적으로 그려내는 동시에 각자의 언어로 현실과 대결하며 현실 ‘너머’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한다. 민족문학연구소는 기획의 말을 통해 “이들 작가들의 모색이 곧 한국문학의 미래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민족문학연구소 문학평론가들이 나눈 좌담에서는 전반적으로 20대 사회 초년생들이 느낄 만한 상실감, 불안감을 바탕으로 한 이 소설집을 통해 느낀 ‘동시대의 해석공동체’로서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록작품들을 통해 본 우리 사회는 ‘인풋input은 매우 치열하고 정상적인데 결과로서의 아웃풋output은 매우 허망하고 허무하고 비정상적’이다. 또 작품들 속 등장인물들은 ‘비정규직, 비혼자, 비정상인’으로 ‘죽도록 노력해도 비정상인으로서 외로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이러한 야만적인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젊은 작가들은 매력적이고 현실적으로 담아내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시대에 앞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윤리를 제시하던 기존의 소설 역할과 달라진 점이라고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