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은 내 친구 16권. 알래스카의 작은 마을로 무작정 편지를 보냈던 열아홉 소년 '호시노 미치오'. 소년은 그 뒤 약 20년 동안 알래스카의 자연에 온몸을 던진 야생 사진작가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다. <숲으로>는 광활한 알래스카의 풍경 중에서 그가 포착해 낸, 혹독한 환경을 뚫고 생존하는 갖가지 '생명'에 관한 한없이 담백하고도 묵직한 귀하디 귀한 기록이다.
높다란 거목, 무겁게 내려앉은 이끼, 땅과 나무와 뒤엉킨 바위,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자연, 곰, 연어, 흰머리수리……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하는 동물들, 수천 년 동안 숲을 터전으로 삼았던 사람들의 흔적. 자연과, 생명과, 사람에 대한 깊은 사유에 잠길 수 있는 책이다.
최근작 :<긴 여행의 도중> ,<숲으로> ,<영원의 시간을 여행하다> … 총 56종 (모두보기) 소개 :알래스카 설원에 생을 바친 사진작가.
단정한 문장과 경이로운 사진들로 알래스카의 숭고한 풍경을 기록하는 일에 일생을 보냈다.
1952년 출생. 게이오기주쿠대학 경제학부에 입학한 후 탐험부에 가입했다. 헌책방 거리의 서점에서 우연히 집어든 알래스카 사진집 한 권이 운명의 시작이었다. 시슈머레프라는 작은 마을의 항공사진에 마음을 빼앗긴 호시노 미치오는 1972년 그의 나이 스무 살 때 시슈머레프 촌장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리고 이듬해 4월, 마치 기적처럼 답장을 받는다. 그해 여름, 그는 시슈머레프 마을을 찾아가 에스키모 가족과 생활하게 된다.
알래스카에서 석 달을 지낸 호시노 미치오는 자신의 인생을 그곳에서 보내기로 결심한다. 일본으로 돌아와 대학을 졸업한 그는 2년 동안 사진을 배운 뒤, 1978년 알래스카대학 야생동물관리학부에 입학한다. 이후 알래스카를 생활의 터전으로 삼고, 그곳의 자연과 야생동물, 사람들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나간다.
해마다 그는 북극권의 툰드라지대를 향해 갔다. 자신을 데리러 오는 경비행기 소리가 들릴 때까지 긴 고독의 시간을 담담히 견디며 카리부 떼를 기다렸다. 불행이 찾아온 것은 1996년 8월 8일. 캄차카반도에서 TBS 텔레비전 프로그램 취재에 동행하던 중, 쿠릴 호반에서 불곰에게 습격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알래스카의 강인함과 연약함을 동시에 사랑했던 그는 툰드라의 식물에게 약간의 양분을 내어주며 흙으로 돌아갔다. 그의 나이 43세였다.
1986년 『그리즐리』로 아니마 상을, 1990년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로 기무라 이헤 사진상을, 1999년 일본사진협회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여행하는 나무』 『영원의 시간을 여행하다』 등이 있다.
◈ 알래스카와 평생을 함께한 야생 사진작가,
‘호시노 미치오’의 ‘숲’에 관한 단 하나의 기록! ◈
세상의 끝일 것만 같은 얼음의 땅에 뿌리 내린
끈질기고 강렬하고 아름다운 생명력!
남알래스카에서 캐나다까지 펼쳐진 원시림 그 태고의 경이,
동물 식물 사람 모두를 품어 안는 광활한 자연.
미지의 시간, 미지의 땅, 미지의 자연 어디에나
저마다의 생(生)은 존재한다는 ‘다양성’의 생생한 증거를 마주하다!
“가만히 바라보고 귀를 기울이면,
숲은 온갖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숲은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알래스카의 작은 마을로 무작정 편지를 보냈던 열아홉 소년 ‘호시노 미치오’.
소년은 그 뒤 약 20년 동안 알래스카의 자연에 온몸을 던진 야생 사진작가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다. 《숲으로》는 광활한 알래스카의 풍경 중에서 그가 포착해 낸, 혹독한 환경을 뚫고 생존하는 갖가지 ‘생명’에 관한 한없이 담백하고도 묵직한 귀하디 귀한 기록이다.
높다란 거목, 무겁게 내려앉은 이끼, 땅과 나무와 뒤엉킨 바위,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자연, 곰, 연어, 흰머리수리……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하는 동물들, 수천 년 동안 숲을 터전으로 삼았던 사람들의 흔적!
독자들은 마치 무언가에 이끌리듯 책장을 넘기며 자연과, 생명과, 사람에 대한 깊은 사유에 잠기게 될 것이다.
■ 어느 것도 그냥 버려지는 법 없는 자연 앞에서
다시금 되새기는 겸허함, 그리고 ‘존중과 공존’
사람이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세계, 척박한 땅에서도 지의류들은 용케 가지를 늘어뜨리고, 그것을 뒤집어쓴 고목은 다행히 무게를 지탱하며 단단히 뿌리 내린다. 곰은 나무를 빌려 숲을 거닐고, 나무 곁에는 아주 적은 양분에 기대서라도 있는 힘껏 꽃을 피우는 식물이 살아간다. 강은 작은 물고기에게 생명의 원천이 되고, 물고기들은 일생을 마치고 다시 숲의 자양분으로 돌아가 자연의 일부가 된다.
시린 땅에서 생명은 그렇게 서로에게 자리를 내어 주고 잠시 빌리며 생존하고, 또 순환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이 준 어느 것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아주 미미해 보이는 것조차 귀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생명에게만 싹을 내리고 잎을 틔우는 일이 허락되는 곳, 알래스카의 자연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 걸까?
더 많이 가지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도시의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부족하다’는 말로 환경과 생명을 ‘파괴’하며 ‘발전’하려는 인간…… “혹독한 자연에서는 아주 적은 양분도 결코 그냥 버려지는 법이 없습니다.”라는 작가의 말에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오늘날 우리의 문명이 나아가야 할 답이 담겨 있다.
■ 세상의 다양한 ‘저마다의 삶’을 향한 경탄,
소멸과 탄생의 반복 속에 깨닫는 ‘현재’의 무게!
조금 더 걸어 들어간 곳에는 나무들 사이로 수많은 토템 기둥이 우뚝 서 있다. 어마어마한 세월을 견딘 자국으로 가득하지만 그 옛날 사람들의 목소리만큼은 형형하다.
“모든 생명에 영혼이 있으며 모두 함께 세상을 이루었다”고 믿던 시절, 곰과 고래를 신으로 모셨던 하이더족 원주민의 삶은 오늘날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형태일지 모른다. 하지만 ‘몰랐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호시노 미치오는 토템 기둥 앞에서 촌장이 된 큰까마귀 설화와 기둥에 새겨진 동물들의 신비한 힘을 상상한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이 쌓아 올린 ‘저마다의 삶’. 쓰러져 가는 토템 사이에서 호시노 미치오의 시간 여행에 동참하며 우리는 다양한 환경, 다양한 사람, 다양한 삶과 문화에 대한 일종의 경외감에 젖는다.
켜켜이 쌓인 아침 안개, 바다를 가르는 고래, 곰이 연어를 단숨에 잡아채는 그 순간……. 호시노 미치오의 카메라는 알래스카에 직접 몸을 뉘이고 살아가는 사람만이 느끼고 잡아낼 수 있는 숲의 명장면들로 가득하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 모든 명장면들은 한편의 시처럼 아름답다. 그 문장의 운율을 오롯이 전달하기 위해, 격정과 열정의 시간을 소화한 자만이 낼 수 있는 성숙하고도 편안한 호흡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역자 햇살과나무꾼은 공들여 문장을 다듬고 또 다듬으며 정성을 기울였다. 그 덕분에 잔잔하게 흐르는 서정적인 글, 숲이 맨얼굴을 드러내는 찰나를 생생히 담아낸 사진은 애초에 한 몸인 것처럼, 모든 생명을 끌어안는 이 책의 숲처럼 그렇게 하나로 다가온다. 알래스카의 원시림은 그저 그런 숲이 아닌, 하나의 특별한 실체가 되어 우리 앞에 살아 움직인다.
호시노 미치오는 러시아의 캄차카 반도에서 취재 도중 불곰의 습격을 받아 43세의 젊은 나이로 목숨을 잃는다. 언젠가는 썩어 없어질 토템 기둥처럼, 우리 또한 영원하지 않은 존재이다. 하지만 오래된 토템 옆에서 갓 태어난 흰꼬리사슴이 숨을 쉬듯, 자연은 소멸과 탄생을 반복하며 우리에게 ‘현재’의 무게를 일러 준다.
작가는 그 무게를 알고 있었을까? 숲을 빠져나와 망망한 바다 위 고래를 마주하는 그의 모습은 우리의 여정이 언제, 어디에서 끝나든 ‘오늘’이 있어 괜찮다며 위로하는 듯하다.
얼어붙은 땅에도 뜨거운 맥박이 뛰고 있음에 대한 직접적이고 낭만적인 기록이자, 우리가 모르는 곳에도 펄떡이는 한 생(生)이 존재함에 대한 중요한 증거로서 이 작품이 오래도록 빛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