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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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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입담과 필력으로 현대소설에 해학과 풍자의 자리를 구축한 성석제의 장편(掌篇) 소설집. 소소한 일상을 뒤집는 재치와 유머로 읽는이를 유쾌한 웃음바다로 이끄는 '성석제식 세상읽기'와 만날 수 있다.
지은이는 주변에서 마주치는 사소한 사건과 사람들에 관심을 집중한다. "나는 왜 언제나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것을 혼자서 궁금해하면서 우두망찰하는가". 눈과 귀를 크게 열고 스쳐가는 모든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 웅크리고 있는 그의 자세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 책 역시 엉뚱한 인물들이 벌이는 흥겨운 에피소드들로 가득하다. 시골 동네 이장들, 라면 한 그릇에 감동하는 어린 군인, 남 일에 훈수 두는 재미로 사는 사람들, 호의에 익숙지 않은 정많은 조폭까지. 그들이 벌이는 기상천외한 사건들은 사실 너무나 익숙하고 친근한 풍경들이다. <재미나는 인생>을 시작으로 꽁트 문학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온 그의 행보가 담긴 책이다. 풍성한 입담과 재치가 여전하며, 일상의 속깊은 부분을 파고드는 시선에는 예리함이 엿보인다. 사람들의 추억과 한숨, 벅찬 황홀까지, 그 모든 순간들을 빠짐없이 포착해내려는 작가의 시선이 한층 더 깊어지고 따스해졌음을 느낄 수 있다. : 성석제의 글은 위험하다. 폭발물이기 때문이다. 이 폭발물은 독자의 눈길이 가 닿는 순간, 째깍째깍 초침이 돌아간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아직 실밥을 뽑지 않은 환자, 만삭의 임산부, 조증 상태의 우울증 환자, 시험을 코앞에 둔 학생들에게는 이 책을 권하고 싶지 않다. 다시 수술을 해야 하거나 시험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독자들은 그토록 부상 -재채기처럼 연속적으로 터져나오는 웃음 말이다-을 당하면서도 책을 덮지 않는다. 웃음 폭탄 세례를 받을 때마다 나와 너, 이웃과 세상이 전혀 새롭게 보이기 때문이다. - 이문재(시인) :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 모든 순간이 번쩍거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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