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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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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철 스님의 첫 산문집 <아름다운 인생은 얼굴에 남는다> 개정판이다. 학승으로서 한문 고전의 현대화에 일조하며, 수년 간 틈틈이 쓴 글을 한 데 묶은 이 책은 출간 당시 큰 사랑을 받았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체, 종교적 믿음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불교적 가치를 자연스러운 일상의 지혜로 풀어낸 점, 무엇보다 법정 스님 이후 불교와 우리 사회를 잇는 또 한 명의 '스님 작가 탄생'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 뒤 스님의 첫 책은 이런저런 이유로 절판이 되고 얼마 후 완전히 품절되었다. 그동안 스님은 여러 권의 책을 펴냈으며, 세상을 향한 스님의 메시지 역시 변함없이 간결하고 분명했다. 한편 글쟁이로서 명성이 높아지면서 스님의 첫 책을 찾는 이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헌책방에서 어렵게 구해 읽어야 하는 '고서 아닌 고서' 대접을 받았고 마침내 재출간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오래 묵을수록 좋은 것은 '읽을 만한 작가의 글'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글은 세월이 흘러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것, <아름다운 인생은 얼굴에 남는다>가 바로 그런 책이다. 구성과 소제목을 정리하고 이우일 작가의 그림으로 새롭게 단장한 이번 책에서도 스님의 글은 여전히 우리를 솔깃하게 한다. 여는 글 리뉴얼, 낯설지 않은 새로움 : 원철 스님의 글은 칭찬은 칭찬대로 나무람은 나무람대로 귀에 솔깃하고 마음 한 편을 후련하게 해주는 힘을 가졌다. 그리고 욕을 들어도 가슴에 앙금이 남지 않도록 에둘러 표현하는 능력이 누구보다도 뛰어나다. 언제 그렇게 많은 책을 읽었는지 불교경전과 선어록의 구석구석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남의 입을 빌려 잘도 끄집어온다. 그래서 내용이 늘 풍성하다. : 절 집안 표현을 빌리자면, 누구보다도 ‘잘 살아’온 그는 우리 불교가 가진 무형의 유산을 세상 에 전하는 데 적격이다. 경전과 선사어록, 그리고 자신의 수행 과정에서 보고 들은 절간 이야기가 글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읽은 이에게 스며든다. : 적재적소에 꽂히는 촌철활인의 글맛! 제대로 침을 맞을 때 사지 육신이 활기 있게 통하는 시원한 느낌처럼, 오래된 위대한 지식들이 현재를 관통하며 오늘의 지혜가 되는 즐거움이 총총하다. : 솔직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원철 스님의 글에선 매화향이 풍긴다. 외양은 부드럽기 그지없으면서도 동지섣달 추운 날을 견뎌낸 그 향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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