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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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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덕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의 작가 이기호의 첫 장편소설. 이기호 작가는 독특한 화법과 형식의 글쓰기로 차세대 이야기꾼으로 지목받아왔다. 이번 소설 <사과는 잘해요>에서도 대신 사과를 해주는 '사과 대행'을 소재로 사람들 속에 숨어 있는 죄와 죄의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시설'에서 살다가 뜻하지 않게 사회로 나오게 된 두 청년, 시봉과 진만이다. 일반적인 시각으로 볼 때 어수룩하고 모자란 이들은 시봉의 동생 시연에게 빌붙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사회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결국 '시설'에서 배운 것이자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일인 '사과하기'로 돈을 벌기로 마음먹는다. 세상에 죄는 많고도 많고, 대신 할 사과도 산처럼 가득하다. 시봉과 진만은 사과를 해갈수록 사람들이 감추고 있는 은밀한 죄, 그리고 죄의식과 마주친다. 그리고 의뢰인들의 사건을 해결하면서 자신들의 마음에 숨어 있는 욕망을 발견하게 된다. 포털 사이트 Daum에 연재된 작품으로, 책에서는 인터넷과 달리 내용을 전면 개작하여 연재 당시의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주제 의식은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 웃고 싶은가, 울고 싶은가, 그럼 ‘이기호’를 읽으면 된다. 그는 80년대의 ‘거대담론’과 90년대의 ‘미시담론’을 가로질러와 오늘의 우리 문학판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눈물겨운 ‘페이소스’는 옛것과 신문명을 습합시키기 위한 듬직한 그의 전략이고, 감각적인 ‘풍자’와 ‘익살’은 발랄한 그의 재능이며, 그늘진 곳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는 향기로운 그의 본질이다. 그는 2000년대 한국 소설 문학의 예민한 풍향계다.
: 이기호 소설에서는 심장 박동 소리가 난다. 가급적 살을 버리고 이야기는 골격만 취한 채 빠르게 전개된다. 소설의 마력에 빨려들어 마음이 철길처럼 눕고 그 위를 덜커덩덜커덩 기관차 한 대가 지나간다. 경적과 불빛으로 어둠을 뚫으며 글이 내달린다. 글이 북채가 되어 세상의 가슴을 두들겨준다. 달도 몸 낮춰 귀를 기울인다. 기관차가 지나간 뒤, 마음에 긴 여운이 쓸쓸하고 푸르게 남는다. 그의 소설이 고맙다.
: 낯선 범죄자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09년 11월 7일 잠깐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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