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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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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청인 핑크복어. 학창 시절에 청각장애를 가진 친구와 제대로 대화하지 못한 아쉬움을 십 년 넘게 품고 있다가 드디어 수어를 배우기로 한다. 봉사활동이니 목적의식이니 좋은 일, 대단한 일 따위의 말, 수어를 배운다고 할 때마다 으레 따라붙는 주변의 반응에 “그냥”이라고 답하며, 질문으로 가득한 세계에 발을 들인다.
이 책은 ‘한 권으로 수어 정복’ 같은 학습서도, 대단한 인문학적 성찰을 담은 교양서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개인이 처음으로 수어를 배우며 겪는 재미와 어려움, 좌절감과 성취감에 대해 솔직하고 유쾌하게 그린 자전적 그림일기다. 작가는 수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다양한 생각과 입장을 가진 농인, 청인 들과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장애’에 대한 주변의 인식과 태도에 주목하고 자기 안의 편견들을 깨달아 간다. 그렇게 배울수록 커지는 고민들과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들도 조심스럽게 털어놓는다. : 이 책은 ‘청인’의 시선에서 수어를 다룬다. ‘ㅊ’과 ‘ㅋ’이라는 지문자를 쓸 때 난생 처음 사용하는 손가락 근육이 얼마나 쉽게 경련을 일으키는지, 평소에 사용하지 않았던 얼굴 근육은 얼마나 미세하게 움직이는지, 이 모든 것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농인들의 사회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얼마나 생동감 있고 생생한지.
수어를 처음 배운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도전과 좌절을 반복하며 어떤 새로운 감각의 세상을 만났는지 실제 경험을 통해 보여 준다. 수어는 농인만이 쓸 수 있는 언어가 아니다. 영어가 영국 사람들만의 언어가 아닌 것처럼. 농인뿐만 아니라 코다의 시선에서, 청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수어 이야기가 더 많이 등장하기를 바란다. “여러분, 수어 배워 보세요. 조용하고도 직관적인 세상을 만나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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