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자의 시선으로 본 수행 문화. 저자 이강옥은 정년퇴직을 앞둔 초로의 국문학자다. 20대 젊은 시절 출가를 결심하고 삼랑진 만어사에 들어갔지만 현실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출가가 불가능해진 저자는 그 대신 세속에서의 수행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다. 저자가 재가 수행자로서 자신의 참모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수행해 온 세월이 어언 30여 년이다.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저자는 계속 하나의 화두를 들었다. '이 뭐꼬?'
밥 먹을 때 밥 먹는 것과 관계없는 다른 망상을 일으키는 이 뭐꼬? 운전할 때 애인 생각하는 이 뭐꼬? 남이 나를 화나게 해서 내가 화를 낼 때 이 뭐꼬? 이 송장 끌고 다니는 이 뭐꼬?
불가의 수행과 달리 세속에서의 재가 수행은 일상생활과 분리되지 않는다. 수행을 하면 수행자의 일상이 달라지고 타인의 일상을 다르게 보게 된다. 반대로 일상의 경험은 수행과 긴밀히 연결되고 서로 영향을 준다. 저자는 자기 수행과 타인의 일상 관찰이 연결되는 흥미롭고 내밀한 과정을 친절하고 명료하게 보여준다. 저자가 일화와 야담을 연구하는 국문학자이기에 그저 그런 일상 속에 숨겨져 있는 의미와 빛을 그 누구보다 잘 포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사항은 저자의 글쓰기 방식에 그대로 적용된다.
저자는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수행의 문화를 인문학자의 시각으로 관찰하고, 자신의 관찰 기록을 독자와 공유하려 한다. 저자가 이 세상을 바라보고 관계 맺는 방식과 태도에 대해서도 스스로 성찰하고 그 범례를 제공하고자 한다. 그래서 환경오염과 무분별한 4대강 개발, 진보주의, 실업문제, 미투운동 등이 자연스럽게 그의 글 속으로 들어온다.
머리말
흐르는 물의 가르침 ― 송광사 2001
파도가 된 나 ― 거금도 송광암 2003
유리창의 줄탁동시 ― 롱아일랜드 2010
고향 땅 포구나무 화사한 빈방 ― 부산 안국선원 2012
허공꽃 ― 송광사 대중공양 2016
벽암록 공부하러 가는 길 ― 중앙고속도로·봉화 금봉암 2017
무문관 ― 홍천 행복공장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