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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구월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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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의 탄생에 얽힌 일화를 중심으로, 쇼스타코비치의 파란만장했던 삶과, 그와 동시대인들이 헤쳐 나가야 했던 격랑의 역사를 박진감 넘치게 서술한다. 쇼스타코비치가 어떻게 레닌그라드에서 끔찍한 폭격과 싸우며 「교향곡 7번」을 작곡하기 시작했고 어떻게 피난지 쿠이비셰프에서 작곡을 끝냈는지, 악전고투 끝에 탄생한 이 곡이 한창 전투 중인 레닌그라드에서 어떻게 연주될 수 있었는지 매혹적으로 서술한다.
아울러 굶주림과 추위로 죽어가던 레닌그라드 시민들이 이 한 곡으로부터 얼마나 큰 위로와 희망을 얻었고 다시 살아갈 의지를 불태울 수 있었는지, 나아가 세계인들이 이 곡으로 인해 러시아의 곤경에 얼마나 크게 공감했고 이후 얼마나 광범위한 원조의 손길을 내밀었는지 이야기한다. 이 책은 ‘레닌그라드 전투’와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의 탄생에 초점을 맞춘 쇼스타코비치의 평전이자 역사서이며, 한편으로는 무너진 세상을 위로하고 일으켜 세우는 음악의 힘을 예찬하는 예술서다. 소설가이자 고전음악 칼럼니스트인 저자의 해박함과 치밀한 조사, 유려한 문체가 빛을 발하는 역작으로, 쇼스타코비치와 그 가족들, 당대의 일상,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계와 문화계, 참혹한 전장의 모습 등을 생생히 보여 주는 도판 130컷을 수록했다. 2015년 뉴욕타임스, 보스턴글로브, 퍼블리셔스 위클리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프롤로그 9
: 때로는 다큐처럼 또 때로는 소설처럼 읽힌다. 스탈린 시대의 정치적 압박 속에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펼쳤던, 아니 펼칠 수밖에 없었던 러시아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초상을 ‘시간’과 ‘공간’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묘파한다. 마이크로필름에 담긴 《교향곡 7번》의 악보에서 시작해 글의 제재를 확장해가는 저자의 솜씨가 능란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페트로그라드로, 다시 레닌그라드로 이름이 바뀌는 동안 명멸했던 수많은 사건과 인물들이 책 속에 녹아들면서 한 명의 예술가를 ‘당대적 모자이크화’로 그려내고 있다. 혁명의 붉은 리본을 호기롭게 팔뚝에 묶었던 ‘어린 미챠’가 시대의 격랑에 휘말려 겪었던 곡절과 분열은 쇼스타코비치의 내면이었던 동시에 러시아의 피투성이 맨얼굴이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었으며, 반항과 순응의 곡예를 펼쳤던 예술가는 간신히 살아남았다. 묘비도 남기지 못한 채 세상에서 사라진 숱한 이들은 가깝게는 쇼스타코비치의 친척이거나 동료 예술가, 넓게는 러시아의 민중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쇼스타코비치가 남긴 15개의 교향곡 대부분이 죽은 이를 위로하는 ‘레퀴엠’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어쩌면 이 책 자체가 한 편의 장송교향곡이다. : 책을 읽는 동안 나 자신이 쇼스타코비치가 된 것만 같았다. 공습경보가 울리고 폭탄이 떨어지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처참한 전쟁의 현장에서도 오선지 가득 음표들을 채워 넣던 쇼스타코비치에게 음악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전쟁의 공포 속에서 사람들을 일으켜 세운 음악의 힘이 느껴진다. 작가가 생생한 문장으로 되살려낸 러시아의 격동기를 함께 겪으면서 《교향곡 7번》의 험난한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장면들이 달리 보이고 음악도 달리 들릴 것이다. 무엇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7번》을 못 견디게 듣고 싶어질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조선일보 2018년 5월 4일자 '새로나온 책' - 한겨레 신문 2018년 5월 3일자 '책과 생각' - 동아일보 2018년 5월 5일자 '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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