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 게이스케 소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삶 앞에 놓여 있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주인공 겐토의 시선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풀어낸다. 세대 간 갈등부터 시작해 고령화 사회, 청년 실업, 존엄사 문제까지, 현대인들이 겪는 애환과 갈등을 위트 넘치게 표현한 작품이다. 제153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자 NHK 방송 화제의 드라마 원작 소설이다.
'지금이 몇 시지?' 늦은 아침에 눈을 뜬 겐토는 혼란스럽다. 자신이 보고 있는 방 안의 풍경이 어제의 기억인지 오늘의 기억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7개월째 백수로 살고 있는 그는 28세의 흔한 취준생이다. 겐토의 가족은 엄마와 겐토, 그리고 87세의 할아버지이다. 이 집에서 유일하게 돈을 버는 엄마가 출근하고 나면, 겐토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집에 남는다.
할아버지와 같이 산 지 3년이 다 되어가지만, 겐토는 할아버지의 무기력한 행동에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안 아픈 데가 없어, 이제 죽어야지, 죽기만 기다리고 있다니까." 할아버지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늙으면 죽어야지……" 그런데 문득, 겐토의 머릿속에 엉뚱하고 위험한 생각이 떠오른다. '저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 진심이라면, 할아버지가 정말 죽고 싶어 한다면, 내가 할아버지를 도와야 하지 않을까?'
할아버지의 평온한 존엄사를 위해 겐토는 간병인 일을 하는 다이스케를 만난다. 다이스케의 말에 따르면, 환자를 과하게 간병해서 움직임을 막으면 신체 기능이 쇠약해져 죽음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게 겐토는 할아버지를 죽이기 위한 '과한 간호'를 시작하는데…….
할아버지가 입에 달고 사는 말, “이제 죽어야지.” • 7
할아버지 죽이기 작전을 시작하다 • 59
할아버지, 쓰러지다 • 109
할아버지와 헤어지다 • 143
작품해설 •185
옮긴이의 말 •208
김진아 (옮긴이)의 말
◈ 고령 사회, 청년 실업, 그리고 가족이라는 ‘현실’ 이야기
“너도 언젠가는 늙지 않느냐?”
책을 덮으며 내가 나에게 물어본 자문이다.
늘어나는 노인과 청년들의 노인 부양 문제는 겐토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몫으로 남겨진 사회적 고민이 아닐까. 이 작품은 그러한 문제에 섣불리 답변을 내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그려내며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힘을 가졌다. 더 나아질 사회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