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여자를 사랑하는 한 중년화가와 애인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신문기자의 충격적 사랑이야기를 소재로 소설. 한국문학에서 타부시되었던 동성애를 소재로 하여, '문학사상' 연재초부터 큰 화제가 되었다.
소재적 특성으로 인해 얼핏 이 작품의 사랑의 표면적 특성이 '동성애'처럼 보이긴 하지만, 실제로 작품 안에서 동성애는 사회학적 섹슈얼리티 담론이 아니라 심리주의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들어간다. 불행한 과거 속에서 고통받고 외로워하던 두 여자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리얼하게 묘파하는 한 수단으로, 사랑이라는 아우라 밑에서 천국과 지옥을 함께 오가는 파멸의 사랑을 그리는 극단의 소재로서 사용하고 있다.
서영은 (지은이)의 말
연재를 시작해서 책으로 묶기까지 이 작품은 나에게 하나의 지독한 하나의 악몽이었다. 그러나 한 번은 치르지 않으면 안 되는 통과의례이기도 했다. 죽음, 상실감, 동성애, 상처의 치유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어 본다는 것이, 자신이 아예 그 문제에 깊이 침윤되어 죽음의 문턱까지 끌려갔었다. 내가 내가 아니고 내 안에 들어와 사는 망령들의 집이었다.
당연히 소설은 엉망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과연 그런다, 소설은 오히려 전투가 휩쓸고 지나간 내 삶의 페허에서 벌인 굿은 아니었는지? 다만 분명한 것은 어둠으로 들어가서 빛으로 나온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나 자신에게는 중요하고 의미 있지만, 독자들에겐 읽기 힘든 미완의 작품일 수도 있겠다.
상처가 깊은 사람들은 망령들에게 파먹힌 아픈 기억들이 있다. 그들에게도 이 작품이 하나의 악몽이자 통과의례가 되어, 이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이유 아닌 변명으로 거두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