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아이> 이후 40년 만에 내놓은 마쓰오카 교코와 오코소 레이코 콤비의 작품이다.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재미 속에 잔소리 같은 교훈이 살짝 녹아 있다. 30대 새댁에서 훌쩍 70대 할머니가 된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한층 정답게 느껴진다.
가위바위보를 좋아하는 여자아이는 뭔가 정해야 할 때마다 가위바위보를 한다. 상대가 없으면 자기 혼자서라도 가위 바위 보를 하는데, 예를 들면, 왼손과 오른손으로. 또는 가까이 있는 돌, 보자기, 가위 모양을 한 여러 가지 물건을 상대로 자기 쪽에 유리하게 만들고는 의기양양. 이렇게 뭐든 가위바위보로 제멋대로 정해버리는 아이 때문에 엄마 아빠는 아주 골치가 아프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장 보러 간 엄마를 기다리며 혼자 집을 보던 아이는 이상야릇한 일을 겪게 된다. 몹시 중요한 것을 정하는 데 말도 안 되는 상대하고 가위바위보를 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그 상대는 누구이며, 가위바위보 결과는 어떻게 될까?
마쓰오카 교코 (글)의 말
가끔 독자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떠올리는 건가요?” 하고 물어올 때가 있습니다. 그건, 나로선 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떠올린다’라고 하면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일 텐데, 나는 지금까지 이야기를 쓰려고 작정하고 책상 위에 앉아 머리를 쥐어짠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있어 이야기는 어딘가에서 휘익 떨어져 내리는 것이라, 내가 떠올리거나 생각해내거나 한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질문에는 언제나 이렇게 대답합니다. “어딘가에 이야기의 작은 새가 있어서, 어느 날 갑자기 내 머릿속으로 날아와 앉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작은 새가 날아가지 않고 앉아 있을 동안에 서둘러 적어 두는 것입니다.” 하고요.
단,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을 보거나, 혹은 이야기 들려주는 걸 듣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아,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구나. 이런 이야기가 있으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할 때는 있습니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 어딘가에 머물고 있으면, 그 냄새를 맡고 이야기의 작은 새가 날아와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에 쓴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아이』도, 이번 『가위바위보를 좋아하는 아이』도, 그런 식으로 작은 새가 날아와 주었습니다.
이번 이야기에 대해서 좀 말하자면, 이 이야기가 책이 되어 나올 수 있게 도와준 좀 특별한 이가 있습니다. 누군가 하면, 나와 같이 살고 있는 무무라는 고양이랍니다. 무무는 이 이야기 속 고양이와 똑같이 줄무늬 모양인데, 이야기 속 고양이와는 달리 아주 착해서 이 책 작업을 할 때 조금도 싫어하는 기색 없이 그림의 모델이 되어 주었습니다.
이번 『가위바위보를 좋아하는 아이』가 나오면서 새삼 알게 된 것입니다만,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아이』가 나온 지 벌써 40년이나 지났다는 사실입니다. 스스로도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꽤 사이를 두고 태어났지만, 이 두 책 속 두 여자아이는 자매입니다. 이제부터 도서관에서도, 아이 방 책꽂이에서도, 언제나 둘이 나란히 사이좋게 손을 잡고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