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간 후 20년이 넘도록 독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 온 공지영 작가의 대표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가 새롭게 독자들과 만난다.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 그리고 편견 등의 문제를 사회 전반의 문제로 끌어올린 작품으로, 출간 당시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페미니즘 논쟁의 중심에 자리하기도 했다.
주인공 혜완이 친구 경혜에게서 영선의 자살 시도 소식을 전화로 전해 듣는 사건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소설은, 결혼 후 각자의 삶을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이들이 서로의 삶을 오롯이 알아가면서 점차 드러나는 삶의 정체에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아이를 잃고 이혼한 채 소설가의 삶을 살고 있는 혜완, 아나운서 활동 중 의사와 결혼했으나 남편의 외도로 형식적인 부부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경혜, 세간의 주목을 받는 영화감독의 아내이지만 알코올중독으로 자살 시도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영선을 통해 작가는 우리들의 삶이 자기 자신의 기대와 달리 상처투성이가 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를 추적한다.
작가의 말
나에게 남은 유일한 진실은 내가 이따금 울었다는 사실뿐이다|한 소녀가 울고 있다|절대로, 어차피, 그래도|저 오욕의 땅을 찾아|짐승의 시간들|외로울 때 줄넘기를 하는 여자|그것은 선택이었다|불행하지 않다|아내, 정부, 그리고 친구|초여름 날의 장미|어머니라는 이름에 대한 우리들의 기억|어머니가 생각한 딸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노을을 다시 살다|누추한 선택|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초판 작가의 말|제2판 작가의 말|제3판 작가의 말
공지영 (지은이)의 말
아직도 많은 젊은 여성들이 내게 눈물 젖은 편지를 보낸다. 여자이기에 울부짖고 버림받고 상처 입은 젊은이들을 그러나 내가 다 어찌 할 수는 없다. 다만 그들을 위해 기도해주기로 약속하고 돌아서지만 마음은 찢어져내린다. 내가 지나왔던 그 가시 길목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나는 그들에게 말해준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책에도 썼지만 “누구도 너를 욕실 앞의 발판처럼 밟고 가게 내버려두지 말아라” 하고. “온 힘을 다해 행복해져라” 하고…….
이제 시간이 지나면 나의 딸도 엄마가 될 것이다. 혹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예전에 그랬듯이 다 같이 공평하게 나이를 들어갈 것이다. 그 어떤 선택을 한다 해도 행복하기를, 의미로 가득한 생을 살기를, 욕실 앞의 발판처럼 자기 자신을 밟고 가게 하지 말고, 자신을 가꾸고 사랑하기를…… 여성임을 만끽하기를, 그리하여 그 귀함을 바탕으로 다른 여성들의 삶과 연대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