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 (시인) : 시인 만나기 어렵다. 핏속에 수만 리 별자리와 악기와 예언을 거느린 사람. 시인 만나기 다시 어렵다. 꿈인 듯 한세상 발자국 없이 다녀가는 사람. 시인 황종권은 바다의 몸과 대륙의 영혼이 만나면 마침내 어떤 세계를 이룩하게 되는지 깨달은 사람이다. 발자국 없이 수만 리 별자리를 아우르며 그가 변주해 들려주는 감각의 언어들은 깊고 아프고 감미롭다. 일찍이 이런 시인 만나기 어렵다.
이수명 (시인) : 황종권의 시는 굳어져 있는 듯한 세계를 열고 팽창시킨다. 그의 시에서 하늘, 땅, 바다, 허공, 섬, 절벽 같은 세계가 유례없이 가까이 다가와 한꺼번에 작동되기 때문이다. 이에 어우러져 별, 달, 물고기, 꽃, 나무, 구름들이라는, 그리고 당신이라는 존재가 생생하게 들끓는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존재의 무수한 도정, 세계와의 이토록 생생한 충돌이 시를 뜨겁게 만든다, 한마디로 “가시덤불로 뺨을 부비”면서, 그럼에도 질주하는 시다. 이 질주는 거침없게 또렷하게 날아와 가슴에 꽂힌다. “눈동자도 없이// 캄캄한 밤을 훤히 내다”보며 달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