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틱 리버> <살인자들의 섬>의 작가 데니스 루헤인의 장편소설. 보혁·노사·인종·남녀 갈등이 폭발하던 1919년의 미국을 배경으로 노동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인 보스턴 경찰 파업을 심도 있게 그려냈다. '추리' 대신 진중한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씌어진 소설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끝무렵, 미국은 그야말로 혼란기였다.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의 성공으로 인해 미국 내 급진주의자에 대한 경계가 극에 달해 있었으며, 반공산주의가 태동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수천 만 명의 희생자를 낸 스페인 독감이 맹위를 떨치는 한편, 몰락했던 KKK단이 점차 속도를 내던 흑인 인권 운동에 반발하여 부활하였다.
그 결과로 일명 '붉은 여름'으로 불리는 인종폭동 사건이 미국 전역에서 발생하여 수많은 희생자를 낳는다. 또한 세계대전 참전 군인들이 돌아오며 실업자들이 대거 양산되고 치솟은 생계비 때문에 각지에서 노동 파업이 벌어졌다. 게다가 금주법의 시행으로 서민들의 불만이 팽배해져 있었다.
데니스 루헤인은 이러한 격동의 20세기 초 미국을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여내는 솜씨를 발휘한다. 짐 라킨, 존 리드, 유진 오닐 등 미국 정치·노동계의 주역들이 작품 속에서 데니스 루헤인 특유의 스피드 있는 전개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어우러져 20세기 초 미국의 시대상과 피지배층의 깊은 슬픔과 고뇌를 잘 그려냈다는 현지 언론의 평가를 들었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가 강추한 여름 필독서이기도 하다. 노회찬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책을 따로 소개하며 "최근 읽은 소설 중 단연 압권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소설판이다"라고 극찬하였다.
: 데니스 루헤인은 대담하고도 야심만만한 일을 해냈다. 말 그대로 대성공이 확실한 역사소설을 써낸 것이다. 이로써 그는 상업적으로뿐 아니라 문학적으로도 확실한 발판을 다지게 되었다. 엄청난 분량과 스케일의 이번 소설은 세계 제1차대전이 끝날 무렵, 그러니까 '사람들이 분노하고 소리치고 도랑에서 죽어가며 한편으로는 공장 밖에서 시위를 벌이는 시대'에서 출발해, 보스턴 역사상 가장 뼈아픈 사건에서 정점을 이룬다. 바로 1919년의 경찰 파업이다. 루헤인은 매우 강렬한 역사적 순간을 가장 극적으로 재현해 냈다.
: 이제 더 이상 루헤인을, 황량한 보스턴 이야기로 잘나가는 영화 소재를 제공하는 탐정 소설가쯤으로 여길 수는 없다. 이번 소설은 범죄 장르의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은 웅장하고도 폭발적인 서사극이기 때문이다…… 『운명의 날』은 철저한 고증을 거친 장엄하고 감동적인 걸작으로, 현대 시대에 과거를 가르침으로써 역사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다.
: 셰이머스 상 수상자 루헤인의 첫 번째 역사소설이야 말로 진정한 승자다. 작가는 자신의 탁월한 탐정 소설 시리즈에서 보여준 바 있는 가치들을 모두 구현해 냈다. 유려한 문장, 섬세한 무대, 복잡하고 치밀한 스토리라인, 자연스러우면서도 긴 여운의 대단원…… 그리고 무엇보다도 등장인물과 인간의 조건에 대한 작가의 변함없는 애정까지 모두. 1917년 유럽의 대전쟁이 진행 중일 무렵, 미국이 참전하면서 종전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도 커졌다. 보스턴 경찰은 불만이 많았다. 임금은 1905년의 기준에 맞춰 있는 터라 최저생계비에도 한참 못 미쳤고 노동환경은 끔찍하기만 했다. 시 당국은 전후에 임금 조정을 하겠다는 약속마저 어겼지만 무정부주의자들이 폭탄을 던질 만큼 사회불안이 극에 달한 터라 보스턴 사람들조차 경찰 파업에 공감하지 못했다. 그리고 1919년 결국 파업을 시도했지만, '계층이 다르면 적용 규칙도 다르다'는 혹독한 사실에 직면해야 했다. 이런 혼란의 와중에 아일랜드계 미국 경찰 대니 커글린과, 갱단과 경찰 모두로부터 도피 중인 흑인 루터 로렌스 사이에 예기치 못한 우정이 싹튼다. 루헤인이 오랜 침묵을 깨고 내놓은 여덟 번째 소설은 그야말로 최고다. 그 어느 책보다 열렬히 추천하는 바이다.
: 엄청난 분량, 거대한 스케일의 정서, 그리고 사회학적 당파성에도 불구하고, 『운명의 날』은 쉽고 부드럽게 읽힌다…… 마퀀드의 걸작 『불환지점 Point of No Return』의 통렬한 강타까지는 아니더라도, 바로 그 소설 제목으로부터 의도하지 않은 힘을 끌어낸 건 분명하다.
번역가이자 저술가. 스티븐 킹, 존 르 카레 등, 소설 및 인문서를 90여 편 번역하였으며 <서울신문> <한국일보> <더칼럼니스트> 등의 매체에 정기 칼럼을 연재하였다. 현재는 <여성신문>에 “ 아내를 위한 레시피 ” 라는 글을 연재한다. 이 책의 제목도 그 칼럼에서 따왔다. 저서로는 《천마산에 꽃이 있다》 《여백을 번역하라》 《딸에게 들려주는 영어수업》 등이 있다. 지금은 경기도 남양주에서 부인과 살며 매주 한 번 가평 텃밭을 찾는다.